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바로 지금, 대한민국 대표 남자 모델 8인이 전 세계 패션을 대표한다. 어떤 치장도 없이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보그〉 폴라로이드에 찍혔다!

Jiho Kim

김지호는 해외 데뷔 1년 만에 프라다, 지방시, 디올 맨, 드리스 반 노튼, 돌체앤가바나 런웨이에 올랐다. 말간 얼굴에 순박한 눈웃음을 지으며 진솔한 답변을 이어가던 그는 카메라 앞에 서자마자 반항기 넘치는 소년으로 변했다. 디렉션 없이도 포즈를 취하고, 틈틈이 결과물도 모니터링하는 그의 모습은 앳된 얼굴과 상반된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다.

모델이 된 이유.

배구 선수 혹은 모델을 꿈꿨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는 해봤으니 모델 일도 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첫 쇼, 첫 화보, 첫 캠페인.

첫 런웨이는 2022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송지오 옴므 쇼, 첫 화보는 여러 국내 에이전시의 신인 모델들과 함께 한 촬영, 첫 캠페인은 프라다!

쇼, 화보, 캠페인 작업 중 가장 선호하는 일과 가장 욕심나는 일.

너무 달라 하나만 꼽을 수 없다. 재미는 물론 힘든 부분까지 다르다. 세 가지 일이 똑같이 힘들었다면 금방 지치지 않았을까? 욕심나는 건 캠페인이다.

만약 모델이 되지 않았다면.

배구 선수는 아닐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아마 DJ? 모델과 DJ를 병행할 생각도 했다.

평소 스타일링.

요즘 셔츠에 푹 빠져 있다. 위에 니트를 입거나 넥타이를 매보는 등 다양하게 실험 중이다.

캐스팅 때 입는 옷.

입고 벗기 쉬운 옷. 넥타이처럼 거추장스러운 건 챙기지 않고, 셔츠 안에 탱크 톱을 입거나 맨몸으로 간다.

얼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과 조금은 싫은 곳.

마음에 드는 곳은 왼쪽 눈, 쌍꺼풀이 조금 더 잘 보인다. 조금 싫은 곳은 코끝, 둥글게 떨어지는 게 불만이다.

성공적인 캐스팅을 위한 비법.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려도 결국 브랜드의 선택을 받는 것은 수십 명뿐. ‘떨어져도 어쩔 수 없지’와 ‘진짜 잘해보자’는 마음가짐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실수를 해도, 그게 최선이었다고 여기는 편이다.

2025년 꼭 사고 싶은 물건.

프라다 2025 S/S 남성복 컬렉션에 등장한 와이어 셔츠. 칼라와 소매 부분에 와이어가 내장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할 수 있다.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점검 중, 라프 시몬스가 옆에 있던 모델에게 다가가 와이어를 이리저리 구부리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가격과 상관없이 ‘저건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화보나 광고 촬영, 쇼처럼 큰일을 앞두고 따르는 루틴.

날씨, 기분, 상황 등에 맞춰 음악을 듣는다. 큰일을 앞두고는 긴장을 풀 수 있는 음악을 찾아 듣는다. 오늘 <보그> 촬영장에 올 땐 최근 빠져 있는 하우스 뮤직 앨범을 들었다.

김지호만의 런웨이에 흘러나올 음악.

심장이 뛰는 테크노. 모델도 심장이 뛰는 음악이 나오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큰 키와 마른 몸 빼고, 모델이 갖춰야 할 조건 세 가지.

몸을 잘 쓸 것. 관찰력도 중요하다. 표현이나 액션이 과하거나 부족하면, 모든 게 어긋날 때가 있다. 선을 어디서 그을지 늘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눈빛!

지금까지 가본 많은 도시 중 가장 살고 싶은 곳.

파리와 뉴욕. 뉴욕이 먼저였는데 물가가 너무 비싸 공동 1위가 됐다. 모델로 맞이한 최고의 순간. 프라다 2024 F/W 남성복 쇼에 익스클루시브 모델로 데뷔했을 때. 런웨이에 발을 내딛는 순간뿐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였는데, 운 좋게도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모델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백스테이지에서 수다도 떨고 쇼 직전에는 서로 격려하며 16시간에 이르는 대기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지금도 연락한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포토그래퍼나 브랜드.

존 갈리아노의 마르지엘라와 함께해보고 싶었는데, 불가능한 꿈이 됐다. 앤 드멀미스터와 릭 오웬스도 궁금하다.

한국 모델만의 차별점.

워킹. 눈치가 있어서 사람을 대하는 센스도 남다르다.

김지호가 생각하는 ‘멋있는 모델’.

‘완벽한 도화지’ 같은 사람. 제멋대로 구겨질 때도 가끔 있지만, 그런 모습조차 멋있는 모델이 드물게 있다.

모델로서 최종 목표.

아직 없다. 중간 목표는 밀라노, 파리, 런던, 뉴욕 등 여러 도시에서 살아보며 국제적인 모델로 거듭나기!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