보테가 베네타가 직조한 주얼리의 세계
보석으로 쓰고, 메탈로 빚어낸 주얼리.
“우리가 뛰어난 옷과 가방을 생산하는 건 훌륭한 장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주얼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베니스에서 만난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첫 파인 주얼리 컬렉션이라는 하우스의 최근 행보를 대하는 자신의 신중한 접근에 대해 설명했다. 터무니없다고 느낄 정도로 우아한 15세기 베네치아 궁전의 살롱에서 그 눈부신 결과물을 마주했다. 테이블 위에는 거대한 물방울 모양 귀고리, 악령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체인 팔찌, 달콤함 따윈 베어버릴 것 같은 가시 모티브 반지 등, 이 첫 번째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15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컬렉션 피스는 ‘드롭(Drop)’, ‘카테나(Catena)’, ‘프리마베라(Primavera)’, ‘엔랑스(Enlanced)’ 총 네 가지 라인으로 나뉘었다.
“굉장히 적은 수량으로 시작했습니다.” 블라지의 말에는 본인의 성격과 작업을 상징하는 표현 ‘조용한 강렬함(Quiet Intensity)’이 그대로 드러났다. 2021년 11월 보테가 베네타에서 지휘봉을 손에 쥔 블라지는 이후 놀라운 장인 정신과 자연스러운 모더니즘을 모두 충족하는 선망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그의 컬렉션은 매 시즌 기대되는 쇼로 꼽힌다. 그렇다면 그가 특유의 깔끔한 선과 신중한 기발함(2024 가을/겨울 컬렉션에 선보인 그 깃털 헴라인은 정말 환상적이다!)을 투영시킨 주얼리를 만드는 일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적은 품목의 옷으로 최대한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을 뜻하는 ‘인베스트먼트 드레싱(Investment Dressing)’에 대한 개념은 최근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뻔한 클래식만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의 고유성과 세심함으로 가격표에 적힌 숫자를 증명하는 일회성 제품까지 포함된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도록 만든 물건. 결국 파인 주얼리야말로 그런 궁극의 투자가 아닐까? (요점은 어려운 시기를 마주했을 때 드레스는 녹여도 돈이 되지 않지만, 주얼리는 언제나 그 가치를 유지할 거란 사실이다.)
“컬렉션 작품 개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블라지가 힘주어 말했다. “올바른 물건을 갖는 것이 중요하죠.” 그 올바른 물건 중 하나인 18K 골드로 된 거대한 물방울 모양 귀고리의 가벼움은 그 크기와 상반된다. “물건으로서 갖는 특이점, 그리고 옷과 어울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블라지가 설명했다. “단지 크기 때문에 무겁지 않아도 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한 방울의 물처럼 이 안에 전 세계가 반영되어 있어요.” 블라지는 귀고리의 윤곽이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şi)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여겼다. 엄격성과 대담함의 조합이 스튜디오 54 시절의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도 살짝 보이는 것 같다고 하자 그가 동의하며 웃었다.
“골드를 활용하는 ‘드롭’으로 시작했지만, 다이아몬드와 진귀한 스톤을 다루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블라지가 말을 이었다. 이를 위해 장미 장식을 다이아몬드 밴드에 둘렀는데, 이는 할머니의 ‘뚜아 에 모아(Toi et Moi)’ 반지에 대한 오마주다. “우리도 파베 세팅을 했지만, 고전적인 방식은 아니에요.” 대신 귀고리 하나에 놀랍도록 다양한 커팅을 적용했다. 고르지 않아야 다이아몬드가 빛을 다르게 흡수하기 때문이다.
물방울 모양 귀고리만큼 가벼운 데다, 하우스의 상징적인 인트레치아토 모티브가 녹아 있는 18K 골드 소재의 이브닝 백도 소개했다. 클럽에서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여차하면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런 파티를 제외한다면 세련된 찬장 위에 얌전히 올려두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골드 박스는 매우 흥미롭지만, 동시에 전통적이기도 합니다. 1930년대 미노디에르는 이렇게 만들었으니까요.”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할 때 부족함을 느끼는 일부 디자이너와 달리 블라지는 파인 주얼리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물 만난 고기 같았어요!” 그가 외쳤다. “장인과 열정, 이것이 바로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니까요.” 이 작품은 모두 블라지가 자주 여행했던 비첸차(Vicenza)에서 제작되었다. 지난 700년간 이탈리아 보석 제조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그들과 함께 일하고 다소 광적인 해결책을 떠올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항상 그들에게 ‘더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죠.”
게다가 블라지는 독특한 외관을 지닌 물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경매장과 벼룩시장에서 자랐고, 오랫동안 멕시코산 은화와 아르데코 작품을 수집해왔다. 블라지가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보여줬다. 벨기에의 작은 상점에서 발견한 범상치 않은 실버 팔찌였는데, 1940년대에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함께 일했던 린 보트랭(Line Vautrin)이 디자인한 것이다. 놀랍게도 팔찌 한쪽에는 경찰, 다른 한쪽에는 도둑 모티브가 장식되어 있다.
물론 예술가가 가진 상상력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디어가 모든 곳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한 쌍을 구입하면 목걸이로 변모하는 체인 팔찌는 램프나 샹들리에를 달 수 있는 빈티지 조명 체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 개의 고리는 기존 체인 디자인에 반항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다이아몬드로 생동감을 더한 가시 장식 골드 목걸이는 블라지가 3년에 걸쳐 완성한 정원의 화사함을 포착한 것이다. “밀라노 집에 있는 격자무늬 울타리에 뾰족하게 올라온 재스민이 그 위를 기어가듯 피어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해 보이는 긴장감이 좋았어요.”
만약 누군가 이 팔찌를 발찌로, 혹은 장미 장식 반지를 보디 체인으로 원한다면 가능할까? 물론이다. 약 650㎡ 규모를 지닌 이 궁전 뒤편에는 VIP를 비롯한 특별 고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 어떤 상상도 수용할 수 있는 아틀리에 서비스다.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블라지가 자신 있게 말했다. “장인들의 진정한 공예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죠.”
주얼리 컬렉션은 전 세계 보테가 베네타 플래그십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이 같은 퍼스널 옵션은 베니스를 방문할 때만 이용 가능하다. 시끌벅적한 군중으로 가득한 산 마르코 광장에서 조금만 걸어 나와 고요한 칸나레조 지역에 위치한 이 ‘피난처’에 도착하면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의 벤치, 조르지 잘슈핀(Jorge Zalszupin)의 ‘페탈라스’ 사이드 테이블 등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가 자리 잡고 있는 세상 말이다. 선반에는 하우스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가방, 블라지의 인상적인 업적 중 하나인 빛바랜 파란색 바지가 진열되어 있다. 진짜 데님처럼 보이지만 가죽으로 된 바로 그 옷이다.
가장 재치 있는 청바지부터 가장 실용적인 인트레치아토 토트백과 경쾌한 물방울 모양 금귀고리까지.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것은 완벽한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진 그 무엇도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를 내줄 수 없다는 블라지의 고집이다.
“2년 동안 작업 중인 바지가 있는데, 아직도 완성하지 못했답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시간을 충분히 갖는 편이 좋습니다. 회사에서도 말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아니라 며칠 단위로 계산하죠.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감성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요.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VK)
- 글
- Lynn Yaeger
- 포토그래퍼
- Andrew Jacobs
- 스타일리스트
- Tabitha Simmons
- 모델
- Sifan Hunde
- 헤어
- Panos Papandrianos
- 메이크업
- Yumi Lee
- 프로덕션
- Boom Produ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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