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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는 밀레니얼 세대의 룩을 젠지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2024.12.05

소름 끼치는 밀레니얼 세대의 룩을 젠지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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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찾아내는 방법엔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게 없습니다. 너무 짧은 양말을 신거나 극도로 타이트한 청바지를 즐겨 입고, 사진을 찍을 때 두 손가락이 아닌 양손으로 하트 표시를 만든다면 그들은 밀레니얼 세대죠. 앞머리를 대각선으로 넘기는 사이드 프린지를 하고 있거나, 셔츠를 팬츠 안에 반쯤 넣어 입는 프렌치 턱을 즐기고, 외출할 때만 입는 예쁜 상의(홀터넥이거나 구슬이 달려 있거나 리본으로 묶거나 손바닥만 하거나 등등)를 입는 것도 특징이고요. 어떤 측면에서건 그들의 스타일은 본질적으로 구식(Cheugy)이라 여겨져왔습니다. 아주 촌스럽다고요.

사람들은 1996년과 1997년에 태어난 사람들 사이에 길게 선을 그어놓고, 한쪽은 눈썹이 거의 없는 이들로 북적이고, 한쪽은 탈색 눈썹을 한 이들로 가득한 것처럼 묘사해왔습니다. 하지만 올 한 해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상하고 조금은 기묘합니다. 길거리나 클럽 안팎을 둘러보면 밀레니얼 스타일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잠깐, 저 사람 20대 초반처럼 보이는데?’ 저는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옷차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바지 위에 스커트를 입고 호피 무늬 코트를 걸치고, 심지어 예쁜 상의를 입기 시작하다니요(헐렁한 박스 티셔츠만 입는 거 아니었나요?). 밀레니얼 트렌드의 귀환을 목도하는 건 매우 흥미롭기도 합니다. 저 멀리서 제 영혼이 사이드 프린지가 유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요. 그 뒤로 화형당한 스키니 진이 복수의 칼을 갈고 있습니다. 저주받은 두툼한 스케이트 운동화도 불행한 귀환을 예고하고 있죠.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네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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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스타일’은 다양한 시대와 이미지를 아우르며, 그중 상당수는 서로 관련이 없습니다(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에서 1996년까지 태어난 사람을 가리키므로 꽤 광범위합니다). 로우 라이즈 청바지와 집업 후드 티셔츠를 입던 2000년대 초·중반, 사이드 프린지를 한 채 레오파드 라이더 재킷에 블랙 레깅스를 매치한 2010년대 초, 그리고 인디 슬리즈(담배, 디지털카메라, 빨간 립스틱 등)까지 전반적인 경향이 섞여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밀레니얼 스타일’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시간대에 걸쳐 여러 트렌드와 의상을 함축하고 있죠. 하지만 보세요. Z세대는 그것들을 모두 모방하고 있습니다. 동전 벨트까지 말이죠. 주름진 퍼프 볼 스커트에 차고 다니면서 요즘 길거리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습니다. 마치 드라마 <스킨스>에서처럼요.

이 모든 것이 놀랄 일은 아닙니다. 20년 주기의 트렌드 사이클은 우리 모두에게 한 번은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에는 사이클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죠. 지난 몇 년 동안 2004년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2014년 스타일로 갈아입은 것처럼요. 이는 가까운 과거에서 어떤 아이템을 따와야 하나 계속 뒤를 돌아보게 하고 뒤처지는 건 아닐지 불안을 야기합니다. 영국의 음악평론가이자 작가 사이먼 레이놀즈(Simon Reynolds)는 2010년 저서 <레트로마니아(Retromania)>에서 ‘인류 역사상 이렇게 가까운 과거의 문화적 유물에 집착하는 사회는 없었다’라고 한 바 있죠. 영국 <바이스(Vice)>의 에디터 한나 이빈스(Hannah Ewens) 또한 트렌드 사이클 기사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 만든 타임캡슐에 갇히게 되었을까요? 정답이 무엇이든, 향수 여행의 속도가 너무 빨라져 스스로 걸려 넘어질 지경입니다’라고 총평했습니다.

10대 시절에는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 쓸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사실 10대에는 자기 몰입에 빠져 있어야 하므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머니와 그녀의 친구들이 스키니 진을 입은 저를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죠. 그들은 제가 1980년대 자신들처럼 보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무도 1980년대를 기억하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가 어그 부츠와 패딩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죠. 이건 재미있는 왜곡 거울과도 같고, 25세 이상이라면 그 누구도 이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스타일을 고민하다가도 저 또한 2008년 <더 엑스 팩터(The X Factor, 2004년부터 방송 중인 영국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준결승 진출자처럼 ‘다시 파운데이션 립을 시도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Splash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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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Z세대가 밀레니얼 스타일을 비판할 때, 그들이 주로 특정 유형의 여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갈색 앵클 부츠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욕실에는 ‘Live Laugh Love’라 쓰인 팻말을 붙이고, 휴대폰 케이스에 아보카도 카툰이 있는 여성(미국에 살 것만 같지만)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 밀레니얼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즉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입었던 룩을 말하는 것이라면, 현재 그 스타일은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해 있습니다. 지금처럼 밀레니얼 스타일이 뚜렷하게 두드러진 적은 없으니까요.

Z세대에서 가장 나이 많은 멤버는 이제 스물여덟 살입니다. 알파 세대가 트위치 방송을 하며 복잡한 물병을 들고 슬금슬금 뒤를 쫓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Z세대가 열광했던 트렌드, 즉 탈색한 눈썹, 타비 슈즈, 무표정 셀피 등 무엇이든 조롱받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아무도 내릴 수 없는 유행의 회전목마가 돌고, 또 돌고 있습니다.

Daisy Jones
사진
Getty Images, Splash News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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