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돌아왔다(Sex is back).’ 2025년 봄/여름 패션 위크 리뷰, 특히 파리 쇼를 정리한 기사에서 이러한 문장을 읽었습니다. 실제 에로티시즘을 바탕에 둔 많은 룩들이 런웨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트롱프뢰유 효과로 란제리 룩을 연출한 발렌시아가나 알레산드르 미켈레의 첫 번째 발렌티노 쇼 또한 비밀스러운 내실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발레의 미학이 스포츠웨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죠. 방 안에서나 피트니스 센터에서나 어디서나 옷을 입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욕망의 기저로 패션계가 움직이고 있었죠. 반대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이브닝 드레스는 워크 웨어로 감싸졌고, 페티시웨어는 이전 시즌보다 더 미니멀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티셔츠가 가슴팍에 기꺼이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패션은 어느 때보다 압도적이고 정복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2025년 봄과 여름, 여성 패션의 트렌드를 이끌 15가지 스타일을 살펴보세요.
1. 긴바지인가, 반반지인가? 외다리 팬츠
보테가 베네타, 루이비통, 코페르니 등의 빅 브랜드들이 일제히 한쪽 바지를 잘라내고 나타났습니다. 한쪽 어깨만 드러내는 상의도 있었는데, 그동안 왜 바지는 짝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왜 어색했을까요? 디자이너들은 2025년 예상치 못한 하이브리드 팬츠에 베팅하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클래식 룩에 갇혔던 지난날의 답답함을 토로하기 위한 방식인지, 비대칭성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정장식 수트에서 한쪽 다리가 사라졌을 때의 파급력은 그 어떤 바지도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외다리 팬츠가 길거리에서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수많은 기자회견과 시사회에서 한쪽 다리를 드러내고 서 있을 셀럽들의 모습은 확실히 그려집니다.
2. 2025년식 레트로 시크
힘들 때는 과거로 회귀합니다. 가장 좋았던 때,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그리워하게 되죠.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상황이 회복될 기미가 없자, 미니멀했던 실루엣에 여성스러움과 반항적인 무드가 가미되기 시작했고요.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부르주아 시절을 2025년식 우아함으로 해석하기도 했죠. 다소 딱딱한 룩에 나비넥타이를 하거나 리본이나 폴카 도트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입니다. 2024년에 이어서 2025년 버전의 레트로 시크는 완벽한 재단에 대담한 스타일을 통해서 우아함의 진정한 가치를 뽐낼 것입니다.
3. 발레리나가 되어봅시다
스포츠와 웰빙이 일상의 욕구를 자극하는 시대. 올림픽이 펼쳐졌던 지난해와 같은 열광적인 스포츠맨쉽은 사그라들고, 올해는 발레 같은 좀 더 우아한 예술적 운동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올 여름 농구 바지 스타일이 유행하지 않을까 했던 작년의 예측이 무색하게 레오타드 스타일이 등장했습니다. 컷아웃과 레이어링 등 꾸뛰르적 요소를 더해 새로운 패션의 시작을 알렸죠. 운동할 때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4. 살아 움직이는 그림
현대 천체와 대기 현상을 르네상스 스타일로 표현한 프랑스 아티스트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의 작품, 보티첼리의 단테 초상화, 포토그래퍼 그렉 지라드(Greg Girard)의 자동차 등 디자이너들은 예술을 우리의 옷장으로 초대했습니다. 작품이 본디 가진 예술성과 창조성은 우리의 발걸음과 움직임에 맞춰 더욱 진해지고 생동감이 생깁니다.
5. 동물의 왕국
자연스럽게 반항적 무드가 장착되는 애니멀 프린트가 2025년 여름까지 이어집니다. 얼룩말(지브라)이나 비단뱀(파이썬), 홍학(플라멩고)까지, 토탈룩으로 입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필요한 건 그저 자신감 뿐. 얼룩말이 되거나 치타가 되어봅시다.
6. 속옷 드러내기
옷 안에 숨겨두었던 내실의 미학이 드러납니다. 완벽히 과시적인 언더웨어는 움직임이 자유롭진 않지만, 관능미는 10배는 배가됩니다.
7. 파티 드레스 위에 파카 걸치기
스타일의 충돌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눈부신 이브닝 드레스에 두툼한 파카를 더할 수 있다는 것도요. 드라마의 메이킹 영상 속 배우들을 떠올리게 하는 믹스 매치는 세련미와 실용성이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새롭고 산뜻해 보입니다.
8. 달콤한 아이스크림 컬러
베이비 핑크, 베이비 블루, 워터 그린, 페일 옐로우 등 달콤한 여름 색조가 옷장과 실루엣을 가볍게 만들 것입니다. 감각과 스타일이 돋보이고 싶은 날 셔벗 컬러 팔레트를 펼쳐보세요.
9. 남성용 점프 수트!
남성용 점프 수트는 성별을 자유로이 오갑니다. 피터팬 칼라로 가슴 팍을 시원하게 열어 젖히거나, 장식이 들어간 벨트로 멋을 내고 편안한 움직임까지 보장합니다.
10. 슬로건 티셔츠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격하게 진정성을 내보이는 슬로건 티셔츠. 2025년 사람들은 유난히 할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투어리스트가 되었다가 엄마를 향한 사랑도 고백해야 하고, 디즈니 만화에 대한 재해석까지 무척이나 바쁩니다. 옷장의 필수템, 티셔츠가 이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차례입니다.
11. 소프트 파워
‘부드러움’과 ‘힘’. 아이러니하게도 2025년 여름, 오피스웨어 실루엣을 특징 짓는 두 가지 키워드입니다. 더블 브레스트 재킷은 그 최고의 자리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죠. 올봄, 트렌드와 관계 없이 입는 것만으로도 압도감을 형성하는 아이템을 장착해보세요.
12. 풍만한 러플
몸의 움직임, 바람의 힘, 욕망에 따라 휘날리는 풍성한 레이스와 러플 덕분에, 어느 때보다 로맨틱한 보헤미안 시크 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러블리해진 룩으로 여름을 보내보세요.
13. 본디지 섹슈얼리티
섹시합니다. 페티시 웨어는 여러 가닥의 끈과 레이스, 재검토 된 하네스를 통해 계속해서 폐션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좀 더 대중 지향적으로 변했고요. 지난 해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미니멀해진 것이 특징입니다.
14. 공기처럼 가볍게
깃털은 화려함과 미니멀리즘 사이에서 패션에 새로운 에지를 부여합니다. 가느다랗게 매달린 실과 볼륨감 있는 실루엣이 시간과 관습을 벗어났음을 나타내며, 그 와중에도 블랙과 화이트만을 사용하여 절제미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죠.
15. 네오 크리놀린
크리놀린은 19세기 후반의 미학과 거리가 멀어지고, 보다 미니멀한 해석을 통해 현대 공주의 윤곽을 그려냈습니다. 치마의 윤곽은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림이 없지만, 두 발과 몸이 자유로워진 보다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2025년의 여러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