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K-뷰티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2025.01.03

K-뷰티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뷰티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군한 지 약 10년, 현재 K-뷰티는 어느 때보다 맹렬한 속도로 세계 정복 중이다. 2025년의 K-뷰티,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도쿄는 뷰티 에디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 중 하나였다. 신박한 디테일의 화장품이 어느 도시보다 많았고, 아이디어 가득한 컨셉 스토어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치열한 도쿄의 H&B 스토어에서 더샘 컨실러가 불티나게 팔리는 걸 목격했을 때, 일행 모두 감격을 넘은 자랑스러움에 벅차올랐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2024년 봄, 오랜만에 다시 찾은 도쿄의 분위기는 좀 달라져 있었다. 드러그스토어 ‘마쓰모토키요시’에 들어서니 에뛰드의 모델 라이즈가 포토월을 가득 채우고, 인플루언서 조효진과 협업한 그림자 쉐딩 키트가 한국어 패키지 그대로 진열되어 있다. 서울에서 품절 대란이라 구하지 못했던 브이티코스메틱 리들샷은 도쿄에서도 난리! 긴자의 로프트는 아예 한국 브랜드가 매장 전면 매대를 모두 장악하고 있어 내가 지금 도쿄에 있는 것인지 서울 성수동 올리브영에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지난 10월 시부야 히카리에 홀을 가득 채운 ‘얼루어 K-뷰티 페어 in 도쿄’ 역시 K-뷰티 붐을 입증한 예다. “<얼루어>는 일본에 론칭하지 않은 잡지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5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한국 에디터가 큐레이션한 K-뷰티 부스를 보러 방문해주었어요.” <얼루어 코리아> 이정혜 뷰티 디렉터는 “이것은 한국 뷰티 자체에 대한 열광”이라고 설명하며, 함께한 500명의 일본 인플루언서 역시 새로운 K-뷰티에 대한 포스팅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물론 여전히 도쿄는 가장 강력한 뷰티 멜팅포트다. 하지만 그 어수선한 다양성 중에서도 K-뷰티가 트렌드 이상의 영토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건 확실해 보였다. K-뷰티에 대한 열광은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특히 북미 지역의 K-뷰티 사랑은 숫자로 입증된다. 지난 몇 년간 아마존 프라임데이가 되면 K-뷰티 브랜드가 뷰티 랭크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코스알엑스 ‘어드벤스드 스네일 96 뮤신 파워 에센스’와 라네즈 ‘립 슬리핑 마스크 EX’는 부동의 상위 랭커이자 한국 화장품의 히어로! K-뷰티 브랜드 최초로 미국 아마존 클렌징 오일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한 아누아 ‘어성초 포어 컨트롤 클렌징오일’은 아누아를 아마존 톱 브랜드 수상으로 이끌었다. 수분 크림 대용으로 사용 가능한 조선미녀 ‘맑은쌀선크림’은 또 어떤가! 이미 글로벌 누적 판매량 1,500만 개를 넘는 대박을 터뜨렸고, 최근 있었던 아마존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기간 내내 뷰티 카테고리 전체 1위를 지킨 것은 바이오던스의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였다. 이 외에도 스킨1004, 라운드랩, 넘버즈인, 믹순, 티르티르 등의 K-뷰티 브랜드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매일 새로운 역사를 갱신 중이고 그 속도는 더욱 맹렬하게 빨라지고 있다.

K-뷰티의 이런 가속도 뒤에는 SNS와 인플루언서가 있다. 현재 틱톡 ‘kbeauty’ 해시태그 팔로워는 1.2M, 그리고 ‘Kbeautyskincare’는 134.7K에 달한다. 라네즈의 ‘뷰르가즘’과 ASMR, 코스알엑스의 모션형 카메라 필터 개발은 틱톡 맞춤형 콘텐츠를 공략해 관심을 이끌어낸 성공적 예다. 그중에서도 ‘글래스 스킨’은 한국 여성의 케어 루틴을 상징하는 주요 키워드! 토너 패드로 피부를 정돈한 후 믹순 ‘콩 에센스’로 마사지하고 스킨1004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앰플’로 수분광을 만든 뒤 손가락으로 뺨을 꾹 눌러 유리알 반사 피부를 보여주는 시리즈 영상은 높은 타율로 많은 댓글과 관심을 끌어낸다. 믹순 황주업 대표는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이 K-뷰티를 환영한다고 말한다. “주목받을 수 있으니까요. ‘뷰티는 곧 메이크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던 외국인에게 이중 세안법을 전파하고 피붓결을 정돈한 뒤 물광을 입히는 과정은 흥미진진한 콘텐츠죠.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 여성의 케어 루틴 자체가 K-뷰티’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정보는 재생산되고 더 빨리 전파되어 구매로 전환된다. 현재 톱 랭크된 K-뷰티 브랜드는 대부분 틱톡 등 글로벌 SNS 마케팅 전담 팀을 공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퀄리티 K-뷰티 스킨케어는 일단 한번 경험해보면 팬이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딩을 위한 배송비만 해도 억 소리가 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열심히 씨를 뿌리다 보면 가끔 헤일리 비버가 쏘아 올린 메디큐브처럼 100억 이상의 매출 선물을 돌려받기도 하니 숨겨진 보석 같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메가 인플루언서를 컨택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 메이크업은? 현지 소비자의 니즈에 빠르게 반응한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어뮤즈 ‘듀 틴트’가 지난 5월 일본 큐텐 립 메이크업 부문 넘버원을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일본을 위해 제작한 컬러, 도쿄 모모가 크게 기여했다. 티르티르는 그 어렵다는 베이스 메이크업 카테고리를 뚫어낸 거의 유일한 K 브랜드다. 티르티르 이선영 부문장은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귀띔한다.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을 기획할 때 글로벌 SNS 소비자 서베이를 진행해 다양한 피부 톤을 아우를 수 있는 40개 셰이드를 개발했어요. 단순히 쿨톤과 웜톤에 그치지 않고, 핑크, 로지, 뉴트럴, 올리브, 골든 등 언더톤까지 세밀하게 고려해 10호부터 55호까지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제공했습니다. 그러자 여러 인종의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리뷰하기 시작했죠.” 아시아는 광채, 미주 시장은 커버와 지속력을 중시하니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텍스처를 만드는 데도 주력했다. 그 결과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은 2024년 4월, 아마존 파운데이션 카테고리에서 한국 쿠션 브랜드 최초로 판매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제품이 아주 좋은 것은 인정, 콘텐츠가 되는 것도 역시 인정! 하지만 판매는 현실이다. 자본이 없고 아직 규모가 여물지 못한 K 새싹들에게는 유통의 도움이 절실하다. 직구 말이다. 올리브영 글로벌 몰은 국내 올리브영 매장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약 75%를 해외로 직배송해준다. 주요 국가 기준, 주문 후 5일 정도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올리브영 글로벌커머스 마케팅팀 조은선 팀장은 “2019년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 주문액과 고객 수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와 도쿄 KCON에 설치된 올리브영 부스를 통해 처음 이 서비스를 알게 된 외국인들도 K 화장품에 대한 호감 때문인지 주저 없이 직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적극적인 기회도 열려 있다. 올해 올리브영은 ‘K-슈퍼루키 위드영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는 해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K-뷰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진행한 시범 사업이었다. 그리고 지난해의 교훈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본격적인 육성 프로그램에 착수한다. 브랜드 포지셔닝과 경쟁력 분석, 현지화 전략, 외부 마케팅 채널을 통한 홍보와 판매까지 전방위적 지원이 쏟아진다.

나는 거의 매해 K-뷰티 활약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왔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애국 필터를 빼고 시장을 직시해도 숫자가 성공을 증명하는 2025년이 될 것이다. 조금씩 세계인의 피부로 스며든 K 화장품의 커리어 하이는 바로 현재다. (VK)

컨트리뷰팅 에디터
백지수
포토그래퍼
박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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