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달랑, 이제 바지로 옮겨간 가방 꾸미기 트렌드
이제 취향은 더 자세하고 치밀해질 겁니다.
챗GPT가 일주일 출근 룩까지 대신 짜주는 요즘, 개인의 취향은 그 자체로 더 귀해졌습니다. 가방 꾸미기 트렌드가 이토록 우리 일상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죠. 대놓고 시선을 끌진 않지만 자세히 볼수록 한 사람의 취향이 점점 더 선명히 그려지거든요. 키 링, 인형, 스티커, 참, 체인, 스카프 등 작은 아이템 하나하나 신중히 고르고 배치했고요. 다이어리 꾸미듯이요. 한마디로 보는 재미도, 꾸미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주렁주렁’의 매력이 가방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벌써 새로운 영역을 정복하기 시작했더군요. 바지와 치마, 즉 하의로 말이죠.
최근 들어 이 스타일링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 남성 패션에서였습니다. 차 키, 라이터 홀더, 카드 지갑 등 간단한 소지품을 바지 벨트 걸이에 매달고 문밖을 나섰죠. 쉽게 말해 핸드백 대용이었던 겁니다. 멋도 멋이지만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스타일인 셈입니다.
브리티시 <보그>는 그중 등산용 고리이자 레즈비언의 상징적 아이템 역할을 하는 카라비너 클립을 강조했습니다. 카라비너로 벨트에 치마를 커튼처럼 고정한 초포바 로위나, 거대한 벨트로 활용한 마이클 코어스, 목걸이로 두른 사라 제시카 파커 등을 예로 들며 액세서리 스타일링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했죠.
기민한 패션 인플루언서들은 진작에 가방에서 하의로 옮겨갔습니다. 아직까지 가장 안전한 선택은 역시 청바지인 듯했죠. 치마 위에 각종 키 체인을 길게 늘어뜨린 이네스 실바의 실루엣은 한복 치마에 매단 노리개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린제이와 마리아의 미니 파우치는 비밀스럽고도 유용해 보입니다.
이 트렌드는 취향뿐 아니라 실용성과 기능성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확립하게 할 겁니다. 일단 매달고 들면 그만이었던 가방과 달리 하의는 내 몸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옷이니까요. 나름의 ‘큐레이션’이 필요한 작업이지요. 마침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는 ‘노 백‘ 스타일이 새로운 ‘잇 백’으로 떠올랐습니다. 내 몸에 알맞은 모양과 무게를 더 정확히 가늠해볼 기회가 온 거죠.
- 포토
- Instagram, GoRunway,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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