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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이 이끄는 파리의 리빙 디자인 신

2024.11.22

루이 비통이 이끄는 파리의 리빙 디자인 신

루이 비통의 10월은 오랜 우정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아트 바젤 파리의 공식 파트너인 루이 비통은 그랑 팔레 발콩 도노르에서 프랭크 게리와의 협업을 기리는 전시를 열었다. 또한 2024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서는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상징 중 하나인 코쿤 체어를 꾸뛰르로 변모시켰다.

루이 비통과 프랭크 게리의 오랜 협업을 기념한 전시가 아트 바젤 파리 기간에 그랑 팔레 발콩 도노르에서 열렸다.

프랭크 게리의 20년

지난해 아트 바젤 파리(Art Basel Paris)를 찾았을 때만 해도 정식 명칭은 파리 플러스 파 아트 바젤(Paris+ par Art Basel)이었다. 아트 바젤이라는 전통적인 페어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다르게 불리고 싶어 하던 파리의 자존심, 역시나 2022년 뒤늦게 출범했음에도 단숨에 아트 페어계의 신성으로 등극했다. 이제는 미술계뿐 아니라 패션 브랜드의 새로운 각축장이 되었다. 파리 그랑 팔레 발콩 도노르(Grand Palais Balcon d’Honneur)에 들어서면 미술 작품을 보기에 앞서 어느 브랜드가 어떤 프로젝트를 선보였는지 살피고 입장할 정도니까. 루이 비통은 3년 연속 아트 바젤 파리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왔다. 올해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와의 오랜 협업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를 열었다.

루이 비통은 1854년 창립 이래 여러 현대미술 거장과 함께해왔다. 솔 르윗(Sol LeWitt),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세자르(César),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등과 예술과 패션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했다. 그중 프랭크 게리와는 20여 년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적 비전을 집약한 하얀 물고기 조각이 전시장 중앙부에 설치됐다.

지난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는 건축가이자 예술가 프랭크 게리가 직접 구상했다. 그랑 팔레에 들어서자 웅장한 계단에 하얀 물고기가 떠 있었다. 이 움직이는 조각은 프랭크 게리의 건축적 비전에서 보이는 강인함과 유연함의 결합을 상징하며, 기하학적 패턴으로 연결된 아치형 나무조각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는 전시된 다른 와시(Washi) 종이 작품과 더불어 프랭크 게리의 일본 시각예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프랭크 게리가 구성에 참여한 전시는 건축설계부터 가방 디자인까지 망라했다.

전시에서는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탄생 과정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21세기 건축 걸작은 2000년대 초반 게리가 구상을 시작했다. 게리는 투명성과 빛을 조각 재료로 사용하며, 2006년 드로잉과 스케일 모델을 거쳐 항해와 선박이라는 주요 주제를 건축물에 입혔다. 이 아이디어는 2019년 개관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 디자인에도 반영했다.

투명성, 비틀림, 가벼움이라는 개념은 프랭크 게리가 2021년 디자인한 루이 비통 향수병에도 도입했다. 이는 2022년 무라노 유리를 사용해 레 제디시옹 다르(Les Editions d’Art) 컬렉션으로 재출시했는데, 창작 과정을 담은 스케치도 함께 전시했다.

프랭크 게리가 참여한 익스클루시브 가방 또한 선보였다. 카퓌신 미니 블라썸과 미니 퍼즐 가방은 게리가 중시하는 투명성과 식물 형태를 갖추고 있다. 카퓌신 MM 콘크리트 포켓, 카퓌신 BB 쉬머 헤이즈, 카퓌신 BB 아날로그는 게리가 디자인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시애틀의 팝 컬처 뮤지엄, 뉴욕의 IAC 빌딩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디자인했다. 전시의 상징인 물고기 또한 가방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카퓌신 MM 플로팅 피시는 가죽에 물고기 비늘을 은은한 양각으로 표현했고, 카퓌신 미니 드로운 피시는 악어가죽 표면에 그 실루엣을 자수로 새겼다. 2014년 루이 비통 탄생 160주년을 맞아 제작된 ‘모노그램을 기념하며(Celebrating Monogram)’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트위스트 박스 또한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 모노그램 캔버스 트렁크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루이 비통과 프랭크 게리의 우정이 또 어떤 전시를 연출할지 기다려진다. 아트 바젤 파리,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 디자인 마이애미 어디든 그 각축장을 환기하는 무대가 될 듯하다.

2024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서 스튜디오 캄파나는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대표작 코쿤 체어를 브라질 민속 신화로 재해석한 코쿤 꾸뛰르를 공개했다.

신화가 된 코쿤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스튜디오 캄파나(Studio Campana)는 루이 비통과 2012년부터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함께해왔다. 그 과정에서 코쿤 체어와 마라카투 서스펜디드 캐비닛 같은 상징적인 작품도 선보였다. 루이 비통은 2024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의 공식 파트너로서 복합 문화 공간 LV 드림(LV Dream)에서 스튜디오 캄파나와의 작업을 기념하고, 루이 비통 아파트먼트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열었다.

전시를 앞두고 스튜디오 캄파나의 움베르토 캄파나(Humberto Campana)는 루이 비통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던 때를 회상했다. “1858년 제작된 루이 비통 트렁크를 살펴보니 내 창작물과 유사했어요. 루이 비통은 단순히 트렁크를 디자인하지 않고, 쌓기 쉽고 운반이 용이하도록 평평한 상단과 하단 구조로 구성했죠. 그 대담한 접근 방식에 깊이 공감했어요.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결단력이죠.” 이번 전시에는 구름에서 차용한 봄보카, 열대 꽃을 닮은 불보 체어, 소용돌이치는 꽃잎 모양의 메렝게 푸프, 그리고 2012년 캄파나 형제의 첫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작품인 마라카투 서스펜디드 캐비닛을 선보였다. 이 캐비닛은 브라질 민속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색상의 가죽 조각을 장식했다. 전시장에선 1984년 상파울루에 스튜디오를 설립한 캄파나 형제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We the Others>(2024)도 상영했다.

아마존강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뱀을 묘사하기 위해 장인 10명이 작업한 코쿤 꾸뛰르 보이우나.
코쿤 꾸뛰르 보이우나를 위해 장인들이 스팽글을 수놓고 있다.

무엇보다 코쿤 체어를 브라질 민속 신화로 재해석한 코쿤 꾸뛰르(Cocoon Couture)가 현장에서 공개됐다. 움베르토 캄파나가 조국 브라질의 전설과 신비로움을 디자인에 담아낸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공방과의 협업이 중요했다. 각 작품을 가죽, 깃털, 비즈, 금색 자수 등으로 덧입혀야 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열대우림의 전설적인 수호자의 이름을 따왔으며, 장인 6명이 한 달간 작업한 코쿤 꾸뛰르 쿠루피라.

코쿤 꾸뛰르 마틴타(Matinta)는 르마리에(Lemarié) 공방에서 제작했다. 신비로운 인물이 새로 변신하는 브라질 신화를 바탕으로 해, 파란색에서 검은색까지 반짝이는 깃털로 뒤덮여 있다. 코쿤 꾸뛰르 쿠루피라(Curupira)는 브라질 열대우림의 전설적인 수호자의 이름을 따왔으며, 장인 6명이 한 달간 작업했다. 수놓은 보석 위로 4만 개의 스팽글을 덧붙였다. 코쿤 꾸뛰르 이아라(Iara)는 물의 어머니를 상징하며, 흐르는 액체를 표현하기 위해 4,000개의 작은 유리 비즈를 바느질한 자카드 패치워크가 특징이다. 코쿤 꾸뛰르 보이우나(Boiuna)는 아마존강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뱀을 묘사하기 위해 장인 10명이 가죽을 손으로 직접 잘라 형태를 만들고, 스팽글을 무지갯빛 비늘처럼 수놓았다. 이 세 가지 버전은 인도의 아말(Amal) 공방에서 도맡았다. 코쿤 꾸뛰르 보토(Boto)는 밤의 강가에서 변신하는 아마존 신화 속 생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장인 장 프랑수아 르사주(Jean-François Lesage)가 인도에 설립한 자수 공방 바스트라칼라(Vastrakala)에서 모피에 메탈릭 금 자수를 놓았다.

신비로운 인물이 새로 변신하는 브라질 신화를 바탕으로 해, 깃털로 뒤덮인 코쿤 꾸뛰르 마틴타는 르마리에 공방에서 제작했다.

루이 비통 아파트먼트를 소개하는 특별전에선 메종이 추구하는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첫 번째 방은 ‘프랑크 추 디자인’의 젊은 설립자 프랑크 추(Frank Chou)가 맡아 유려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다음 공간에서는 이스라엘 출신의 명망 있는 듀오 디자이너 로우 에지스(Raw-Edges)의 빈다 암체어, 자넬라토/보르토토(Zanellato/Bortotto)의 바스켓 커피 테이블 등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핵심 가구가 자리했다.

테이블웨어로는 새로운 아트 오브 다이닝 컬렉션이 배치됐다. 모노그램에서 영감을 받은 별자리 도자기 컬렉션, 최근 보르비콩트(Vaux-le-Vicomte)에서 공개된 반짝이는 트롱프뢰유 효과의 스플렌더 세트, 무라노 유리로 만든 트위스트 잔과 플라워 물병 또한 선보였다. 침실에는 로우 에지스의 돌스 체어가 놓이고 에드워드 바버(Edward Barber)와 제이 오스거비(Jay Osgerby)의 벨 램프가 아늑한 조도를 완성했다. 루이 비통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집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물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코쿤 꾸뛰르 이아라는 4,000개의 작은 유리 비즈를 바느질한 자카드 패치워크로 흐르는 액체를 표현했다.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접하면, 보기 좋은 가구나 소품을 공간에 들이는 것을 넘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해갈지 고민하곤 한다. 고향의 신화를 코쿤 체어에 담아낸 스튜디오 캄파나의 이번 프로젝트 또한 내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들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VL)

    피처 디렉터
    김나랑
    COURTESY OF
    LOUIS VUITTON
    SPONSORED BY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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