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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독립영화

2024.12.06

시대정신 독립영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한국 독립영화는 어떤 의미이고 어떤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을까? 과연 독립영화란 무엇일까? 독립영화 역시 생물과 같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끝없이 그 의미가 변화하고 변모해왔다. 그럼에도 독립영화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창작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의지·형식이 있다고 말하겠다. 또한 그런 시도·의지·형식을 통해 창작자가 자기 세계를 공고히 구축해가는 과정과 결과물 역시 독립영화의 독립 정신이라고 하겠다.

@siff.kr

올해 50회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가 12월 6일 폐막했다.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를 시작으로 몇 차례 명칭 변경을 거친 후 2001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독립영화제라는 이름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서독제는 국내 최고의, 최대의 독립영화 축제이자 독립영화의 산실이며 근간이다. 수많은 신인 영화인이 서독제를 통해 데뷔했고, 기성의 영화인 역시 자신의 영화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는다. 영화를 비평하는 나 역시 서독제를 통해 오랫동안 한국 독립영화를 보고, 듣고, 공부하고, 경험해왔다. ‘서독제에 가면, 지금 가장 뜨겁고 흥미롭고 의미 있는 한국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 서독제에 가면, 재능 있는 한국 영화인과 만나 영화 이야기를 실컷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것을 서독제로 겪어왔다.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영화에 관해 말하고 쓰는 이라면 누구나 얼마간 서독제에 기대고 빚지고 있을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 기념 책자. ‘시대정신 독립영화'(2024, 서울독립영화제)

그런 서독제의 50년사를 정리한 기념 책자가 발간됐다. <시대정신 독립영화>(2024, 서울독립영화제)다. ‘역사와 산업’ 파트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독립영화의 역사와 산업적 성과를 짚는다. ‘미학과 흐름’ 파트는 8편의 글을 통해 독립영화의 주요한 경향과 흐름을 점검한다. ‘운동과 정책’ 파트에서는 최근 독립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한 로컬 시네마, 커뮤니티 시네마, 정책 거버넌스를 말한다. ‘인터뷰’ 파트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서독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를 만난다. ‘부록’은 2017년부터 서독제가 진행해온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을 다뤘다. 또 하나, 서독제 50회를 맞아 100편의 독립영화를 선정해 그 내용을 정리해 담았다. 1975년부터 1998년까지 영화제 수상작과 1999년 이후 상영작을 합친 총 2,699편을 대상으로 창작자, 평론가, 연구자, 기획자 등 40명이 설문에 참여해 독립영화 베스트 100편을 선정한 것이다.

한 권의 책으로 50년 한국 독립영화사를 다 담아낼 순 없지만, 현시점에서 주요하게 짚어야 할 독립영화의 경향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서독제의 지난 역사를 통해 50년 이후 서독제를 가늠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2025년 정부의 영화 발전 기금 예산안에서 서독제의 예산은 전액 삭감된 상태다. 50년간 한국 독립영화를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발굴해온 영화제가 과연 내년에 51년을 무사히 잘 맞을 수 있을까. 한국 영화의 중요한 현장이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오지 않았던가. 하루아침에 역사를 없애고 되돌릴 수 없음을.

포토
Instagram,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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