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만큼 대중에게 첫인상이 다양한 화가가 있을까? 호퍼의 첫인상은 그의 그림이 아닐 수도 있다. 회화부터 사진,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오마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Nighthawks'(1942)는 한 번쯤 스쳐 지나가며 볼 수 있는 이미지다. 호퍼가 그린 원작을 알고 현대 문화 곳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은 욕심나는 교양이다. 그런 호퍼의 작품 세계를 연대기로 떠먹여주는 비주얼 아트멘터리 <에드워드 호퍼>가 27일 개봉했다. 에드워드 호퍼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잠깐 멈칫했다면 관람하는 건 어떨까? 호퍼를 비로소 처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에드워드 호퍼는 지금의 명성과 달리 처음부터 주목받은 작가가 아니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미술 세계를 차근차근 구축해나갔다. 잘 팔리지 않던 그림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많이 팔리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온 호퍼의 이야기는 사시사철 날씨가 어떻든, 매일 아침 주어진 일을 해낸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설령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으니 한 해를 마무리하며 보기에 알맞은 이야기다.
에드워드 호퍼는 그림뿐 아니라 삶의 태도로도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줄 만한 ‘성공한’ 예술가지만, 그렇다고 일반인과 거리가 먼 별세계의 인물은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30cm나 키가 커버려서 또래와 다른 모습 때문에 소심해졌다거나, 어린 시절 창밖에는 어떤 풍경이 보였는지, 첫사랑의 실패, 이후에 만난 연인을 평생의 동반자로 확신한 순간, 그 동반자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 호퍼를 좋아하거나 미워하며 94분 동안 호퍼의 삶에 몰입할 수 있다.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는 호퍼의 말마따나 어떻게 한 편의 영화로 다 묘사할 수 있겠는가마는 이제 호퍼를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게 됐다는 건 분명하다. 인간 에드워드 호퍼와 그의 그림이 주는 감정의 진폭으로 빼곡한 <에드워드 호퍼>는 전국 메가박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 글
- 유재경(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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