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노래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하는 세상입니다. 실존하는 인물도 똑같이 구현하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로 인한 사기 범죄도 늘고 있습니다. AI가 탄생시킨 가상 인물은 점점 더 실감 나고, 더 진짜처럼 보이죠. 이런 기술력에 명성까지 이용한다면, 사기 피해자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배우 브래드 피트를 이용한 AI 사기 범죄가 등장했죠. ‘어느 날 갑자기 유명인 혹은 나의 ‘최애’가 접근해 돈을 요구한다면?’이라는 설정을 그대로 이용한 케이스입니다.

2023년 2월, 프랑스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한 50대 여성은 인스타그램에 가입했습니다. 겨울 휴가 사진을 올린 뒤 그녀는 브래드 피트 어머니의 이름을 딴 계정에서 DM을 받았죠. 이어 다음 날에는 자신을 브래드 피트라고 소개하는 계정에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가 보낸 사진 여러 장을 보고 여성은 진짜라고 믿기 시작했고, 이내 사랑에 빠졌습니다. 물론 모두 가짜였죠. 가짜 브래드 피트는 그녀에게 달콤한 내용의 메시지와 사진을 1년 반 동안 꾸준히 보냈고, 여성은 결국 남편과 이혼까지 결심했습니다. 여성이 남편에게 위자료로 77만5,000유로, 약 11억7,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하자, 가짜 브래드 피트는 본격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암에 걸렸다며 치료를 받고 있으니 돈을 달라고 계속 요구했죠. “당신 없이는 살 이유가 없다”는 다정한 말과 함께요.

여성은 가짜 브래드 피트에게 83만 유로를 보냈습니다. 이혼 위자료에 자신이 살던 집과 가구까지 모두 처분해 마련한 돈이었죠. 하지만 진짜 브래드 피트가 연인 이네스 드 라몬과 함께 찍힌 사진을 본 뒤에야 이 모든 일이 사기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우울증에 걸렸죠.

피해자는 더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스페인에서 브래드 피트를 사칭해 두 여성으로부터 32만5,000유로를 가로챈 일당 5명이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SNS에서 우울한 내용의 게시물을 자주 올리거나, 애정 결핍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을 찾아 정서적으로 유대 관계를 맺은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일이 알려진 뒤, 브래드 피트 측은 “사기꾼이 팬과 유명인의 강력한 관계를 이용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소셜 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배우가 온라인으로 접근했을 때 응답하지 말라는 중요한 경고”라고 전했습니다. 만약 평소 좋아하던 유명인이 갑자기 SNS로 접근한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사랑을 고백하며 돈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요. 상대는 AI가 만든 존재일 수도 있으니까요(AI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