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속에 숨은 가짜, 가품 시계의 치밀한 거짓말
어느 때보다 가품 시계가 넘쳐나는 요즘, 위조품의 제작 수준은 이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몇 년간 에디터로 일하면서 목격한 가장 흥미진진한 현상은 시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내 가족과 친구들까지 생애 첫 시계나 입문용으로 적당한 브랜드를 묻곤 했다. 어떨 땐 이런 메시지와 함께 셀러브리티의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시계 좀 봐!”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시계 르네상스가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중고 시계 거래 플랫폼 베젤(Bezel)의 시계 사업본부장 라이언 총(Ryan Chong)과 이야기를 나눴다.
더 많은 사람이 시계에 관심을 가질수록 이 유행을 불법적으로 악용하려는 이들도 증가해왔다. 베젤은 2024년 상반기에 판매자들이 가져온 시계의 24%를 돌려보냈으며 이는 플랫폼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베젤이 매입을 거부한 시계 중에는 더 이상 착용하지 않아 처분할 목적으로 가져왔지만 소유주가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부터 정교하게 만들었지만 완전히 가품인 것까지 다양하다. 어느 때보다 많은 가품 시계를 볼 수 있으며 그중에는 정말로 잘 만든 것도 있다고 총은 고백한다. 그는 너무 정밀하게 만들어서 시계를 열고 무브먼트를 자세히 들여다본 후에야 가짜임을 판별할 수 있었던 롤렉스 스포츠 모델을 예로 들었다. 참고로 요즘 사기꾼들은 가짜 보증서를 만들기 위해 인쇄기도 사용한다. 총은 보증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오래된 진짜 보증서와 비교해보고 냄새를 맡는 것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총에게 시계의 진품 여부를 판별하는 과정과 최근 가품 시계가 증가하는 이유, 가품을 진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베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신은 플랫폼 역사상 가장 많은 가품 시계를 걸러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지난 5년간 시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셀러가 대거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그들은 시계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못하다. 참고로 우리가 말하는 가품이란 누가 봐도 명백한 위조품이 아니라 서비스 베젤이나 서비스 다이얼(수리 기간 동안 임시로 사용하는 베젤이나 다이얼)이 장착된 제품 같은 것으로, 그런 내용은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거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가 정의하는 진품 인증은 위조품이다 아니다라는 식의 흑백논리와는 다르다.
새로운 셀러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전문 중개인이 되려는 이들인가, 아니면 개인 소장품을 매각하려는 일회성 판매자인가?
전문적인 판매자들이다. 수십 년 혹은 최소 5년 이상 이 분야에 종사하면서 제품을 수급할 수 있는 공급원을 파악하고 확보한 판매자 집단은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물론 그들이 가진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정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시계의 가치와 시장, 시계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줄 모르고 올바른 판매 방법도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판매자가 밀려들고 있다. 당연히 전부 돈을 벌려는 거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추구하는 운영 방식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정품 인증을 거부하는 경우가 다양하다고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하위에 있는, 누가 봐도 가품인 시계가 궁금하다. 그런 시계가 많아졌나?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요즘 가짜 시계는 너무 빈틈이 없어서 경험이 아주 많아야만 가려낼 수 있다고 들었다.
우리가 본 대부분의 가짜 시계는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범주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태그호이어 같은 시계다. 고급 시계 가운데 입문 단계에 속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태그호이어 가품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접근 가능한 가격대 때문이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그만큼 제작 수량이 많다는 걸 알고 있고, 그 사실은 정교한 가짜를 만드는 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또한 태그호이어는 랑에 운트 죄네처럼 섬세한 수공 기술이 필요하거나 복잡하게 조립하는 시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교한 가품을 만들기가 더 쉽다.
게다가 시계 제조에 기계가 더 많이 사용될수록 복제도 더 쉬울 것이다.
그렇다. 그리고 가격대가 낮은 시계의 무브먼트는 구하기도 쉽다. 더 높은 가격대의 시계 시장에서 가품 시계가 많아지는 이유는 다양하며 시장에서 더 많은 가품 시계가 보인다. 그 이유는 가품을 제조하는 기계 기술이 발전했고, 시계 복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할까? 가품을 만들기가 쉬워서일까? 가짜 보증서나 상자가 너무 흔해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일부 판매상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가품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이유는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자나 보증서보다는 시계 자체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베젤 보고서에 나온 예는 진품 보증서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려고 한 것이다. 위조된 보증서를 구입하거나 제작하는 사람을 만난 적 있나?
2000년대 초반 이전에 나온 시계, 특히 롤렉스가 실제 종이 서류를 사용했을 당시의 모델은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가짜를 인쇄하기 위해) 인쇄기를 사용해 보증서를 제작하는 영상도 올라와 있다. 판매하려는 모델에 맞게 도장을 찍거나 일련번호를 새기는 영상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2000년대 이전에 제작된 롤렉스 시계를 확인 중이며 서류에 인쇄기와 도장, 일련번호가 있다면 어떻게 정품이 아님을 식별할 수 있을까?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종이의 질과 인쇄의 느낌으로 상당 부분 진품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진짜 롤렉스 서류에는 “이것은 진품 롤렉스 보증서에서만 볼 수 있으며 조작된 보증서에는 진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현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숨겨진 기호나 표시가 있다.
50달러짜리 지폐처럼 빛을 비춰보면 보이는 것과 유사한가?
그렇진 않다. 일치하지 않는 디테일 같은 거다. 시계는 퍼즐과 같다. 풀 세트 롤렉스가 있을 때 제품 설명서는 남미에서 온 것이고, 보증서는 아시아의 어느 지역이나 홍콩에서 온 거라면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 거기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되었으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과학적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깝다는 것이 흥미로울 뿐 아니라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여기 60개의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이걸 다 통과하면 진품이라고 보증해주겠다”는 식이 아니니까. 종이 품질까지 알아야 한다는 건 놀랍다. 독특한 기술이다.
그렇다. 시계를 다루면서 얻게 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제도적 지식인 셈이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말로 중요한 기술은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요즘 같은 시대에 흥미로운 점이다.
중고 신발 플랫폼 스타디움 굿즈(Stadium Goods)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감별 전문가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냄새를 맡는 것이다. 그는 정품 나이키 운동화에 사용하는 접착제 냄새로 가짜를 알아낼 수 있다.
우리도 종이 냄새를 맡는다. 1990년대에 제작된 롤렉스는 상자를 습한 장소에 보관하기 때문에 곰팡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어제 만든 보증서에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인증 과정을 전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내가 오늘 베젤에 시계를 맡기고 사진 등을 업로드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다음부터 어떻게 진행되나?
일단 신청 버튼을 누르면 검토 대기 중인 목록으로 분류된다. 우리는 백엔드에 전체 목록을 가지고 있으며 디지털 인증을 담당하는 팀원이 사진 속 시계가 참조 번호와 일치하는지, 실제로 존재하는 시계인지 확인한다. 업로드된 각 목록에 포함된 인증용 사진이 있는데, 시계를 특정 시간에 맞춰야 한다. 상자 안의 서류와 다른 액세서리도 목록에 기입된 내용과 동일한지 등도 확인한다. 그리고 다이얼 수리 여부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수리한 다이얼은 취급하지 않는데, 사용자 교육 차원에서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시곗바늘의 야광 처리가 교체되었거나 다이얼이 다시 야광 처리된 것도 확인한다. 다이얼의 노화 현상과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또한 체크한다. 대부분의 경우 크리스털에 스크래치가 있을 수 있다. 디지털 인증 과정에서는 무브먼트를 볼 수 없고 시계의 기능도 확인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은 대면 인증으로 진행해야 한다. 또 제작 시기에 맞는 베젤인지 확인한다. 다이얼, 시곗바늘, 브레이슬릿, 베젤, 잠금장치 등 시계의 모든 부분을 확인해 해당 제작 연도에 맞는지 가리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오래된 시계는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진에서 식별할 경우 그 내용도 언급한다.
진품 인증을 받지 못한 소유주에게 자신은 시계가 이렇게 조합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부품이 사용된 줄 몰랐다는 말을 듣기도 하나?
반응은 다양하다. 네오 빈티지 롤렉스를 잘 모르는 전문 판매상들은 완전히 무관심한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롤렉스를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 케이스는 롤렉스이고 브레이슬릿도 롤렉스인데, 같은 시기에 만든 게 아니라고 해서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아, 나도 알고 있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굳이 적을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건데, 지금까지 가품을 차고 있었던 건가?” 같은 반응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경매 회사에서 일할 때 그런 적은 있지만, 베젤에서는 많지 않다. 그런 일은 우리가 자주 판매하지 않는 아주 오래된 모델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인증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모든 시계를 분실 등록 제품과 대조한다는 것이다. 도난당한 시계가 들어오는 경우가 잦은가?
횟수가 점점 늘고 있으며 우리뿐 아니라 독립 판매상들에게도 해당된다. 꽤 자주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정확한 주기나 패턴 같은 건 없지만 3,000달러짜리 여성용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부터 매우 복잡한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우리는 들어오는 모든 제품의 일련번호를 대조한다.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누군가 도난품을 받아서 수리하러 가져가면, 대부분의 경우 시계가 압수되고 보상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나?
분실품인지 도난품인지에 따라 경로가 다르다. 대다수의 경우 도난당한 시계라면 보험을 청구하고 대부분 접수된다. 그럴 경우 보험 회사가 그 시계를 법적으로 소유하게 된다. 그래서 분실한 제품을 추적해서 보험사를 대신해 찾는 회사들이 있다. 도난당한 시계에 대한 경찰 신고가 아직 진행 중인 경우에는 경찰이 그 시계를 압수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분실 등록 제품의 대조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가?
적어도 한 달에 한 건 정도는 된다.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건은 최소한의 빈도를 말한 것이다.
요약하면 위조품 만들기가 쉬워지면서 베젤에서 인증하지 않는 시계도 많아지고 시계를 구입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잘 모르는 구매자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시계에 관심을 갖고 더 큰 수익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마지막 관점이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돈을 벌고자 하는 동기로 인해 가품 수량이 늘고 그런 분위기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떤 시계이며 얼마나 많은 양이 거래되는지 등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도 더 많아졌다고 본다. 그로 인해 위조품 제작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고 위조품 수준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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