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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비행 중 울어본 적 있나요?

2024.12.09

장거리 비행 중 울어본 적 있나요?

장거리 비행 중 울어본 적 있나? 강제 단절된 공간에서 감정은 격해지기 마련이다.

장거리 비행길에 올라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오프닝 크레딧만 보고도 눈물이 난 적 있다고?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여행자가 경험하는 일이다.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의 디지털 에디터 새라 앨러드(Sarah Allard)는 “비행기만 타면 늘 울어요”라고 말한다. “심리 상태가 어떻든, 슬프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있으면 금세 눈물이 나요. 지난번 장거리 비행길엔 <애프터썬>을 보다가 눈물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의 구독 팀 매니저 앰버 포트(Amber Port)도 여기에 동감한다. “영화관에서 <패스트 라이브즈> 봤을 때 감동받긴 했지만 울진 않았어요. 그런데 기내에서 다시 보자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쯤 흐느껴 울었죠.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달라졌어요.”

실제로 이 감정적인 현상 뒤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심리학자 조 퍼킨스(Jo Perkins)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우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잡하죠. 우는 행위는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과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행기에서 더 쉽게 운다고 말하는 건 놀랍지 않죠. 비행 전과 비행 중에는 심리적·신체적 압박을 많이 받으니까요.”

많은 사람에게 비행은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그저 여행에 불편함과 고조된 감정을 더하는 과정일 뿐이다. 브레인웍스 뉴로테라피의 신경 전문가 제임스 로이(James Roy)도 인정한다. “다른 어느 곳보다 비행기에서 울 가능성이 더 높은 건 우연이 아니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비행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있거든요.” 많은 사람이 3만8,000피트 상공에서 눈가를 적시는 신체적·심리적 이유를 고민해보았다.

왜 비행 중엔 더 감정적일까?

비행기를 아무리 자주 타는 사람이라도 비행 과정은 본질적으로 스트레스다. 깜빡하고 무언가를 안 챙겼을까 봐 걱정하거나, 비행기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거나, 여권을 집에 두고 와서 패닉 상태가 되기도 한다. 시간과 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거나 여행 전에 모든 개인 용무나 업무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등 비행을 앞두고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은 많다.

조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여행 계획에 수반되는 여러 문제로 비행기 타기 며칠 또는 몇 주 전부터 심리적·신체적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모든 종류의 불안은 수면 부족, 식욕 감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피로감 등 다양한 신체 변화를 초래할 수 있죠. 여행 당일에는 심리나 신체 상태가 더 악화되는데, 보통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가 돼요.”

“마침내 비행기 좌석에 앉으면, 며칠 만에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진정되죠. 그러다 보면 감정이 격앙되거나 신체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안도의 눈물이나 탈진의 눈물을 흘리게 되죠.” 그녀가 설명했다.

우리가 더 쉽게 눈물을 흘리는 데는 여행과 관련된 감정도 연관이 있다. “항공 여행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스트레스 많은 출장에서의 귀국 같은 감정적 트리거가 있을 수 있고, 거기에 여독이 더해져요.” 제임스의 설명이다. “이런 감정적 트리거가 여행의 불편함과 결합돼 사람을 감정적으로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죠.”

이 취약함은 우리 부모 세대와 조부모 세대에게서 물려받은 것일 수 있다. 항공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 첫 세대였던 그들이 가진 우려가 자식 세대에게 전달된 것이다. 분명 많은 사람이 아직도 비행기의 안전 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다. 게다가 폐소공포증부터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까지 다양한 공포증도 존재한다. 자신의 안전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데서 오는 통제력 상실과 초조함은 심한 불안과 긴장의 원인일 수 있다.

기내에서 더 쉽게 우는 생리적인 이유도 있을까?

신경과학자 타라 스와트 박사는 우리 몸에 생기는 현상이 이륙 후에 일어나는 감정적 혼란과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은 여행 자체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여행이 뇌에 미치는 생리적 영향을 본다면 항공 여행의 주요 차이점은 저산소증이에요. 평소보다 낮은 기압은 뇌에 경미한 저산소증을 일으키죠. 이는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떨어뜨려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슬픈 영화를 보고 울거나 초조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거죠.”

비행 중에는 다른 신체 변화도 일어난다며 제임스는 이렇게 덧붙인다. “귓속의 압력은 유스타키오관이라는 좁은 통로에 의해 조절됩니다. 유스타키오관은 중이와 인두를 연결하는 관으로, 주변 환경에 맞춰 귓속 압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죠. 귓속 압력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유스타키오관을 조절하는 근육이 열리면, 터지는 느낌이 들면서 고통스러울 수 있고, 심지어 고막이 늘어날 수도 있어요.” 즉 불편한 느낌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스트레스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울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이 비행 중에 더 많이 우는 이유가 될 수도 있어요. 유스타키오관이 작을수록 불편함은 더 커지거든요.”

제임스는 비행기는 기체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습도를 약 10~20%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이는 인간이 편안하게 느끼는 습도 35~65%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공기가 건조하면 많은 수분을 잃게 되어 경미한 탈수로 이어질 수 있어요. 종종 변덕을 부리거나 더 감정적인 기분을 초래하기도 하죠.”

끊기는 전화 신호와 고조되는 감정은 연관이 있을까?

비행기는 인터넷 연결이나 소셜 미디어 접속 없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하지만 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대부분을 온라인 상태로 보내기 때문에, 평소 억압되어 있던 감정을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비행 중에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오늘날 비행기 탑승은 우리에게 가만히 앉아 소셜 미디어, 이메일, 바쁜 용무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취약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이제 대부분의 비행기에 와이파이가 있지만,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가지면 일상에서 놓친 것들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어요”라고 타라 스와트 박사는 설명한다. 긴 비행시간,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 줄거리, 약간의 익명성은 감정적 봇물이 터져나오는 확실한 방법이다. 비행기에 탄 사람들 대부분은 영화나 책, 팟캐스트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좌석에 웅크려 눈물을 흘리거나 울음을 참고 있어도 알아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제임스는 이렇게 덧붙인다. “강제로 단절된 시간 때문에 사람들이 억압된 감정과 반성적 의식을 이용해 사고하게 되고, 이것이 과잉 사고와 울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것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이 비행기에서 눈가를 적시는 일이 놀랍지 않다. 어떤 이에게는 많은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이 불편한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쁘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삶을 사는 동안 우리는 억눌린 감정을 토해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을 자주 포기하기에,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이점은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감정을 참으면 면역 체계의 회복력이 저하되고 심혈관 질환, 고혈압,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니 다음번 장거리 비행에서는 확실히 눈물을 짜낼 수 있는 콘텐츠를 골라 시원하게 울어보길 바란다. (VL)

    OLIVIA MORELLI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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