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도시 여행자를 위한 뉴 럭셔리

2024.11.22

도시 여행자를 위한 뉴 럭셔리

“집처럼 아늑해서 좋았어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의 서현진 마케터가 이번 출장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물었을 때 툭 튀어나온 답이었다. 호텔에 머물면서 ‘집’처럼 아늑해서 좋았다니, 아차 싶었지만 진심이었다. 맛집 후기에 ‘집밥 같아서 좋다’라고 남기는 한국식 칭찬법이 호텔에도 적용될 줄은 나 또한 예상치 못한 바였으니까. 정확히는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후 오픈한 마리나 베이 샌즈의 새로운 럭셔리 스위트, ‘더 파이자 컬렉션’에 묵어본 소감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

파이자 손님만을 위한 전용 VIP 라운지에서 수월하게 체크인을 마친 후 버틀러를 따라가기만 하면 어느새 객실 앞에 당도한다.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방 곳곳을 비추는 태양 빛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의 모습과 드넓은 항만의 풍광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환한 빛이 나를 에워싼 순간, 방이 건네는 환영 인사처럼 느껴졌다. 객실 전체를 두른 영국 ‘프로멘탈(Fromental)’의 고급스러운 핸드메이드 자수 벽지와 보자마자 몸을 내던진 사부아 침대(Savoir Beds), 현지 장인인 빈드 아티잔(Bynd Artisan)의 맞춤형 가죽 제품까지 손 닿는 곳곳에 온기가 맴돈다. 리빙 룸과 베드 룸, 화장실, 파우더 룸까지 약 78㎡(24평)에 달하지만, 혼자 묵어도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는 호텔 방도, 자다가 깨지 않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이는 100평이 넘는 더 파이자 로얄 컬렉션 ‘더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앰배서더이자, 더 파이자 컬렉션(룸 타입은 전혀 달랐겠지만)에 묵었던 데이비드 베컴 또한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고 평했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더 체어맨 스위트’ 리빙 룸
마리나 베이 샌즈의 ‘더 프레지덴셜 스위트’ 리빙 룸
마리나 베이 샌즈의 ‘더 호라이즌 스위트’ 스파 룸

여행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럭셔리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걸까? 마리나 베이 샌즈의 새로운 브랜드 비전과 캠페인을 공개하는 기자회견 참석 후 이 화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기대 그 이상(Above Beyond)’으로 정하고 상상 그 이상의 럭셔리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담았다고 밝혔다. 마리나 베이 샌즈 최고 운영 책임자 폴 타운(Paul Town)은 “고객이 진화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럭셔리를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변화의 지점을 짚었다. 1,850개 이상의 객실, 1만1,7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거대 리조트에서 제공할 수 있는 럭셔리의 한계점이 분명 있었다. “집이나 소규모 고급 호텔에서 느끼는 하이엔드 럭셔리를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공항에서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를 타고 호텔까지 오거나, VIP 체크인한 뒤 버틀러가 방에서 제공하는 다과와 서비스를 즐기는 건 어디에나 있지만요. 프라이빗한 클럽 라운지에 이르기까지 전 여정에서 하이엔드 럭셔리를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했죠. 궁극적으로 사람을 중시하는 비즈니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서비스 접점을 새롭게 디자인하려 했죠. 호텔에 들어섰을 때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요.”

1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재투자를 통해 시설 개·보수를 단행한 것도 남다른 호스피탈리티를 선사하겠다는 비전에서 비롯됐다. 최상층에 위치한 체어맨, 프레지덴셜, 호라이즌 스위트를 포함한 5개의 ‘더 파이자 로얄 컬렉션’은 룸에 따라 다르지만 골프 시뮬레이터, 노래방 시설, 건식 사우나와 튀르키예식 목욕탕, 체육관, 마사지실 등을 갖추었다. 또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오리엔트 크라운(Orient Crown)의 금고, 그랜드피아노,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키친 등이 집에 온 듯한 무드를 낸다. 리브랜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로고나 웹사이트, 키 카드, 직원들의 유니폼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하고,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표준에 따라 프런트 직원 교육을 실시해 160명의 버틀러가 24시간 살뜰히 투숙객을 살핀다. 데이비드 베컴은 “가족을 챙기는 마음으로 일하는 마리나 베이 샌즈 사람들이 이곳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주죠”라며 “어젯밤 늦게 도착했지만, 걷는 것을 좋아해서 잠깐 둘러보고 왔어요. 11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만난 사람들과 건물이 여전히 있더라고요. 역시 가족처럼 저를 대해줬고요. 제가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예요”라고 말해 직원들을 기쁘게 했다. 폴 타운이 물리적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정서적 유대감’이 럭셔리 서비스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것과 맞닿아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아이린 린(Irene Lin)은 “특별한 문화를 즐기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한국 여성들에게 완벽한 웰니스 스위트인 호라이즌 스위트룸을 추천하고 싶어요”라며 “히말라야 솔트로 만든 벽과 전통적인 함만(Hamman) 스파, 체육관 등이 있어요. 자신을 온전히 돌볼 수 있도록 설계된 방으로, 머무르는 동안 기분이 정말 좋아지죠. 방도 무척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리조트 경험을 해보시길 바라요. 패션과 파인 다이닝 등 놀라운 세계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녀는 “비즈니스 여행객을 비롯해 가족, 커플 등 모두가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복합 리조트가 주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마리나 베이 샌즈
마리나 베이 샌즈의 ‘파이자 베이 스위트’ 베드 룸

도시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호텔과 미식, 쇼핑이 한곳에 있으면서도 세 가지 각기 다른 최상의 경험을 이끌어내는 곳은 드물다. 밀로스에서 먹은 아테네식 랍스터 파스타, 아트사이언스 박물관에서 본 지브리 전시,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든 크리스마스 라이트업 행사, 미슐랭 스타 셰프 테츠야 와쿠다(Tetsuya Wakuda)의 근사한 디너까지, 각각이 모두 만족스러웠던 까닭이다. 하지만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매일 아침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다. 잔잔하고 넓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그 순간.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 아침, 급한 일도 약속도 없이 오로지 평온한 쉼으로 가득한 내 방 침대 위처럼 느껴졌다. 발코니를 열어젖히고 따끈한 아침 해풍을 맞으며 생각했다. 싱가포르의 내 집으로 다시 와야겠다고. 이보다 더 호화스러울 순 없다고.

포토
Courtesy of Marina Bay S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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