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그 눈부신 발견에 관하여
자연을 마주하는 자세 그리고 그에 관한 고찰.
아름다움은 주관적이고 능동적인 발견이다. 18세기 영국 시인이자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는 발견의 힘을 정확히 인지했다. “누군가에게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을 주는 나무도 누군가에겐 길을 막아서는 녹색 물체에 불과합니다.” 스무 살 청년은 자신의 작품을 비난한 목사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누군가는 자연을 괴상한 기형의 상태로 봅니다. 또 누군가는 자연을 아예 발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상상력을 가진 이에게 자연은 창의력의 근원입니다.” 그리고 100여 년 뒤 한 프랑스 청년은 건물을 뒤덮은 담쟁이덩굴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했다.
청년의 이름은 프레데릭 부쉐론(Frédéric Boucheron). 1858년 파리 팔레 루아얄에 주얼리 메종의 문을 연 그는 건물 회랑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을 자세히 살폈다. 곧 그 발견은 새로운 시대의 주얼리 탄생으로 이어졌다. 네 잎 클로버, 데이지, 들장미, 엉겅퀴 같은 식물은 물론 나비와 잠자리 등 곤충 역시 그의 손에서 보석으로 태어났다. 블레이크 말대로 부쉐론에게 자연은 상상력 그 자체였다.
이후로도 자연과 깊은 영감을 주고받은 부쉐론 하우스는 2025년 다시 한번 자연에 대한 찬가를 부른다.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이름은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Untamed Nature)’. 식물 표본 등이 섬세한 손길 속에서 부쉐론만의 ‘이스뚜아 드 스틸(Histoire de Style)’ 컬렉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중심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이 있다. 아이슬란드의 빙하와 폭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녀가 또다시 식물을 비롯한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시작은 당연히 하우스의 아카이브였다. 1878년 탄생한 엉겅퀴 브로치는 목걸이와 브로치로 새로 태어났고, 1906년 귀리 이파리를 닮은 티아라는 귀리 줄기를 꽂은 듯한 헤드피스로 변모했다. 1889년 시클라멘 꽃송이는 꽃잎 6개를 가진 다이아몬드 반지와 로즈 컷 다이아몬드를 더한 귀고리가 되었고, 1881년 푸시아는 브로치와 헤드피스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다.
이런 재발견에 큰 힘을 발휘한 건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인 아카이브 주얼리였다. 1880년대에 만든 몸을 따라 흐르는 듯한 옷 장식은 링곤베리를 바탕으로 한다. 슈완은 이 아이디어를 더 새롭게 변주했다. 몸의 실루엣에 따라 상체 앞뒤를 연결하는 디자인은 기존 주얼리의 범위를 벗어난다. 고대 그리스 여신이 사랑할 듯한 이 디자인은 독립적인 브로치로 연출할 수 있다. 84개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 잎사귀는 ‘캐스케이딩’ 디자인으로 자유롭게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디자인은 새롭지만 3,600시간이 넘는 장인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하이 주얼리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프레데릭 부쉐론이 가장 좋아한 아이비, 즉 담쟁이덩굴도 새롭게 태어났다. 친근하고 불완전한 자연, 날것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몸을 휘감거나 가로지를 수 있는 팔찌이자 브로치는 헤드피스로, 더 작은 브로치로도 연출할 수 있다. 식물의 잎 표면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다양한 도안과 질감을 더해 현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한다.
자연에 관한 서적 600여 권을 모은 프레데릭 부쉐론의 세상은 식물에서 끝나지 않는다.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의 두 번째 챕터는 곤충 세상이다. 오닉스와 화이트 골드, 진주 등으로 호박벌을 완성했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장수풍뎅이는 반지와 브로치로 활용 가능하다. 부쉐론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곤충은 딱정벌레였다. 1877년부터 1901년까지 딱정벌레 디자인 57개가 등장했다. 이번엔 ‘투 핑거 링’과 브로치로 변형 가능한 작품을 선보인다.
프레데릭 부쉐론을 세상에 알린 건 1879년 ‘퀘스천마크’ 목걸이였다. 간편한 착용법만큼 월계수 잎사귀가 목을 타고 흐르는 디자인은 현대적이었다. 그 후에도 계속 새로운 디자인이 이어졌다. 때로는 장미꽃이 피고, 진주 폭포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자연에 대한 창립자의 독특한 상상력은 변치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컬렉션을 통해 그 상상력을 새롭게 감상할 수 있는 행운과 마주했다. (VK)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COURTESY OF
- BOUCHERON
- SPONSORED BY
- BOUC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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