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도 다정한 샌프란시스코의 미식 세계
샌프란시스코의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바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장르가 된 레스토랑 베누의 코리 리 셰프 또한 이 도시의 열린 사고방식에 14년째 영감을 받고 있다.
잠 못 드는 밤 ‘바’는 내리고
시차로 잠이 오지 않는 샌프란시스코의 밤. 나는 이곳의 도전적이고 세련된 바를 매일 밤, 거리별로 호핑하기로 작정했다. 이곳이야말로 바 문화의 선두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바 문화는 스페인 개척자들이 와인 양조법을 들여오면서부터지만, 1848년 시작된 골드러시로 불이 붙는다. 인구가 1,000명이던 샌프란시스코는 일확천금을 찾아 세계에서 모여든 탐험가 혹은 투기꾼으로 몇 년 만에 30만 명을 웃돌았다. 개중에는 술에 진심인 부류가 있기 마련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바버리 코스트(Barbary Coast) 지역만 해도 3,000개의 술집이 있었는데 이는 주민 100명당 1개다. 후에 레이먼드 챈들러(1888~1959)는 이곳에서 위대한 캐릭터 필립 말로를 창조했으며, 그가 사랑한 칵테일 가운데 김릿은 소설 <기나긴 이별>에도 등장한다. 잭 케루악(1922~1969) 같은 비트 제너레이션 작가들 또한 위스키를 마시며 영감을 받았다.
세월은 흘러 코로나19 시대. 실리콘밸리가 큰 몫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도시보다 늦은 회복기를 거쳐야 했다. 다행히 뛰어난 바들이 팬데믹이 남긴 상처를 급속히 꿰매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젊은이들도 정기적으로 ‘칵테일 외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샌프란시스코 바 문화에서 큰 특징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자매 바’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선 주린 배를 채우기에 급급하거나 손이 심심해서 시키는 안주란 없다. 레스토랑의 명성을 캐주얼하게 압축한 메뉴를 선보인다. 영화 <더 메뉴>를 컨설팅한 스타 셰프 도미니크 크렌(Dominique Crenn)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아틀리에 크렌(Atelier Crenn) 옆에 바 크렌(Bar Crenn)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지난해에 미쉐린 1스타를 받기도 했다. 현지 샌프란시스코 관광청의 강력한 추천은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세종(Saison)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문을 연 세종 셀러 & 와인 바(Saison Cellar & Wine Bar). 와인메이커 마크 브라이트(Mark Bright)의 지휘 아래 훌륭한 마리아주를 선보여온 세종이 낸 바라니, 흥분할 수밖에 없다. 크루그 그랑 퀴베 샴페인을 비롯해 신중하게 선택된 50여 종의 와인, 프랑스어 발음을 요구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미쉐린 1스타 중식 레스토랑 미스터 지우스(Mister Jiu’s) 역시 바 문게이트 라운지(Moongate Lounge)를 열었는데, 중국 음력 컨셉의 칵테일을 선보인다. 젊은 오너 셰프 킴 알터(Kim Alter) 또한 레스토랑 나이트버드(Nightbird) 옆에 칵테일 천국인 린든 룸(Linden Room)을 운영 중이다.
이들의 치열한 예약은 뚫지 못했고, 2021년에 문을 연 바 아이리스(Bar Iris)를 방문했다. 이마저 지인 찬스 덕분에 가능했으니, 샌프란시스코의 바 호핑에 나선다면 예약은 필수다. 바 아이리스는 데이비드 요시무라(David Yoshimura) 셰프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니세이(Nisei) 옆에 자리한다. 니세이와 바 아이리스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칵테일과 음식을 교류한다. 젊지만 주목받는 인테리어 전문가 노즈 노자와(Noz Nozawa)가 ‘일본 악센트’를 가미한 실내는 밤 8시에 이미 만석이었다. 붐비는 실내와 달리, 이케바나의 꽃처럼 절제된 동작의 믹솔로지스트와 서버들이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칵테일 코쇼 사워를 시켰다. 닛카 위스키에 금귤 소스, 레몬, 달걀흰자가 들어갔다. 금주 중인 동료는 후지 사과와 체리로 만든 목테일 아오모리를 주문했다. 니세이에서 준비하는 ‘일본 제철 오마카세에서 영감을 받은 음식’ 또한 가능한 한 맛봐야 한다. 훌륭한 안주 또한 샌프란시스코 바에 가는 주요 목적이니까.
바 아이리스에서 나와 퍼시픽 칵테일 헤이븐(Pacific Cocktail Haven)으로 향했다. 밤 10시, 실내는 발 디딜 틈 없어 코트를 여민 채 테라스에 착석했다. ‘쿵푸판단(Kung Fu Pandan)’이라는 이름이 재밌어 주문한 칵테일. 쌀로 만든 일본 키코리 위스키에 판단잎이 들어갔다. 이곳은 지난 4월, 북미 50대 베스트 바(North America’s 50 Best Bars)에서 38위에 올랐다. 같은 통계에서 트루 로렐(True Laurel)이 30위에 올랐다. 이곳 역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레이지 베어(Lazy Bear)에서 브런치 스타일 메뉴를 제공받고 있다. 참고로 지난 6월 <본 아페티>는 미션 디스트릭트에 자리한 마더(Mother)를 ‘미국 최고의 바 11’의 하나로 선정했다.
화려하고 독특한 바의 행렬 가운데 다른 길을 걷는 곳이 있다. 2023년 8월에 문을 연 스토아(Stoa)는 ‘미니멀리즘 칵테일’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칵테일도 비우기 행렬에 동참한다. 레스토랑 리홀리호 요트 클럽(Liholiho Yacht Club)과 노팔리토(Nopalito)에서 바 디렉터로 일한 야니 케하기아라스(Yanni Kehagiaras)가 문을 연 스토아는 네 가지 이하의 재료로 칵테일을 만든다. 일체의 장식을 거부하며 재료를 적게 사용할수록 환경에 이롭다고 말한다. 재료는 미니멈, 맛은 맥시멀하다고 할까. 노팔리토 셰프였던 조지 수미(Joji Sumi)가 요리를 담당한다. 추천 메뉴는 셰프의 가족이 즐겨 먹던 쌀죽이다.
마지막 밤, 나는 묵고 있는 포시즌스 호텔 샌프란시스코 앳 엠바카데로(Four Seasons Hotel San Francisco at Embarcadero)로 돌아왔다. 1층에 자리한 오라포(Orafo)에서 캄파리에 고트 치즈를 넣은 ‘자체 개발 칵테일’을 주문하며 믹솔로지스트에게 물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류 트렌드는? 그는 이 분야 역시 ‘올드 패션(Y2K)’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새삼 유행하는 버번위스키도 그중 하나죠.” 한 가지 더, 북미 전반의 믹솔로지스트들이 요리와 제과에서 영감을 받아 칵테일을 개발하고 있다. 감칠맛 나는 재료인 미소 된장, 버섯, 해조류, 햄 등이 칵테일의 주재료가 되는 것.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보유한, 금문교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 욕조에 누워 내일 마지막 식사를 거행할 레스토랑 사이트에 접속했다. 음식보다 먼저 칵테일 메뉴를 살폈다. 이제 칵테일은 식사의 중심이라고 여러 믹솔로지스트가 강조했으니까. 첫 칵테일이 무엇인가에 따라 식사 경험이 달라진다니 신중해질 수밖에.
다정한 완벽주의자
샌프란시스코 미식의 장르가 된 ‘베누(Benu)’의 예약은 여전히 쉽지 않다. 드디어 성공한 날 저녁,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섬세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디너를 경험했다. 오너 셰프 코리 리(Corey Lee)는 1997년부터 프랑스와 영국을 돌며 요리를 배웠고, 2001년에는 마에스트로 셰프로 칭송받는 토머스 켈러(Thomas Keller)의 레스토랑 ‘더 프렌치 론드리(The French Laundry)’의 수석 셰프를 지냈다. 2010년 베누를 시작한 뒤 2014년 한국인 요리사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았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베누에서 디너를 즐긴 첫 느낌은 ‘코리 리는 완벽주의자’였어요. 동의하나요?
경력 초기에는 완벽주의자였죠. 하지만 셰프로서 점점 성숙해지면서, 예전엔 중요하다고 여기던 바를 덜 신경 쓰고 있어요. 요즘은 하나의 디시나 메뉴, 경험의 본질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다 발생하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완벽주의자는 실수를 두려워하죠. 제게 실수는 ‘창의적인 모험’에 필요한 부분이죠.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주변과 이야기가 활발해지는데, 베누에서는 ‘나’에 더 집중했어요. ‘왜 이 음식이 나왔을까, 내가 어떤 맛을 느꼈는가, 이 텍스처는 무엇일까’ 등에요.
이런 피드백을 공유해줘서 고마워요. 감정을 자극하는 요리를 제공하려는 우리의 뜻이 닿은 것 같아 기쁘군요. 하지만 베누에서 식사하는 모든 손님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며, 그날의 기분과 상황 또한 다릅니다. 그러므로 각자 식사를 하면서 느끼는 경험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
채식주의자인 저를 위한 메뉴에서 배려가 느껴졌어요. 다른 이의 메뉴와 비슷한 외형으로 만들고, 채식 메뉴에 맞는 주류를 따로 페어링했죠. 비건 메뉴에 대한 고민이 깊을 듯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식단에 제한을 둔 손님들을 위해 요리하기는 너무 어려워요. 베누에서 제공하는 메뉴는 저의 모든 경력, 셰프로서 지닌 철학, 인간으로서의 경험을 반영합니다. 저는 모든 음식을 먹고, 좋아해요. 어떤 화가에게 자신의 삶과 견해를 반영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빨간색과 파란색은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죠. 30년 동안 셰프로 훈련해오면서 습득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모든 손님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여전히 제 스타일을 반영해 늘 일관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말이죠. 하지만 확실히 어려워요.
“베누의 음식은 현대적”이라고 말했죠. “요리에서 ‘현대적’이라는 용어는 과학이 가미된 조리 기술을 이해해 실제 조리에 실험하고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진화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고요.
베누는 현대적인 레스토랑입니다. 우리는 현대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최고의 기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무엇보다 현대적인 레스토랑이 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통이 진화할 기회를 받아들이는 거죠. 물론 많은 나라의 전통적인 요리와 조리법, 특히 한국 음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지만 그 방식이나 결과물에서 꼭 전통적인 것,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방식, 이전부터 해오던 것으로 제한을 두거나 얽매이지 않으려 해요. 요리는 계속 진화해왔고, 지금 우리가 전통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때 현대적인 것이었으니까요.
마당에 죽 늘어선 장독대가 인상적입니다. 2014년부터 직접 담그기 시작한 장이 담겨 있죠. 숙성과 발효는 당신의 요리 세계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발효 기법은 간장이든 김치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다양하고 맛있는 풍미를 만들어내는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우리 선조는 필요에 의해 발효 기법을 개발했고, 그 과정에서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진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기술과 농업, 훨씬 자유로운 운송 수단이 있는 이 세상에서 발효는 보존 목적보다는 풍미 개발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것을 몇 년 후에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미래를 위해 지금 무언가를 만드는 노력이 참 아름답지요.
1970년대 비쌌던 바나나, 외할머니가 쑨 도토리묵 등 유년 시절 추억의 음식을 종종 얘기했어요. 특히 외할머니의 도토리묵은 초기 베누에서 중요한 음식이었죠. “음식은 정체성이며 당신을 말해준다”고도 했습니다. 먹는 음식이 곧 우리를 규정할까요?
우리가 먹는 음식과 그 음식에 대한 선택이 우리를 규정하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죠.
베누는 손님이 재방문했을 때, 맛보지 못한 음식을 내는 것이 원칙이죠. 15코스 메뉴 중에 적어도 80% 이상 새 메뉴로 바꿔서 냅니다. 보통 일주일에 이틀은 메뉴 개발에만 힘을 쏟는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사실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식사하는 손님이 있어요. 15년 동안 꾸준히 찾아주셨죠.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무언가로부터 영감을 받잖아요. 제 직업은 셰프이기 때문에 그 영감을 음식에 적용하는 것이지요. 어렸을 때는 영감의 상당 부분이 새로운 재료나 음식과 관련됐지만, 점차 여러 분야에서 와요. 그런 순간은 훌륭하고 특별하지만, 드뭅니다. 단순히 어떤 영감에 의지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거예요. 저와 시니어 셰프들이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그와 관련된 제철 식재료를 살펴 테스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거죠. 매우 꼼꼼하고 세심한 계획입니다.
베누의 첫 만남은 거리에서 훤히 보이는 주방입니다. 아치형의 큰 창으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셰프들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베누의 주방은 0.1데시벨의 잡음도 없는 엄숙한 공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렇듯 엄격한 주방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는 단순히 엄격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아요. 사실 자주 농담을 나누고 웃곤 하죠. 일주일에 60~70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으니까요. 물론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선 완벽한 집중이 필요합니다.
베누는 한국, 영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온 25명의 셰프가 함께합니다. 전 세계에서 지원서가 쏟아지는데 어떤 기준으로 채용하나요?
많은 지원자가 ‘열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사실 오래 못 갑니다. 그리고 요리 기술은 후에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원서를 내기 전의 경력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셰프는 엄청난 헌신, 식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요리에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할 수 있는 공감 능력, 일정 부분의 강박적인 성격이 필요합니다. 거의 강박증이라 볼 수 있을 정도의 ‘철저함’을 요하죠.
셰프들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치나요? 셰프의 자질로 체력과 상식, 문화적 이해력을 꼽았는데, 혹시 이런 걸까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체계적인 프로토콜은 없습니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사람은 제각각이고 셰프마다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알았죠. 그러므로 셰프마다 멘토링하고 훈련하는 고유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가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극진함이 불편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베누는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이웃의 초대를 받은 것 같았죠. 10년간 베누에서 일한 소믈리에부터 전 직원이 절제된 친절함을 보여줬고요. 음식이 주방을 나와 손님에게 나갈 때 베누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최적의 상태로 음식을 즐기려면 매우 구체적인 방식과 시간에 손님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15가지 코스 요리 시식 메뉴에는 많은 조정과 훈련이 필요하죠. 또한 다이닝 홀 직원이 음식을 설명하는 방식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재료, 요리 방법과 레스토랑 지식을 공부하게 해요. 이런 기술적인 사항 외에도 베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따뜻하고 친근하길 바랍니다. 홀 직원은 손님이 진심으로 환대와 보살핌을 받는 것처럼 느끼게 해야 하죠. 레스토랑에 갔을 때 서비스가 공식적이거나 그저 연습된 것 같으면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분위기를 즐기기 어렵거든요.
최고의 자리이기에 압박감이 크고 고독할 듯합니다. 어떻게 극복하나요?
때때로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성공 척도와는 관련 없어요. 인정받는 셰프가 되기 전에도 압박과 고독을 느꼈기 때문이죠. 요리처럼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면 어느 정도 필요하고 결부된 감정이죠. 혼자 감당해야 하고, 잘해내고 있는지 실질적인 척도 또한 없으므로, 끝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책임이라면 미식 요리(Gastronomic Cooking)와 파인다이닝 문화, 특히 한국 식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더 큰 책임은 우리 레스토랑을 통해 식당, 공급업체, 직원들 이렇게 세 종류의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나의 요리는 언제나 레스토랑이 위치한 지역에 근간을 둔다”고 말했죠. 미식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북캘리포니아보다 더 좋은 수준의 식재료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없어요. 좋은 재료는 모든 좋은 요리의 기초입니다. 문화적으로 샌프란시스코는 매우 열린 사고방식이 있기에 셰프들 또한 창의적이고 자유롭죠.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내에 ‘나오(Na Oh)’를 오픈했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나오다’란 의미를 담은 한국어이며, 한국 가옥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 한국적인 상차림을 선보이죠. 독특하게도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는데요. 나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나오는 ‘매일 먹는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과 맛을 공유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층 세련된 한국 레스토랑과 한식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한식 코스 메뉴를 선보이거나 오래된 궁중 요리를 재해석하고, 한우 오마카세 또한 인기를 끌었죠. 그런 개념은 충분히 흥미롭고, 확실히 한국 요리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요. 다만 저는 한국 음식의 진정한 매력은 매일의 밥상, 그러니까 더 단순하고 겸손하며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알고, 원하고, 정서적으로 가까운 한국 음식을 전문 셰프가 장인과 같은 방식으로 나오의 메뉴에 접근하길 바랐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도 장인이 만드는 고급스러운 맛을 지닐 수 있다고 믿으며, 전문 셰프들이 좋은 재료와 앞선 기술로 이런 요리를 선보이는 데 나오의 정체성이 있습니다.
패스트푸드 같은 길티 플레저 음식을 먹나요?
그럼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그저 그런 평범한 식사보다 인앤아웃 버거를 훨씬 더 선호합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거예요.(웃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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