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의 음악이 흐르던 밤, 재현과 함께
음악이 흐르는 성수동의 리드미컬한 밤.
“뾰족한 요술 부츠는 뭐야?” 친척들과 함께 옛날 사진첩을 꺼내 보며 추억에 잠겨 있을 때였다. 큼지막한 복고풍 안경에 광택감 있는 가죽 재킷과 나팔바지를 입고 이름 모를 찻집에서 DJ로 활약 중인 사진 속 낯선 남자는 분명 작은아버지였다. LP광이었던 작은아버지는 과거의 모든 음악을 수집하고 그 패션을 따라 하는 패셔니스타였다. 지금도 꾸준히 패션 화보에 등장하는 프린지 장식 가죽 재킷과 부츠가 만들어낸 1960년대 브리티시 팝부터 1970년대 데이비드 보위의 펑크와 글램 룩이 그 사진첩에도 존재했다. 그리고 다음 사진첩엔 2000년대 힙합 신에서 유행하던 오버사이즈 룩을 즐겨 입는 내가 등장했다.
패션과 음악엔 공통점이 있다.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기록한다는 것. 그래서 패션과 음악이 만나면 힘은 더 강해진다. 사진첩 속 패션에 영감을 준 글램 록과 힙합만큼 지금 음악 산업에서 K-팝은 빠질 수 없는 상징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고 이를 증명하듯 여러 패션 하우스가 K-컬처를 찾아 서울에서 야심 찬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프라다 역시 글로벌 음악 프로젝트 ‘더 사운드 오브 프라다(The Sound of Prada)’의 장소로 서울
의 핫 플레이스 성수동을 선택했다.
‘더 사운드 오브 프라다’는 음악 장르를 통해 브랜드와 문화, 사회의 연결 고리를 탐구하고 전 세계 음악 문화를 기념하는 프로젝트다. 2019년 파리의 소셜 클럽(Social Club)에서 시작해 2021년 런던 테이트 모던의 ‘더 탱크스(The Tanks)’를 거쳐 2022년에는 칸의 상징적인 클럽 ‘르 스피크이지(Le Speakeasy)’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캔디성수(Candy Seongsu)’에서 그 여정을 이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적인 아티스트이자 DJ 피위(DJ Pee .Wee)로 알려진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직접 디렉팅을 맡아 서울을 찾았다.
“서울의 소리는 저에게 낮이나 해 뜰 무렵, 평화로운 순간의 감정을 느끼게 해줍니다. 자주 방문하는 도시지만 서울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건 오랜만입니다.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파티를 즐길 수 있어 기대됩니다.”
약 1,130㎡(340평) 규모의 ‘캔디성수’는 앤더슨 팩이 언급한 것처럼 해가 뜰 무렵의 낮을 표현하듯 붉게 물든 조명만이 어두운 공간을 비췄다. 파티를 축하하기 위해 하우스의 앰배서더 엔하이픈과 재현, 사카구치 켄타로, 김태리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총출동했음은 물론 ‘프라다와 서울의 소리’를 경험하려는 사람들로 파티장은 입구부터 인산인해였다. <보그>는 입대를 앞두고 행사에 참석한 재현와 함께였다. 그는 행사 당일 새로운 곡 ‘Unconditional’을 발표했는데 “방금 사랑하는 그녀에게 줄 프라다를 샀어”라는 가사로 프라다 앰배서더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열광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사랑하는 음악과 패션을 온몸으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을 한창 포착하고 있을 무렵, 붉은 조명과 뿌연 연기 사이로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앤더슨 팩과 그의 밴드가 만들어낸 비트였다. 낭만적인 트럼펫 사운드와 한국 아티스트 DJ 스프레이(DJ Spray), 도쿄 기반의 DJ 마유라쉬카(DJ Mayurashka)가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을 혼합한 음악을 선보였다. 이날 무대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공연 말미에 등장한 스페셜 게스트 크러쉬(Crush)였다. 그와 앤더슨 팩의 협업 무대로 춤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환호와 열기가 ‘더 사운드 오브 프라다’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뜨거운 열기가 채 식기 전, 행사장 밖으로 나오니 가을밤의 선선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조금 전 일이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귀를 자극하는 음악이 들리지 않아서일까? 허전함을 달래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AI 앱을 켰다. “프라다가 포함된 노래 검색해줘.” 돋보기 모양 아이콘을 누르자 다수의 노래와 설명이 스마트폰 액정을 가득 채웠다. “이 곡은 프라다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고급 브랜드에 비유하며 그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두 아티스트는 프라다를 언급하며 부와 성공을 나타냅니다.” ‘‘이 외에도 프라다를 언급하는 다양한 곡이 있으니, 관심 있는 곡을 찾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오늘 추가된 플레이리스트를 눌렀다. 역시, 패션과 오늘의 기억이 추가된 음악은 더 강력했다. (VK)
- 에디터
- 가남희
- 포토그래퍼
- 양중산
- COURTESY OF
- PRADA
- SPONSORED BY
-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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