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반클리프 아펠이 보물섬 끝에서 발견한 것

2024.12.23

반클리프 아펠이 보물섬 끝에서 발견한 것

환상적인 보석을 꿈꾸는 반클리프 아펠이 마이애미에 닻을 내렸다.

해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애꾸눈의 선장, 외다리 선원, 찢어진 돛이 펄럭이는 함선, 앵무새와 보물 지도, 그리고 보물 상자가 숨겨진 열대의 섬. 이 모든 이미지는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쓴 소설 <보물섬(Treasure Island)>에서 비롯되었다. 숨겨진 보석을 찾아 카리브해 인근을 헤매는 해적 이야기는 1883년 이후 많은 영감을 전해주었다. 데즈카 오사무의 <신 보물섬>과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애니메이션 <원피스>도 모두 스티븐슨의 작품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낭만 가득한 모험 이야기는 파리의 주얼리 하우스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11월 17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만난 건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트레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고전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인 적 있는 파리의 주얼리 메종에도 ‘보물섬’ 이야기는 신비로웠다.

3개 챕터로 나뉜 컬렉션은 먼저 항해로 시작한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수평선 너머 먼바다로 항해를 이어가는 함선의 이야기다. 밧줄과 닻, 물결과 해양 생물과 해적이 디자인의 영감이 되었다. 소설 선원들이 타고 가는 ‘히스파뇰라호’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돛 6개가 겹친 듯한 클립으로 다시 태어났고, 선원 존과 짐은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가득한 주얼리 클립이 되었다. 인상적인 디자인은 선원들이 매듭을 묶듯이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로 완성한 밧줄을 모티브로 한 ‘앙 오뜨 메르’ 목걸이였다. 1940년대부터 메종이 지켜왔던 밧줄 디자인을 다시 해석한 목걸이의 끝은 55.34캐럿의 에메랄드 컷 사파이어가 장식했다.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미지의 섬에 도착한 후의 풍경인 ‘섬의 탐험’이 두 번째 챕터가 되어준다. 야자수 잎을 닮은 ‘팔므레 메르베유스’ 목걸이, 블루 컬러의 오벌 컷 사파이어로 등껍데기를 완성한 거북이 클립, 조개를 이어 만든 듯한 팔찌가 그 섬에서 발견할 만한 보석이다. 특히 반클리프 아펠 특유의 ‘미스터리 세팅’을 활용한 조개와 야자수 클립은 소설 속 상상력을 주얼리로 완성한 예술품에 가깝다.

소설과 컬렉션의 마지막은 결국 모든 해적이 좇는 보석함을 향한 ‘트레저 헌터’로 마무리된다. 전 세계에서 발견된 주얼리와 보물을 하우스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금빛 양피지 지도를 밧줄로 묶은 듯한 ‘카르트 오 트레저’ 클립은 그 이야기의 낭만을 대변한다. 여기에 이어지는 건 마야와 욱스말, 무굴제국와 중국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주얼리가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함에 가득하다. 그 속에는 중세 시대의 유명한 항구 ‘도레스타드’에 경외를 표하는 반지와 인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화려한 ‘스프랑되르 인디엔느’ 반지 시리즈도 포함된다. 지중해 혹은 인도양 깊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보석함 속 보물을 21세기에 어울리게 재해석했다.

“고전문학에는 강렬한 상징성이 담겨 문화, 성별,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과 마이애미의 한 호텔 스위트룸에 마주 앉은 반클리프 아펠 CEO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énier)가 이번 컬렉션의 시작을 설명했다. “스티븐슨의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해적이나 보물 상자의 상징을 통해 컬렉션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전문학은 우리 대중문화에 뿌리내린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해적과 보물찾기 같은 요소가 들어간 소설 <보물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하나 더 강조한 건 다채로운 이미지가 존재하는 컬렉션답게 원석의 중요성. 바다와 자연의 색, 보물 상자에 쌓인 보석의 색을 표현하는 최상의 방법은 스톤이었다. “주얼리 전문가로서 우리의 근원은 장인 정신과 원석에 대한 전문성입니다.” 사파이어와 루비, 에메랄드는 각각 절묘한 자리에서 이야기의 장치가 되고 때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사이즈와 컬러, 원산지와 형태 등 모든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해적놀이를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종이 안대를 잘라 만들고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나만의 보물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 경험은 놀라운 보석으로 완성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더욱 친근하게 만든다. 옐로 골드로 만든 망원경과 양피지 지도를 들고 해적선의 돛대 꼭대기에 자리한 해적을 닮은 하이 주얼리를 만나는 건 그래서 더 특별하다. 레니에는 이런 경험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 강조했다. “이렇게 고전문학에서 영감을 얻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계속됩니다.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스톤과 함께 우리의 아이덴티티와 놀라운 이야기가 만날 수 있도록 그 여정은 이어집니다.” (VK)

    패션 에디터
    손기호
    포토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SPONSORED BY
    VAN CLEEF & ARPEL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