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에 갑자기
이미 포화 상태인 거리에 또다시 매력적인 공간이 우뚝 설 때, 서울의 끝없는 역동성에 놀라고 맙니다. 지난 8월 북촌에 등장한 예술 공간 푸투라 서울(Futura Seoul)에 이어 최근 삼성동에 등장한 새 전시 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Project Space Line)을 보며 든 생각인데요. 2008년 설립된 후 꾸준히 한국의 예술인과 문화 활동을 후원해온 라인문화재단에서 기획한 독립 전시 공간입니다.
바깥에서 보면 차가운 요새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 전시는 박기원∙박소희 2인전 <모든 조건이 조화로울 때>. 먼저 서울식물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베이징 갈레리아 콘티누아,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이며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박기원 작가가 전시장 3층을 차지합니다. 한지 위에 유채로 채색한 기존 ‘넓이’ 연작 23점에 올해 완성한 설치 작업 ‘허공 속으로’를 배치해 새로운 감상을 이끌어내죠. 전시장 1층은 박소희 작가의 단독 무대입니다. 플라워 스튜디오 엘트라바이(Elletravaille)의 대표이자 보태니컬 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그는 공간 전체를 점령하고 점점 증식하는 듯한 설치 작품 ‘COMPLEX_root’(2024)로 관객을 반깁니다. 공중에 매달린 이 작품은 식물 뿌리를 닮은 형상을 고개 들어 바라보게 하는 낯선 경험을 선사하죠.
하지만 공간의 백미는 박기원과 박소희 작가가 함께 준비한 2층입니다. 벽을 잠식한 LED 조명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 나오는 박기원의 설치 작업 ‘중정’(2024) 한가운데 유기체처럼 보이는 박소희 작가의 ‘Le sol_soil’(2024)이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하죠. 삼성동에 등장한 새로운 전시장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은 긴 시간에 걸쳐 준비한 밀도 높은 연구와 기획으로 서울의 예술혼을 더욱 풍요롭게 꽃피웁니다.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포토
- 라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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