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푸른 바다를 꿈꾸는 프라다와 포토그래퍼 엔조 바라코
시칠리아에서 나고 팔레르모에서 자란 포토그래퍼 엔조 바라코(Enzo Barracco)에게 바다는 늘 삶의 일부였습니다. 지금 뉴욕에 살고 있는 그는 영상통화 중 “바다는 텅 빈 도화지 같았죠”라며 자신의 모든 꿈과 희망이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죠.
그가 카메라로 처음 포착한 것도 바다였습니다. 시칠리아 옆에 있는 판텔레리아(Pantelleria)섬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개최한 뒤, 런던에서 패션 포토그래퍼의 커리어를 시작했죠. 바라코는 그곳에서 영국 출신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에 대한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데요. 그의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은 바라코는 남극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위험천만하면서도 짜릿했던 남극에서의 경험은 바라코의 커리어를 180도 바꿔놨죠. 런던으로 돌아온 뒤, 더 이상 패션 사진을 찍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이제 에미상 후보에 오를 만큼 저명한 자연 사진가로 거듭난 바라코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라다 그룹과 유네스코 정부간 해양학위원회(UNESCO-IOC)가 함께하는 해양 보존 교육 프로그램 ‘시 비욘드(Sea Beyond)’에도 참여하고 있죠. 시 비욘드의 일환으로 지금 도쿄 아오야마의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바라코의 사진전이 진행 중입니다. 전시는 바라코가 최근 출간한 포토 북 <더 블루 온 파이어, 하와이(The Blue on Fire, Hawai’i)>의 사진으로 구성되었으며, 녹아내리는 빙산과 해양 생물, 격동적인 바다의 모습을 통해 하와이제도 본연의 강렬하면서도 유약한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죠.
지난 11일 바라코는 유네스코 정부간 해양학위원회의 수석 책임자 프란체스카 산토로(Francesca Santoro)와 함께 아오야마 플래그십에서 열린 토크 세션에 직접 참가했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사진이라는 예술은 즉각적이기 때문에 정보를 전달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무엇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하며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죠. “프라다처럼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사진이 대화를 이끌어내고 호기심을 유발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면서요. 산토로 역시 바라코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는 패션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브랜드와 유네스코의 협업이 건강한 선례로 남기를 바랐는데요. “프라다처럼 영향력과 전문성을 갖춘 브랜드가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생산 과정을 재고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패션계에 ‘나일론 혁명’을 일으킨 프라다는 2019년부터 바다와 어망, 쓰레기 매립지에서 수집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리나일론’이라는 원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프라다가 환경 보존을 위해 쏟은 노력 중 대표적인 사례죠. 지난해 7월부터는 리나일론 컬렉션 수익의 1%를 시 비욘드에 기부하고 있고요. 프라다의 목표는 2026년까지 나일론 원단의 80%를 재활용 또는 생물 기반 원료에서 조달하는 것입니다. 산토로는 “지속 가능성은 분명 ‘쉬운 길’이 아닙니다. 몇몇 브랜드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죠. 프라다가 ‘변화는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으니, 앞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라며 프라다가 훌륭한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바라코는 개개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처럼 남극 같은 오지에 꼭 가볼 필요는 없습니다”라며 아주 간단한 조언을 건넸죠. “그저 자연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집 근처 공원도 좋고, 자그마한 정원도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될 거예요. 대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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