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앰배서더 게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이유
2025 S/S 파리 패션 위크 마지막 날, 젠데이아의 루이 비통 쇼 참석은 그 자체로 뜨거운 화제가 됐다. 지난해 4월부터 하우스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그녀가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쇼에 참석한 횟수는 단 두 번뿐이었다. 지난해 6월 열린 퍼렐 윌리엄스의 남성복 데뷔 쇼를 제외하면 말이다.
인터넷 세상은 젠데이아와 루이 비통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그녀가 루이 비통이 아닌 다른 하우스의 옷을 얼마나 자주 입는지, 왜 그녀는 모든 쇼에 참석하지 않는지 등 매번 다양한 주제로 여러 의견이 오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그녀는 해리 스타일스와 다르다. 해리 스타일스는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앰배서더가 아니지만 최근 발렌티노 쇼에 참석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하우스 데뷔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브랜드 앰배서더와 뮤즈의 미묘한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두 단어는 종종 혼용되지만 분명 다르다. 앰배서더가 마케팅에 가까운, 공식적인 관계라면 뮤즈는 그보다 더 모호하고 개인적이다. 하지만 앰배서더와 뮤즈 모두 셀럽과 브랜드, 대중과 전반적인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것은 같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셀럽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이제 하우스의 ‘셀럽 영입’ 경쟁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도달했다.
해리 스타일스와 젠데이아 같은 사람들, 그러니까 ‘스타일’로 대중의 이목을 자주 끄는 셀럽이 무엇을 입는지, 입은 옷의 협찬 여부 등이 매우 중요하다. 대중은 여러 매체의 인스타그램과 X, 틱톡 등을 오가며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누가 누구와 친구이고, 어떤 브랜드의 협찬을 받았고, 어떤 행사에 참석했는지 말이다. 앰배서더는 돈이 오가는 계약 관계라는 점에서 간단해 보이지만 뮤즈는 다소 복잡하다. 하이더 아커만과 절친한 사이인 티모시 샬라메와 틸다 스윈튼은 그가 벨루티에 있든, 레이블에 집중하든, 장 폴 고티에 꾸뛰르의 게스트 디자이너든 그를 응원했을 것이다(이제 곧 톰 포드 쇼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뮤즈는 ‘진짜’다. 이 관계는 대중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영감을 준다.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그럼 나도 그래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도드라지는 곳은 소셜 미디어다. 바이럴의 시작은 프런트 로에 참석한 셀럽들이다. 브랜드뿐 아니라 인플루언서, 에디터 등 업계의 모든 이가 여기에 불을 붙인다. 나 역시 리한나, 비욘세, 마돈나가 맨 앞줄에 나란히 앉은 모습을 촬영했으니까. 셀럽의 참석은 런웨이 쇼 성공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들의 참석이 매출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제 브랜드는 더 확실한 전략을 세운다. 프런트 로를 대중이 구매할 만한 제품으로 채우는 것이다.
예전에는 브랜드가 소수의 슈퍼스타에게만 집중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며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 셰미나 카말리의 끌로에 데뷔 쇼에서는 끌로에 걸이었던 시에나 밀러를 비롯한 셀럽들이 모두 같은 클로그 슈즈를 신고 앞줄에 앉았다. 이 아이디어는 금세 다른 쇼에 퍼졌다. 토리 버치는 시그니처인 피어스드 슈즈를 줄지어 전시했고, 로에베와 미우미우, 발렌시아가 같은 브랜드는 ‘셀럽 군단’으로 프런트 로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앞줄을 채운 10명 안팎의 셀럽들은 슈퍼스타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 커스텀 룩을 입은 한 명의 슈퍼스타보다 제품을 노출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앰배서더와 셀럽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이유다. 브랜드는 셀럽에게 독점 출연을 요청하고, 쇼 참석을 대가로 캠페인과 시상식 의상 협찬을 조율하는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거래를 주고받는다. 브랜드는 셀럽이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직접 브랜드 제품을 착용하길 원한다.
지난 1월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남성복 쇼 프런트 로에는 세상 모든 ‘인터넷 남자 친구’가 앉아 있었다. 지금은 바로 그런 시대다. 앤더슨의 로에베가 더 성공적일 수 있었던 건 그가 앰배서더와 (실제로 친구이거나)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앤더슨과 절친한 데다 로에베 앰배서더이기도 한 조시 오코너와 그레타 리처럼 말이다. 인터넷이 셀럽의 사적인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디자이너의 스타성이 브랜드 헤리티지와 맞먹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관계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뮤즈의 존재 역시 패션 브랜드 자체보다는 브랜드의 이상과 디자이너의 안목, 관점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더 아커만이나 알레산드로 미켈레 같은 디자이너에게 매우 이상적인 시나리오인 셈이다.
일반 대중은 이런 관계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 하이더 아커만과 티모시 샬라메,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해리 스타일스의 우정은 인터넷에 이미 잘 ‘기록’되어 있다. 어떤 면에서 이 우정은 두 디자이너가 스타성을 유지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팬과 대중은 디자이너 친구를 응원하고 그들이 일하는 브랜드를 기꺼이 찾는 셀럽의 모습을 좋아한다. 이 대목에서 한 번 더 ‘진정성’과 ‘커뮤니티’에 대한 모호한 감정이 들지만 말이다. 결국 오늘날 브랜드와 런웨이 쇼 성공 여부는 패션뿐 아니라 게스트가 얼마나 놀라운지 혹은 하우스·디자이너와 참석한 셀럽이 얼마나 돈독한 관계인지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식 앰배서더가 ‘앰배서더’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루이 비통은 이 점을 매우 영리하게 활용한다. 제니퍼 코넬리, 소피 터너, 엠마 스톤 등 제스키에르와 친한 뮤즈를 홍보대사로 선정한 것이다. 모두 하우스와 디자이너의 고유한 비전을 강조할 수 있는 여성들이다. 젠데이아는 디자이너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듯하다. 그녀가 발렌티노에 이어 루이 비통의 앰배서더로 발탁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스타일리시한 존재감 덕분이다. 대중은 젠데이아와 그녀의 스타일을 사랑한다. 럭셔리 하우스가 충분히 탐낼 만한 인물인 건 확실하지만 이 계약은 젠데이아라는 개인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앰배서더가 다소 거래적인 관계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앰배서더와 뮤즈의 차이점이 대두되는 순간은 앰배서더가 가시적인 매출을 올리지 못할 때뿐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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