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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전설이 될,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 비통의 콜라보레이션

2025.01.03

다시 한번 전설이 될,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 비통의 콜라보레이션

무라카미 다카시. Courtesy of Louis Vuitton

무라카미 다카시는 연륜과 지혜가 쌓인 사람만이 발산하는, 어린아이 같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천재적인 재능과 호기심 많은 아이의 눈을 갖춘 다작의 예술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1월 재출시될 루이 비통과의 협업 컬렉션으로 패션계에도 이름을 남긴 인물이 되었죠.

돌이켜 보면 2003년 봄,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 비통의 첫 콜라보레이션은 패션계에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하이패션이 대중문화의 전 영역으로 확산되는 시초였으며, 이를 기점으로 패션계에서 창의성과 상업성의 경계가 모호해졌죠. 웃는 꽃과 만화 속 생물들이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가방에 그려졌을 때는, 콜라보레이션이 성행할 때도 아니었고 ‘카와이(귀여움)’라는 단어가 패션 사전에 등재되기 전이었습니다.

Courtesy of Louis Vuitton

“그 당시엔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무라카미 다카시가 도쿄 북부 사이타마에 있는 창고 같은 스튜디오에서 <보그>와 화상 통화를 하며 한 말입니다. 그의 뒤쪽으로는 직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죠. “처음 4년 정도는 루이 비통 본사를 자주 방문했어요.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웠죠.” 그는 은색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그 20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62세의 예술가는 협업 이후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이의 여유로운 태도를 갖추게 되었죠.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고,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습니다.”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 비통과 협업할 인물을 물색할 때도 그는 유명한 예술가였지만, 오늘날처럼 다작의 아이콘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초라한 옷차림으로 루이 비통 쇼에 등장하는 게 부끄러웠지만, 요즘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며 웃어 보였죠.

1월 선보일 새로운 협업 에디션은 2003년 첫 콜라보레이션을 재해석한 것입니다. 익숙한 꽃과 ‘판다(Panda)’, ‘행성 66의 생물들(Creatures from Planet 66, 머리카락이 나뭇잎처럼 생긴 귀여운 캐릭터)’이 흰색과 검은색 무지개 모노그램 백과 액세서리, 심지어 스케이트보드에까지 흩뿌려져 있습니다. 포셰트, 스피디 백과 카드 홀더 등이 재출시될 예정이며, 일부는 과거와 모양이 조금 달라지고 리본 모양의 참이 추가됩니다. 당연히 반려동물용 가방도 있습니다. 품에 치와와를 안고 있는 것보다 Y2K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요?

루이 비통×무라카미 다카시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에서 젠데이아의 비하인드 신. Courtesy of Louis Vuitton
루이 비통×무라카미 다카시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에서 젠데이아의 비하인드 신. Courtesy of Louis Vuitton

컬렉션 홍보가 매우 열정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무라카미는 사실 이렇게 큰 규모로 진행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녀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죠. 이번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의 얼굴이자, 루이 비통의 앰배서더인 젠데이아 말입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캡슐 컬렉션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젠데이아가 나타났을 때 와우! 그녀의 힘은 놀라웠고, 그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어요.”

과거 협업 당시 선보였던 무라카미의 단편영화 <슈퍼플랫 모노그램(Superflat Monogram)>(2003) 리마스터링 버전도 공개되었습니다. 주인공 여학생이 판다에게 삼켜져 앨리스처럼 작가의 다채롭고도 광기 어린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그는 “LV의 세계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리마스터링을 통해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죠”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무라카미의 작품은 귀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인상을 줍니다. 뾰족한 송곳니, 환각적 색채, 거칠고도 실체 없는 만화 같은 눈 등을 통해 잠재되어 있는 어둠이 드러납니다. 유명한 무지개 꽃은 원자폭탄 투하 이후 일본에 나타난 ‘희망’을 상징하고요. 그는 예술가에게 더 기묘하고 엉뚱한 요소는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그런 요소를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죠. “어떻게든 그림자를 넣지 않으면 아이들이 놀림받고 있다 느낄 거예요. 세상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고, 비논리적입니다. 아이들은 그걸 이해해요.”

2003년 마크 제이콥스의 루이 비통×무라카미 콜라보레이션 백.

무라카미 자신도 어떤 면에서는 그의 꽃만큼이나 한없이 긍정적입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AI로 대체될 것을 걱정하지만 그는 낙관적인 견해를 취하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진가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았어요”라고 말합니다. “변화는 피할 수 없어요. 초기엔 많은 디자이너, 작곡가, 그 외의 창작자가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올 거예요. 언젠가 모두가 지루해질 때가 오니까요.” 무라카미는 새로운 물결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 같은 노인들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잊어버릴 거예요. 그러니 지금이 AI를 공부할 때죠.” 그는 최근 AI를 사용해 음악을 작곡 중이라고 밝히고는 웃으면서 “AI 만세!”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것이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 이유입니다. 그의 호기심이 닿아 있는 것들이 세상을 엮어내죠. 그는 과거를 떠올리며 “2000년대 초반, 저는 루이 비통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전달해 시장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그 아이들은 성장했습니다”라고 콜라보레이션을 요약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무라카미 자신은 어떨까요?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어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저는 어른이 된 적이 없어요(I’ve never become an adult)!”

Courtesy of Louis Vuitton
Courtesy of Louis Vuitton
Courtesy of Louis Vuitton
Courtesy of Louis Vuitton
@louisvuitton
Ashley Ogawa Clarke
사진
Courtesy of Louis Vuitton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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