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에디터와 디자이너의 2024년 최고의 소비
만족스러운 소비가 영수증에 적힌 0의 개수로 결정 나는 건 아니다. 한 손에 가득 들어오는 만득이나 귀가 편안해지는 헤드폰, 뜨끈하게 몸을 데워주는 욕조까지, 자신을 위해 구입한 거라면 뭐든 최고가 된다. <보그> 디지털 팀의 에디터와 디자이너가 그 최고의 순간을 공유했다.
실링 – 니도 검드롭
로제가 ‘마이보그’에서 소개한 스퀴시(Squishy). 현대판 ‘만득이’라고 여기면 된다. 불안하거나 집중이 필요할 때 손에 쥐고 주무르면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탄성 복원력이 좋아 전완근 운동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템! – 이인정 비디오 에디터
실링 니도 검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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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레더 – 988 웨스턴 재킷
“그 재킷을 갖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할 거예요.” 지난해 가을, 아페쎄의 장 투이투를 인터뷰할 때 그가 한 말이다. 타들어가는 담배를 쥔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선배가 입고 있던 루이스 레더(Lewis Leathers)의 재킷이었다. 지난가을, 도쿄 여행길에 구입한 루이스 레더의 988 웨스턴 재킷은 클래식하면서도 촌스럽지 않다. 결국 988을 샀다는 말에 어느 부장님은 “셀린느 시절 피비 파일로가 그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적 있다”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셨고, 파리 패션 위크에서 같은 재킷을 입은 PR 직원을 마주쳤을 때는 잽싸게 ‘눈인사’를 나눴다. 은근하게 멋 부리고 싶지만 절대 티 내고 싶지는 않은 내게 딱 맞는 아이템이다. 스티브 맥퀸이나 제임스 딘이 된 것 같은 자신감은 덤이다. – 안건호 웹 에디터
루이스 레더988 웨스턴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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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레주 – 리버스 데님 스커트
파리 패션 위크 출장 중에 이름 모를 누군가가 입은 것을 보고 바로 구입한 꾸레주의 리버스 데님 스커트. 평소 미디스커트나 구조적인 실루엣의 스커트를 좋아하는 데다, 데님이 지닌 캐주얼함에 구조적인 비대칭 실루엣까지 더해 기본 니트부터 후디까지 어떤 아이템과 매치해도 룩에 포인트가 되는 마법 같은 스커트다. – 가남희 디지털 에디터
꾸레주리버스 데님 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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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앤올룹슨 – 베오플레이 HX
중이염, 외이도염, 기관지염 등 온갖 이비인후과 질병은 다 앓고 있어 주위 환경에 예민한 편이다. 게다가 잦은 출장으로 비행기에서 매번 고통을 호소하다, 세일 시즌에 맞춰 구입한 뱅앤올룹슨의 베오플레이 HX 헤드폰은 나에게 ‘구원’ 같은 아이템이다. 장시간 착용해도 귀에 압력을 가하지 않고, 무엇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훌륭하다. 기내에서 ‘숙면에 좋은 노래’를 플레이리스트로 선택했더니 말 그대로 꿀잠을 잤다(비행기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예민한 사람). 이제 출장 갈 때 없으면 안 되는 귀한 아이템. – 가남희 디지털 에디터
뱅앤올룹슨베오플레이 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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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오 위틸(L’idiot Utile)> – Issue 0(2022)
패션 포토그래퍼, 아티스트, 그래픽 디자이너(프랑스, 한국)가 모여서 패션에 관한 독립 출판 매거진을 만들었다. 일단 모든 이미지가 즐겁고 유쾌하다. 겉보기엔 패션 화보를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헤어·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은 일반인 모델들이 실험적인 연출 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만큼 흥미로운 그래픽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텍스트 편집은 이 매거진이 담은 메시지를 더 알고 싶게 만든다. 독립 출판 매거진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표현 방식을 발견하면 묘한 위로와 함께 유대감을 갖게 된다. – 허단비 디자이너
리디오 위틸이슈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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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네 – 자연기화식 가습기
가습기 고르는 일에도 공부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초음파·가열·자연기화식 중 어떤 방식인지, 필터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세척이 번거롭지는 않은지, 가습량은 충분한지… 온습도에 민감한 두 사람이 사는 집이다 보니, 수차례 금전적 출혈을 감수하며 고가의 가습기를 들였다가 내놓기를 반복했다. 그 긴 여정 끝에 정착한,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브루네 가습기. 전자 제품처럼 보이지 않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의 디자인에 성능도 발군이다. – 한다혜 디자이너
브루네자연기화식 대용량 가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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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메이드 – 밀리터리 백팩 올리브 드랩
‘노트북을 넣고 다닐 큰 가방이 몹시 필요했다’는 구실을 만들고 구입한 백팩. 내부 수납공간도 많고, 매우 튼튼하다. 내 체구에 과할 정도로 큰 것이 단점이지만, 작은 가방은 집에도 많으니까. 그리고 가방 앞면에 휴먼 메이드 배지를 하나하나 모으는 것이 요즘 소소한 행복이랄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오고 있을 택배 박스가 기다려진다. – 장소라 비디오 에디터
휴먼 메이드 밀리터리 백팩 올리브 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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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로샤 – 클래식 네트 튀튀 스커트
풍성한 튤 스커트를 좋아한다. 어두운 컬러 튤 스커트를 여러 벌 소장했지만, 이번엔 밝은 색감의 튤이 갖고 싶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이번 시즌 시몬 로샤 스커트!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오자마자 구매를 시도했지만 이미 품절. 마침 도쿄로 여행 간 친구가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발견해 어렵게 손에 넣었다. 그래서일까? 올해 구입한 아이템 중 가장 애착이 간다. 스타일링이 까다롭게 보이지만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나 봄버 재킷 등 어디에 매치해도 조화롭다.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는 촬영장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을 만큼 가벼워 자꾸만 손이 가는 아이템. – 조영경 디지털 에디터
시몬 로샤클래식 네트 튀튀 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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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욕조, 훗날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 제일 먼저 고르겠다 다짐했다. 그 훗날을 다음 생으로 미루기로 깔끔하게 결정한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어 냉큼 들였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새 욕조에 물을 가득 받고 몸을 누이니 괜스레 벅차올랐다. 이 좋은 걸 왜 참고 살았지? 그 후 일상의 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물 온도부터 조절하고 본다.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몸을 익히고 나오면 영혼의 때까지 개운하게 벗긴 기분이다. 내 욕조 마련의 효능을 절감하는 순간은 주말 아침, 잠도 덜 깬 채로 무작정 몸을 담갔을 때! 여기가 천국이고 무릉도원이고 내 집이다. 아, 욕조는 쿠팡에서 샀다. 모델 공유는 생략한다. 당시 내게 중요한 건 기능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최대한 빠른 배송이었기 때문이다. – 이소미 웹 에디터
프라다 – 가죽 숄더백
소비 예찬론자는 지난달 산 아이템도 기억하지 못한다. 온갖 쇼핑몰의 주문 내역을 열어 보니 잘 산 아이템이 아니라 비싼 아이템만 떠오른다. 아니, 아직 카드값을 갚고 있기 때문에 기억나는 거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는 프라다 백만 덜렁 남았다. ‘프라다’ 여사는 <보그> 입사 후 ‘존경하는 인물’ 순위가 급상승한 1인이다. 그녀의 정치적 면모, 프라다 백을 만든 계기, 언제나 사회상을 반영하는 룩과 여전히 현역으로 써 내려간 커리어,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두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 밀라노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기막힌 이탈리아 식당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갖고 싶었다. 그녀의 이름을 단 백이. 그러니까 이건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는 도구다(그 누가 지적 허영심을 책만 채울 수 있다고 했나!). 두 칸으로 나뉘어 수납력이 은근히 좋고, 무거운 건 질색인 30대 후반의 어깨를 감싸는 가벼움, 무엇보다 자글자글한 느낌의 가죽이 세련됐다. – 황혜원 웹 에디터
프라다가죽 숄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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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 Courtesy Photos, GoRunway, Unsplash
- 디자인
- 허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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