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 아름다움이 되살아난 보석
자연과 야생, 그 본능적 아름다움이 보석으로 되살아났다.
때로는 압도적인 기운을 느낄 때가 있다. 절대적인 규모에서 오는 놀라움 혹은 예상외의 아름다움을 마주칠 때의 경탄이 그 경험에 가깝다. 지난 11월 4일 상하이 푸동 지역에 자리한 상하이 박물관 동관에서 그 두 가지를 모두 느껴볼 수 있었다. 갑골문자를 형상화한 거대한 대리석 건물은 물결처럼 일렁이는 외관부터 인상적이었다. 출입구를 오가는 사람이 미니어처로 보이고, 거대한 ‘인민광장’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중국의 규모를 실감하게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또 한 번 압도적인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까르띠에가 20년 만에 같은 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전시 <까르띠에, 마법의 힘>이 그날 오전 막을 올렸다. 전설적인 배우 공리가 함께한 행사에 이어 살펴본 전시에는 까르띠에 역사 17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영감을 얻은 주얼리 300여 개와 중국 보물 30점이 한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티스트 차이 구어 치앙(Cai Guo-Qiang)이 AI의 도움으로 완성한 전시장 풍경에서 미래의 산수화가 떠올랐다. 까르띠에가 장 콕토에게 헌정한 ‘아카데미 프랑세즈 학술원 회원의 검’은 그 중심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에메랄드와 루비, 다이아몬드와 오팔, 오닉스와 골드 등으로 장식한 칼은 중국과 프랑스의 완벽한 만남이었다. 프랑스와 중국 수교 60주년 기념 전시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루 전날, 강 건너 와이탄에서도 또 다른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여름 비엔나에서 선보인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컬렉션 ‘나뛰르 소바쥬(Nature Sauvage)’의 두 번째 챕터를 공개하는 현장이었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10년에 걸쳐 복원에 힘쓴 옛 상하이 공보국 건물은 널따란 중정을 품은 채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만난 건 까르띠에가 새롭게 정의하는 자연과 야생이라는 아이디어였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건 포도알처럼 이어지는 초록빛 칼세도니 비즈 사이에 나비가 자리한 듯한 디자인의 ‘크리세이스(Chryseis)’ 목걸이. 그 끝엔 63.76캐럿의 루벨라이트가 붉은빛을 내보이고 있었다. 까르띠에 메종의 특징 중 하나인 레드와 그린, 블랙의 만남이 인상적인 디자인이었다. 동물에 대한 찬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슈가로프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로 악어의 입체적인 비늘을 묘사한 ‘시바야(Sibaya)’ 목걸이, 초록빛 에메랄드 눈빛이 반짝이는 코끼리 얼굴을 담은 ‘바마나(Vamana)’ 목걸이, 초록빛과 붉은빛 열매 사이에 숨은 팬더를 표현한 ‘팬더 샤뚜와양트(Panthere Chatoyante)’는 메종이 내세울 만큼 압도적인 완성도가 돋보였다.
“까르띠에는 동물 세계를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경이와 도전, 세련미를 선보입니다.” 까르띠에의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클린 카라치(Jacqueline Karachi)는 보도 자료를 통해 컬렉션의 특징을 요약했다. 이 주얼리 컬렉션은 동물의 몸놀림, 개성, 생동감을 보여주는 풍성한 표현으로 가득합니다. 그래픽적 디자인과 볼륨감을 활용해 착시를 일으키는 상상 속 풍경에 녹아들죠. 이것이 바로 ‘나뛰르 소바쥬’의 정신입니다.” 중국의 자연을 닮은 현장 디자인 역시 인상적이었다. 청두에서 직접 옮겨온 대나무, 장예 단샤 국립 지질 공원에 있는 오묘한 컬러의 바위산, 리장 옥룡설산의 옥색을 끌어온 공간에서 까르띠에의 보석은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
“중국에서 받은 영감이 더욱 특별한 것은 중국 문화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까르띠에의 이미지·스타일·헤리티지 부문 총괄 피에르 라이네로(Pierre Rainero)는 이번 전시와 컬렉션에서 만날 수 있는 중국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신화적인 동물, 고대 시가 등 다양한 요소가 까르띠에 하우스에 영향을 끼쳤다. “옥의 사용, 적색과 흑색 등이 까르띠에 스타일에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까르띠에와 중국의 만남이 ‘나뛰르 소바쥬’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 것은 자연스러웠다. 전혀 다른 두 문화가 만나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생명력을 얻는 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다. (VK)
- 에디터
-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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