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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킴과 김창완의 조화, ‘초야’

2025.01.07

림킴과 김창완의 조화, ‘초야’

늘 변화하는 림킴, 이번에는 깊이 있는 보컬로 돌아오다.

늘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가가 있죠. 한국에서 가장 독보적인 커리어를 지닌 림킴입니다. 팝부터 전자음악은 물론 아시아 문화부터 미래지향적인 팝 음악까지 모두 품어온 그가 이번에는 과거로 돌아간 듯 다른 느낌의 노래를 선보입니다. 무려 뮤지션 김창완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제목도 림킴과 아주 잘 어울리는 ‘초야’입니다.

사실 세상에 처음 나온 곡은 아닙니다. 이 곡은 1983년 김창완 뮤지션이 발매한 솔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에 수록됐는데요. 이 앨범을 먼저 소개하자면, 말 그대로 산울림이 아니라 김창완의 이름으로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구성했습니다. 앨범 제목처럼 문학적이고 서정적인 가사로 가득한 이 앨범은 그만큼 간결하면서도 폭넓은 표현, 일상적이고 따뜻한 언어로 구성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CF를 통해 잘 알려진 ‘어머니와 고등어’만 해도 여전히 즐겨 듣는 곡이죠. CF에서는 정겨운 느낌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어머니의 사랑이 먼저 느껴진다는, 알고 보면 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 앨범에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요. 단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김창완 본인이 직접 썼습니다. 그 한 곡이 바로 ‘초야’입니다.

‘초야’는 산울림 멤버이자 동생인 김창훈 뮤지션이 썼습니다. 어딘가 수줍고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곡인데요. 림킴은 이 곡에 전진희의 편곡을 더해 시간의 깊이와 따뜻함, 아름다운 재해석을 시도했습니다. 어딘가 위안과 온기가 전달됩니다. 편곡에 참여한 전진희는 최근 <Breathing II>와 악보집을 발매하며 자신만의 정서를 견고히 담아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하비누아주부터 솔로까지, 재즈부터 팝, 록까지 오간 그는 이번 곡을 조금은 정적인 호흡으로 풀어내 림킴의 음색과 김창완과의 호흡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합니다.

여기에 원곡의 주인공 김창완이 노래를 단단히 뒷받침합니다. 이번 곡에는 전진희의 편곡과 림킴 특유의 음색은 물론 김창완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섬세하면서도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두 사람의 목소리가 더없이 조화를 이루며, 시간을 초월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과거 시기의 곡이 지니고 있던 정서는 물론 지금의 세련됨이 더해져 많은 이에게 곡이 지닌 감성이 전달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앨범을 소개합니다.

비주얼에서도 림킴 특유의 세련미를 잊지 않았지만 한층 차분하면서도 도회적인, 과거와 현재의 서울이 교차하는 듯한 이미지가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산울림의 폰트를 비롯해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스타일입니다.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는군요.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이 이질적일 것 같았는데,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듯 생각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사실 림킴은 컨셉을 소화하는 에너지도 뛰어나지만, 많은 사람이 언급한 것처럼 무엇보다 음색과 보컬 역량이 훌륭합니다. 독보적인 음색은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다 알 만큼 존재감이 있는데요. 이번 곡에서는 그 음색이 더 크게 빛을 발합니다. 그동안 보컬에 집중한 림킴의 곡에, 현재 시점의 그가 풀어내는 정서를 담은 작품에 목말랐던 분들은 더없이 반가울 겁니다. 과거의 음악을 좋아했던 분들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그만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곡입니다.

김창훈 작사·작곡, 전진희 편곡, 김창완의 기타 연주와 목소리가 더해진 림킴의 노래는 보컬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새로운 버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여러 세대가 함께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군요.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온기를 전하는 이 곡으로 림킴의 또 다른 매력과 함께 그가 지닌 음악적 깊이를 만나보세요.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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