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무관한 자기만의 취향을 가질 수 있도록” 리빙 숍 박국이
풍족한 소유와 행복은 무관하다는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이 1965년 발간된 후 취향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왔다. 서울숲에 자리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박국이’의 박국이 대표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은 트렌드의 변화가 너무 빠르잖아요. 거기에 맞춰 소비하다 보면 남들도 다 갖고 있는 물건을 아주 비싸게 사게 될 뿐이죠. 그건 자기 취향과도 무관하고요.” 어렸을 땐 힙합과 농구 문화를 탐닉하고, 한때 건축가가 되기를 꿈꾼 박국이 대표는 많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손에 넣는 즐거움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갈고닦아왔다. 신학교를 다니고 목사가 된 후에도 ‘바버샵’ 같은 차분한 강단이 느껴지는 국내 편집숍을 꾸준히 드나들었다. “맨 처음엔 빈티지 가구에 눈길이 많이 갔어요. 한국인은 보통 무채색 소품을 선호하는데 저 역시 그랬죠. 그런데 취향이 점점 바뀌더라고요.” 5년 전, 서촌 구옥의 10㎡(3평) 남짓한 공간에 당일치기로 공수해온 이사무 노구치의 조명을 주렁주렁 매달아 꾸민 쇼룸이 그의 첫 번째 쇼케이스.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자 <보그 코리아> 아트 디자이너인 아내와 함께 도쿄,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등 세계 곳곳을 탐방하며 하나둘 모은 것들을 처음 선보인 자리였다. “빈티지 제품이며 포스터 등 순식간에 물건이 다 팔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자신감을 얻었죠.” 일러스트레이터 출신 공예가 소피 알다의 새파란 세라믹은 취향의 변곡점에서 만난 사물이다. 이후 화려한 색감과 이색적인 패턴으로 편안한 공간에 포인트를 줄 만한 사물을 점점 더 과감하게 들여왔다. 그렇게 서울숲에 안착한 ‘박국이’의 풍경은 점점 다채로워지더니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그의 신선한 취향 덕분에 알록달록한 ‘파르크 파르돈(Park Pardon)’ 마스크와 최근 뮤지션 정재형의 마음을 사로잡은 포르투갈 브랜드 카사 쿠비스타(Casa Cubista)의 식기도 유일무이하게 국내에서 만나게 됐다. “최근 아웃렛에서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바튼웨어의 토마토색 패딩을 샀는데 아주 만족스럽더라고요. 남들이 잘 안 사는 걸 멋지게 소화하는 것, 그게 소비의 즐거움인 것 같아요. 더 많은 이가 유행과 무관한 자기만의 취향을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직 주목받지 못한 공방과 아티스트를 더 많이 소개할 계획입니다.”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포토그래퍼
- 박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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