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라는 영원의 색, 샤넬 2025 S/S 꾸뛰르 컬렉션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그랑 팔레에서 2025 S/S 꾸뛰르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중앙에는 그랑 팔레의 모든 빛을 비추겠다는 듯, 거대한 거울 기둥으로 세운 나선형 런웨이가 자리하고 있었죠. 샤넬의 더블 C 형태를 무한대 기호 모양으로 설치한 이번 런웨이는 시노그래퍼 겸 디자이너인 윌로 페론(Willo Perron)의 구상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이 무한의 고리에서부터 직감할 수 있었죠. 오뜨 꾸뛰르 탄생 110주년을 맞이한 샤넬이 또 한 번 우리에게 무한한 아름다움을 선사할 거라는 걸요.
지드래곤, 제니, 고윤정, 릴리 로즈 뎁, 마리옹 코티아르, 두아 리파 등 샤넬의 든든한 친구들이 샤넬 뫼비우스의 띠를 하나둘 채웠습니다. 이내 미셸 고베르(Michel Gaubert)와 작곡가 구스타브 루드만(Gustave Rudman)이 작곡한 ‘River’가 쇼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파스텔 컬러로 물든 사뿐한 스커트 수트가 등장하며 쇼의 시작을 알렸죠. 옅지만 알록달록한 파스텔 특유의 빛은 동이 트기 직전 미약한 햇살에 비친 무지개를 보는 듯했습니다. 이 달콤한 색조는 뒤이어 등장한 룩에서 선명하게 빛을 발했습니다.
햇빛을 머금은 노란색 트위드 수트, 보라색 자카드 드레스 위에 걸친 오렌지 핑크 컬러 코트, 싱그러운 연둣빛 수트, 강렬한 레드와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미드나이트 블루 드레스 등 색의 흐름은 낮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색과 같았습니다. 샤넬 디자인의 핵심 요소인 ‘색’을 재조명한 결과였죠. 블랙뿐 아니라 모든 색채에 일가견이 있던 가브리엘 샤넬의 미학을 지구의 자전이 만들어내는 시간으로 표현한 겁니다. 달과 태양, 까멜리아 모양의 크리스털, 메탈, 라인스톤 버튼이 컬렉션의 주제에 힘을 실어주었고요.
찰나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색까지 놓치지 않고 꾹꾹 눌러 담은 컬렉션이었지만 분위기는 한없이 경쾌하고 가뿐했습니다. 실크, 섬세한 자수와 시폰 등 소재와 디테일을 비롯한 샤넬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빛을 발한 덕분이었죠. 특히 트위드 수트의 불가피한 무게감과 딱딱한 실루엣을 가볍게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짧은 스커트와 크롭트 재킷, 새틴 안감을 더한 카디건, 자수와 페인팅 레이스를 활용한 트롱프뢰유 효과로 재해석한 것인데요. 트위드 수트가 단순히 고전미를 넘어서 현대적인 여성에게도 유효한 멋이라는 걸 일깨우는 대목이었습니다. 짧고 긴 길이를 오가는 것도 모자라 원단을 덧대 두 길이를 한 번에 연출한 다양한 드레스 룩에서는 비율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었고요.
새벽의 여명에서 밤하늘의 반짝임을 지나 마주한 건 희붐한 베일과 반짝이는 재킷, 솜털처럼 가벼운 스커트로 구성된 화이트 룩이었습니다. 라스트 룩이었지만 다시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듯한 설렘을 선사했죠. 이후 뜨거운 박수 속에서 펼쳐진 피날레는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새하얀 뫼비우스의 띠를 채운 아름다운 색의 향연은 샤넬이 만들어낸 완벽한 하루를 보는 듯했거든요.
샤넬은 하우스의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버지니 비아르가 떠났고, 이제 곧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이 시작되죠. 샤넬 2025 S/S 꾸뛰르 컬렉션은 이런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하우스의 정신을 보여줬습니다. 이토록 다채롭고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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