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패션쇼의 프런트 로에 앉을 기회, ‘인벤팅 더 런웨이’
수십 년 전의 런웨이와 지금의 런웨이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릅니다. 형태는 물론 의미도 바뀌었죠. 이제 누구나 휴대폰만 있다면 라이브로 쇼를 볼 수 있고, 쇼가 끝나자마자 SNS에는 각종 감상 평이 업로드됩니다. 하지만 변치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트렌드는 여전히 런웨이에서 탄생하고, 디자이너는 자신의 메시지를 런웨이를 통해 전한다는 거죠. 런웨이란, 하이패션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보그>가 새로운 몰입형 전시 <인벤팅 더 런웨이(Vogue: Inventing the Runway)>를 주최합니다. 런던 라이트룸(Lightroom)에서 열리는 전시의 취지는 런웨이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높이 12m, 479㎡(145평)에 달하는 라이트룸을 채운 거대 스크린을 통해서 말이죠. 관람객은 기나긴 패션사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안나 윈투어도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는데요, 때때로 런웨이 자체가 옷보다 강렬한 메시지가 된다는 말과 함께 “<인벤팅 더 런웨이>는 쇼장 프런트 로에 앉은, 특별한 기분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라이트룸에서 재생되는 영상의 큐레이팅은 <보그>가 맡았습니다. 1892년 창간한 <보그>야말로 가까이에서 런웨이의 진화 과정을 지켜봐온 매거진이니까요. <보그>는 디자이너 총 60명이 선보인 쇼를 직접 선정했고, 내레이션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습니다.
패션쇼의 역사는 18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뜨 꾸뛰르의 아버지’로 알려진 디자이너 찰스 프레데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가 여성에게 옷을 입혀 손님에게 선보인 것이 시초였죠. ‘하렘 팬츠’를 발명한 폴 푸아레(Paul Poiret)는 연극에서 영감을 받은 쇼를 선보였고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무슈 디올이 제안한 ‘뉴 룩’은 패션쇼의 민주화를 불러왔습니다.
<보그>를 비롯한 매거진이 패션쇼를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입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슈퍼모델의 시대가 도래했고요. 2000년대에는 인터넷이라는 신문물이 대중을 런웨이로 초대했죠. 지금의 패션쇼는 어느 때보다 다채롭습니다. 칼 라거펠트의 펜디는 2007년 만리장성에서 쇼를 선보였고, 지난해 디올은 뭄바이의 시장을 찾았죠. 마르지엘라는 파리 외곽의 자그마한 어린이 놀이터에서 쇼를 선보이며 명성을 얻었고요.
<인벤팅 더 런웨이>는 지난해 2월 개관한 라이트룸이 최초로 선보이는 패션 전시입니다. 라이트룸에서는 주로 예술, 음악, 영화, 과학을 주제로 몰입형 전시가 열렸죠. 최근에는 톰 행크스가 내레이션을 맡은 나사의 달 탐사 관련 전시 <더 문워커스(The Moonwalkers)>, 데이비드 호크니의 일생과 작품을 되돌아보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라이트룸의 프로덕션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사벨(David Sabel)은 영상과 사진, 일러스트레이션은 물론 음악까지 매개체로 활용하는 패션이 몰입형 전시를 선보이기에 더없이 훌륭한 소재라고 언급하며, 함께 기획할 파트너는 <보그>밖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벨은 패션쇼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접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현장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인원은 여전히 극소수라고 말합니다. 그는 “프런트 로에서 쇼를 감상하는 일, 쇼가 끝나자마자 백스테이지로 달려가는 일은 정말 특별한 경험입니다. 관람객이 <인벤팅 더 런웨이>에서 그 기분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영상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퍼렐의 루이 비통 데뷔 컬렉션입니다. 1,750명이 참석하고,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넘는 이들이 감상한 바로 그 컬렉션이죠. “모두가 초대받은 인원입니다”라는 마무리 내레이션처럼 패션쇼는 이제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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