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당신이 레스토랑 예약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_2024 미식 트렌드

2024.11.30

당신이 레스토랑 예약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_2024 미식 트렌드

음식이 경험이자 놀이, 이동의 목적인 시대다. 서울의 식당은 점차 젊어지고, 야식보다 조식이 떠오르며 푸드 홀 3세대가 시작됐다. 뉴욕 레스토랑은 예약 각축전을 벌이며, 버려지는 음식으로 마련하는 디너는 주요 옵션이다. 서울과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의 식탁 뉴스.

Subodh Gupta, ‘10pm’, 2013, Oil on canvas, 20×28×2.5cm

뉴욕의 한국식 치킨 레스토랑 꼬꼬닭을 예약하려면 몇 주가 걸릴지 모른다. 근사한 식사를 위해 매번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들의 예약 시스템 비하인드.

사람은 모두 어딘가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뉴욕에서 이곳은 보통 레스토랑이다. 뉴욕은 긴 근무시간, 코딱지만 한 부엌, 좁아터진 아파트가 있는 곳이기에 외식이 잦다. 게다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트가 있어서, 야근을 해서, 친구가 동네에 놀러 와서, 새해 전야라서, 아니면 뭘 만들어 먹기 너무 피곤해서, 해고당해서, 기념일이라서, 연인과 헤어져서 등등 외식할 이유는 언제나 있다. 하지만 뉴욕에서 괜찮은 레스토랑 자리를 예약하기란 쉽지 않다. 평이 괜찮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찾고 있나? 차라리 하나 차리는 게 쉬울 것이다. 수제 버거집? 행운을 빈다. 새로 생긴 프랑스계 한국인의 프라이드치킨 가게? 몇 달 치 예약이 꽉 차 있다.

뉴욕에서 이웃집 레스토랑은 더 이상 이웃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에이프릴 블룸필드(April Bloomfield)와 가브리엘 스털만(Gabriel Stulman)이 포트 그린(Fort Greene)에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 세일러(Sailor)는 소호, 애스펀, 이스트 햄프턴 지역 주민이 14일 전에 예약을 싹 쓸어간다. 맛집 리스트나 틱톡을 뒤적거리다 이곳을 발견한 사람들일 것이다. 여기를 예약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리를 맡고자 하는 날의 14일 전 오전 10시 59분에 이곳 홈페이지에 로그인하고 기다리다, 자리가 풀리는 동시에 클릭하고 예약됐기를 기도한다. <뉴욕 포스트>는 다운타운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로마식 레스토랑 로시올리(Roscioli)를 두고 “뉴요커는 이 이탤리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빌고, 뒷돈을 주고, 애걸복걸한다”고 썼다.

팬데믹 이후, 그렇지 않아도 어렵던 예약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친구나 가족을 만나는 것보다 레스토랑 가는 것을 더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에 예약 대란, 그중에서도 특히 뉴욕에서 가장 북적인다는 150개 레스토랑의 예약 대란을 피하기 위해 비용을 받고 예약의 번거로움을 대신해주는 새로운 업체, 기술 기획자, 디지털 심부름꾼이 등장했다. 이 새로운 세계의 질서 속에서 좋은 자리 예약은 화폐 같은 가치를 지닌다. 최근 클럽 밀집 지역인 웨스트 빌리지의 스테이크하우스, 포 찰스 프라임 립(4 Charles Prime Rib, 포 찰스)의 예약 확인서가 힌지(Hinge)나 틴더(Tinder) 프로필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비서, 컨시어지, 집사. 부자는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예약을 해왔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1950년대엔 르 파비용(Le Pavillon), 1960년대엔 포시즌스(Four Seasons), 1970년대엔 사인 오브 더 도브(Sign of the Dove), 1980년대엔 르 시르크(Le Cirque), 2000년대에 들어서는 퍼 세(Per Se)처럼 특권층만 갈 수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레스토랑을 예약하려면 전화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레스토랑 커리어 내내 한 일이 바로 그거였어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일했던 마이클 체키 아촐리나(Michael Cecchi-Azzolina)의 말이다. 예약 접수 담당자는 신호음이 네 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도록 훈련받았다. 명단에 예약자 이름을 받아 적는데, VIP의 경우 이름에 밑줄을 두 번 쳤다. 단골손님이나 유명인이 예약하지 않고 나타나더라도 체키 아촐리나는 대개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레스토랑 업계에는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있어요. 예약을 취소하거나, 늦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줄 방도가 생기죠.”

2014년 온라인 예약 사이트 레지(Resy)를 공동 창업한 벤 레벤탈(Ben Leventhal)이 저녁을 같이 먹으며 새롭게 달라진 레스토랑 예약 생태계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레지를 인수한 2019년 그곳을 떠났고, 이후 블랙버드(Blackbird)라는 앱을 만들었다. 블랙버드는 예약을 대신 잡아주진 않지만, 고객에게 레스토랑 마일리지 포인트를 보상으로 제공한다. 앞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뉴욕의 일반적인 레스토랑 손님은 큰 불이익을 받는 걸 모르고 있어요.” 그는 뉴욕에서 예약하기 어려운 곳 중 하나인 동부 55번가 랄프 로렌의 폴로 바(Polo Bar)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예약은 그가 했다.) 약속 시간이 되어 승마 테마로 꾸민 바에 들어서자 푸른색 정장 차림의 그가 보였다. (이곳에선 음료만 마시는 것도 예약이 필요하다. 낙타털 코트를 입은 여자 지배인이 거절당하는 데 익숙지 않아 보이는 잘 차려입은 커플을 정중히 돌려보내는 모습도 봤다.) 레벤탈은 테킬라를 주문하더니 ‘예약 생태계 구조’라고 말하면서 칵테일 냅킨에 바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예약을 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 이메일, 인스타그램 DM, 직접 말하기(“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다음번 예약을 잡고 나가는 거예요. 굉장히 좋은 방법이죠”), 아는 사람(지배인, 셰프, 심지어 서버나 코스 요리사)에게 문자 넣어두기, 호텔 컨시어지 활용하기(15 허드슨 야드, 432 파크 애비뉴처럼 일부 레지던스 건물은 자체 컨시어지가 있다), 프리미엄 신용카드사의 서비스 활용하기, 중고 거래에서 구하기, 해당 레스토랑 웹사이트에서 예약하기, 온라인 예약 시스템 활용하기. 레벤탈은 가장 흔한 좌석 예약 방식인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민주주의의 영역, 선착순의 영역”이라 묘사했다. 그러더니 씩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론상으론 그렇죠.”

우리 옆을 지나가던 매니저가 레벤탈을 알아보고 뭐가 한가득 적힌 칵테일 냅킨을 보며 물었다. “수학 문제 푸는 중인가요?”

“레스토랑 예약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중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그건 예술의 영역이자, 테트리스 게임이죠.” 30대로 보이는 금발의 여자 매니저가 말했다. “고객에게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걸 즐기는 매니저도 있어요. 하지만 보통은 그런 말을 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죠. 사람들은 ‘제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어도 안 된다고 할 건가요?’라고 하는데, 그러면 저도 그렇게 말하죠. ‘근데 아니잖아요?’”

레지가 처음 출시됐을 때, 이 앱은 레스토랑 이용객 평균 결제 금액의 약 10%를 예약 비용으로 받고 자리를 판매했다. (<타임스>는 이를 “뉴욕 고객 접대의 퇴보로 이어지는 다음 단계”라 언급했다.) 대중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린 레지는 그 후 레스토랑에서 다달이 약간의 수수료만 받고 이용객이 예약하는 데는 돈을 받지 않는 식으로 사업 모델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일엔 근본적으로 대가가 따른다는 고객도 있어요.”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든 걸 다 돈으로 살 수 있어선 안 되죠. 그러면 사람들이 폭발해버릴 겁니다. 폴로 바에 전화를 걸어 ‘거기 입장하는 데만 얼마가 드나요?’라고 묻는 세상이 와서는 안 되잖아요.”

하지만 폴로 바에 전화해 15분간 대기한 다음 예약하고 온라인에서 되팔 순 있다. (레벤탈은 이날 나를 만나기 전, 폴로 바의 오후 5시 예약석이 400달러에 올라온 시타(Cita) 페이지를 캡처해 문자로 보냈다.)

Subodh Gupta, ‘6:30pm’, 2013, Oil on canvas, 20×28×2.5cm

2021년 5월, 무슨 수를 써도 네바다 차량관리국의 운전면허증 갱신 예약을 잡을 수 없었던 33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조나스 프레이(Jonas Frey)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때 전 ‘대기 줄을 돈을 주고 살 수 없다니 말이 돼?’라고 여겼어요.” 두 달간 속옷 차림으로 밤새워 코딩에 전념한 끝에 프레이는 예약을 사고파는 온라인 거래소 어포인트먼트 트레이더(Appointment Trader)를 론칭했다. 개인적인 쇼핑부터(파리 에르메스 본점 쇼핑이라든가), 진료 예약(마이애미와 베벌리힐스의 인기 의료 서비스 등), 전 세계 레스토랑의 자리 예약까지, 모든 종류의 예약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어포인트먼트 트레이더 홈페이지를 보면 초창기 인터넷 웹사이트의 모습이 떠오른다. 번쩍거리는 배너부터 단순한 메뉴까지, 이베이의 1995년 모습 같다. “웹사이트 디자인이 별로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요.” 프레이는 그래도 사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어포인트먼트 트레이더는 지난 12개월 동안 약 600만 달러의 예약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두 배 늘어난 것이었다. 신규 사용자들은 예약을 사고팔기 위해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계정을 만든다.

예약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지역별로 정리된 레스토랑 목록을 훑어볼 수 있다. 프레이는 예약 요청 건수에 기반해 가장 인기 많은 곳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뉴욕에서는 포 찰스, 타티아나(Tatiana, 링컨 센터에 있는 아프로-캐리비언 식당), 꼬꼬닭(Coqodaq, 플랫아이언 인근의 한국식 치킨 레스토랑)이 현재 상위에 랭크돼 있다. 사용자들은 일정 금액을 내고 ‘즉시 예약 가능한 좌석’을 구매하거나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 자리에 입찰할 수 있다. 그러면 개별 리셀러들이 그 입찰을 받아들여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좌석 예약을 따온다. 그리고 구매자는 그 예약석에 들어설 때 식당 측에 말해야 하는 예약자명을 전달받는다. (이러다 보니 호스트 스탠드에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특히 데이트하러 온 커플인데 남자가 구매 대행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서 예약자명으로 다른 여자 이름을 대야 하고, 예약자 전화번호도 더듬거릴 땐 더 그렇다.)

레스토랑 예약의 기원은 레스토랑의 기원보다 더 혼탁하다. 레베카 L. 스팽(Rebecca L. Spang)은 저서 <레스토랑의 발명: 파리와 현대의 미식 문화(The Invention of the Restaurant: Paris and Modern Gastronomic Culture)>에서 18세기 파리나 런던에서 외식을 한다는 것은 선술집에 가서 공동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선착순으로 먹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미국에서 예약은 다음 세기로 넘어온 뒤 크리스마스, 새해 전야, 선거일 밤처럼 특별한 날 외식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조금 더 흔해졌다. 더 흔하게는 부유한 남자들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을 선점해두곤 했다.

20세기로 넘어와 중산층이 성장하고 교외화 현상이 진행되고 신문에 레스토랑 평가란이 출현하면서 전화로 예약하는 것이 표준 관행이 되었다. 물론 인터넷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19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어 영화, 렌터카, 호텔, 항공사가 사전 예약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옮긴 후 새비다이너닷컴(Savvydiner.com) 같은 웹사이트가 레스토랑 예약을 중개하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이용을 원하는 고객이 웹사이트의 예약 버튼을 클릭하면 새비다이너닷컴 직원이 레스토랑 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어 좌석을 예약했고, 지배인은 예약자 명단을 펼쳐 아직 한 시대의 종말을 가속화하지 않는 사람들 이름 옆에 그 고객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1999년에는 RSVIP닷컴(RSVIP.com), 리저브마이테이블닷컴(Reservemytable.com), 푸드라인닷컴(Foodline.com), 오픈테이블닷컴(OpenTable.com) 등 새로운 웹사이트가 대거 등장해 치열한 예약 과정 자동화 경쟁을 펼쳤다. 태번 온 더 그린(Tavern on the Green)의 소유주 워너 리로이(Warner Leroy)는 레스토랑 자체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레스토랑 경영자들은 회의적이었다. 오픈테이블은 레스토랑에 월정액과 더불어 손님 한 명당 1달러를 청구했다. 온라인 예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니 마이어(Danny Meyer)의 유니언 스퀘어 카페(Union Square Cafe) 운영 책임자는 이렇게 말하며 코웃음을 쳤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친절한 사람 목소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이어는 오픈테이블의 초기 투자자가 되었으며, 나중에는 레지에도 투자했다. 지난해 그는 AI 기반 예약 플랫폼 세븐룸스(SevenRooms)에도 투자했다.

분명한 건 매일 밤 뉴욕에는 충분히 좋은 레스토랑의 더없이 좋은 오후 7시 30분 좌석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얻기 어려운 자리를 얻었다는 희소성에 기뻐하며, 식당이 더 작고 시끄럽고 붐빌수록 만족감은 더 커진다.

2022년 저스틴 비버와 헤일리 비버는 예약 없이 카르보네를 찾았다가 정중하게 거절당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 2월, 헤일리와 그의 친구들은 니키 디마지오(Nicky DiMaggio)라는 개인 예약 담당자를 통해 테이블을 예약해 포 찰스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예약 건당 500에서 1,000달러를 받는 디마지오는 쓰레기 수거 트럭 50여 대를 갖춘 위생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10대 때 자기 사촌이 이스트 할렘에 있는 난공불락의 마피아 테마 레스토랑 라오(Rao)를 예약해준 일을 계기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보통 소개를 받아 일한다. “고객으로는 NBA 선수들과 메간 폭스가 있어요.” 올해 33세인 디마지오는 자기 이름으로 테이블을 예약한다(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에만 뉴욕의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을 1,000건 이상 예약했다. 레스토랑 주인과 매니저를 살갑게 대한 덕분에 그들이 디마지오를 위해 자리를 따로 빼준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처럼 어포인트먼트 트레이더를 이용한 것이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Bret Easton Ellis)의 소설 <아메리칸 싸이코>를 보면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소시오패스 주인공이 도시아(Dorsia)라고 하는 가상의 레스토랑에 집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곳은 쉽게 들어가기 힘든 도시의 전설 같은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사회적 지위에 미쳐 있던 그 소설 속 남자들이 얻지 못했던 그것, 즉 예약하기 어려운 테이블을 제공해준다고 약속하는 동명의 멤버 전용 앱이 새롭게 등장했다. 사용자들은 다운로드한 앱이 자신의 연락처 목록을 스캔하는 걸 허용한 다음, 고용주와 직함, 인스타그램 계정, 링크드인(LinkedIn) URL 같은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한다. 간단히 말해, 도시아는 당신이 여기에 큰돈을 쓸 만한 재력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한다.

만약 당신이 이 검열을 통과하면, 도시아에 로그인해 내가 원하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찬 레스토랑을 검색할 수 있다. 처음으로 내 눈에 들어온 예약은 카르보네의 토요일 밤 8시 2인석이었다. 다음과 같은 세부 조항이 따라왔다. 카르보네의 테이블을 예약하려면 예약 수수료가 아니라 식사를 위한 선불 요금으로만 1,000달러 이상이란다. 우리가 이를 위해 와인 몇 병을 마셔야 하지?

폴로 바에서 레벤탈은 레스토랑이 어떤 고객을 들일지 결정하는 걸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레스토랑이 민주적이길 바라죠.” 그와의 대화에서 여러 번 나온 말이다. “하지만 사업을 지속해나가려면 그러기가 어려워요. 운영 수익은 얼마 되지 않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죠.” 이 때문에 레스토랑이 VIP와 단골이 누군지 파악하고 그들에게 보상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레스토랑이 당신을 중요한 고객이라고 여기고 자체 시스템에서 VIP나 PPX(Personne Particulièrement Extraordinaire, 프랑스어로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 Soi(‘옷차림이 단정하다’는 뜻의 ‘Soigné’의 준말)라고 분류하기로 했다면, 당신에겐 왕관 이모티콘이 붙으며 다음번에 더 쉽게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 “훌륭한 경영자는 모든 고객을 받는 것이 최선의 경영임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고객을 받으면서 어떻게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 레벤탈이 말했다. “우리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해 가장 많이 지출할 수 있는 손님을 받는 게 핵심이죠.”

폴로 바의 지배인 무딤(Moudime)도 이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했지만, 다른 생각을 얘기했다. “평균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와인에 큰돈을 쓰는 손님을 들이는 게 이득이라지만 그들이 매일 오나요? 아니죠. 유명인이 매일 오나요? 절대 아니죠! 결국 레스토랑은 그곳에 자주 오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굴러가는 거예요.”

물론 아직까지 구식 예약 절차를 고수하는 뉴욕 인기 레스토랑도 있다. 트라이베카에 있는 욀랄리(Eulalie)에서는 한 여성이 전화 예약을 받으며 그 명단에 고객 이름을 적어 넣는다. 이메일도, 오픈테이블도 사용하지 않는다. 잘나가지만 예약을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브루클린에 자리한 신 크러스트(Thin-crust) 피자 맛집 루칼리(Lucali)도 그중 하나다. 제이 지가 브루클린에서 가장 맛있다고 한 피자집. 이곳의 대표 마크 이아코노(Mark Iacono)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선 선착순으로 드실 수 있어요. 오후 2시면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죠.” 입장은 오후 5시부터다. 3월의 어느 쌀쌀한 날 오후 2시에 갔지만 벌써 여섯 명이나 줄을 서 있었다. 맨 앞에는 벤 잭스(Ben Zachs)라는 대마초 회사 대표가 서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첫 번째예요! 오후 12시 37분에 여기 왔어요. 오늘이 아내 생일이거든요.”

오후 4시 5분이 되자 이곳의 호스트 알렉스 페레즈 쿠오모(Alex Perez-Cuomo)가 밖으로 나와 노트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현금만 받습니다! 주류는 따로 챙겨 와도 되고요!(B.Y.O.B)”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좌석은 각각 1시간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후 5시가 되자 식당 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버섯, 피망, 페퍼로니 중 어떤 토핑을 주문할지 고민하는 첫 타임 손님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같이 줄 서 있던 몇몇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세임 올 라인 듀즈(Same Ole Line Dudes)라는 줄 서기 대행업체 직원들이었다. 오후에 루칼리에서 대신 줄을 서주는 비용은 55달러이며, 이 중 일부는 대행업체에 전달된다. 역시! (VL)

    피처 디렉터
    김나랑
    아티스트
    Subodh Gupta
    Adam Iscoe
    사진
    Courtesy of the Artist, Subodh Gupta Studio and Arario Gallery, ©Subodh Gupt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