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과 여름에 익숙해질, 보이지 않는 신발
너도나도 맨발을 드러내기 바쁜 시절이 있었습니다.
때는 2~3년 전, 모두 신데렐라 유리 구두처럼 투명한 PVC 소재의 네이키드 슈즈를 신었죠.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지지 하디드, 제니퍼 로페즈, 심지어 아말 클루니까지 말이에요. 몇 시즌 동안의 유행을 거쳐 2023 S/S 런웨이까지 점령하는 걸 보며 제대로 열풍이 부는가 싶었죠. 그런데 메시 슈즈가 그 자리를 재빠르게 차지하며 형세가 뒤집혔습니다. 조용한 럭셔리와 미니멀리즘으로 모두가 기본/클래식 신발에 집중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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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PVC 네이키드 슈즈의 못다 한 아쉬움을 달래게 될 겁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2025 S/S 런웨이에 투명한 신발을 소환하며 불씨를 되살렸죠. 드레스에 매치하며 수년 전의 센슈얼하고 감각적인 실루엣을 재현한 건 베르사체였습니다. 물방울이 고인 듯한 힐 모양이 유쾌함을 더해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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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빅토리아 베컴은 뾰족한 포인티드 토 힐을 올렸습니다. 투명하니 더 긴장감이 살더군요. 라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앙 도세나의 슈즈는 어딘가 미래적이었어요. 방수 덮개처럼 펌프스를 감싼 PVC의 실루엣이 부츠와 구두의 경계를 오가며 묘한 매력을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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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의 부츠는 영감을 안겨주더군요. 맨발도 맨발이지만 스타킹과 양말 신는 재미가 쏠쏠할 거란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죠. 한편 보테가 베네타는 장난감 신발처럼 아기자기한 꽃을 수놓았는데요. 센슈얼보다는 사랑스러운 무드가 강했죠. 젤리 슈즈와 비슷한 종류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달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장점이 참 많습니다. 우선 내구성은 메시 소재와 비할 바가 아닙니다. 가볍고 유연하죠. 대담하지만 부담스럽진 않고요. (보이는 건 맨발뿐이니) 어떤 스타일에든 잘 어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 오는 날도 환영이죠.
가장 효과적인 건 힐입니다. 까치발 든 듯 서 있는 발등이 군더더기 없이 길쭉한 라인을 연출해줄 테니까요. 물론 100% 투명도를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알라이아의 르 쾨르 슬링백처럼 포인트가 확실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도 있죠. 끌로에처럼 색을 더한 것도 좋고요. 하지만 입문만큼은 티 없이 맑고 투명한 신발을 추천하고 싶군요. 신을 때마다, 가는 곳마다 맨발의 매력을 구석구석 깨닫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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