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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캣워크를 휩쓸 젊은 모델 11인

2025.01.31

2025년 캣워크를 휩쓸 젊은 모델 11인

브리티시 <보그>의 패션 피처 디렉터 줄리아 홉스(Julia Hobbs)는 슈퍼모델의 기원을 창조 신화에 비유합니다. 1월호에 실린 안젤리나 켄달(Angelina Kendall) 기사의 첫 문단에서였죠. 기사에는 “그녀가 등장하기 전 세상은 형태도 없고 황량했다. 그러다 갑자기 불이 켜지고, 그녀가 등장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홉스가 파리 패션 위크에서 열아홉 살 소녀를 따라다니며 깨달은 건 모델이라는 직업이 신성한 운명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진실은 부단한 노력과 수고로움, 남다른 결단력에 있었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델을 행운과 우연이 만들어낸 초자연적 존재로 여깁니다. 복권 당첨이나 다름없는 유전자로 누군가의 눈에 띄고, 런웨이에 올라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화려한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British Vogue/GoRunway

이는 모델 아와르 오디앙(Awar Odhiang)의 얘깁니다. 그녀는 “열일곱 살 때 올드 네이비에서 스웨터 접는 일을 하다가 스카우트됐어요. 그 전에 모델을 꿈꿔본 적은 없었죠. 전공도 보건학이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제 일에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2025 S/S 시즌, 스물네 살의 오디앙은 정말 많은 쇼에 섰습니다. 프라다, 보테가 베네타, 구찌, 질 샌더, 맥퀸, 스키아파렐리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죠. 그 후 생 로랑에서는 이브 생 로랑이 한 시즌에 단 한 명의 모델에게만 부여하던 특권인 메종의 쾨르 페티슈(Cœur Fétiche)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그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에요. 런웨이를 빠져나오니 모든 소녀가 저를 둘러싸며 환호했죠”라고 말합니다.

열아홉 살의 옥스퍼드 대학생 베베 파넬(Bebe Parnell)은 비스터 빌리지(Bicester Village)에서 GCSE(영국 중등교육 졸업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스카우트되었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누군가 다가왔어요. 정말 초현실적인 경험이었죠. 당황스러웠지만 흥분됐어요. 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건 아닌가 했죠”라고 그때를 회상합니다. 2024년 파넬은 피비 파일로, 빅토리아 베컴, JW 앤더슨, 미우치아 프라다의 무대를 누볐습니다. 그녀는 “하이라이트는 미우미우 쇼였어요. 윌렘 대포와 같은 런웨이를 걷는다고요? 이보다 더 비현실적일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며 “모든 순간이 영화 같았죠. 제가 저를 지켜보는 느낌이었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리티시 <보그>가 미래의 스타로 주목한 젊은 모델 11인이 있습니다. 오디앙과 파넬을 비롯해 이들 모두 여전히 미스터리한 이 직업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 했죠.

냐키에르 부옹(Nyakier Buong), 24세, 캐나다-남수단

Karoline Vitto 2025 S/S RTW
Maison Margiela 2024 S/S Couture

“어릴 때부터 모델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겼죠. 한 번도 ‘샘플 사이즈’가 맞아본 적이 없거든요. 팔로마 엘세서나 프레셔스 리 같은 커브 모델 덕분에 생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모델이 되고 싶었죠. 그렇게 여러 에이전시에 사진을 보냈고 결국 계약하게 됐어요. 저는 저보다 먼저 데뷔한 커브·남수단 모델을 존경해요. 그들은 저 같은 소녀들이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어요. 그분들이 없었다면 2024년의 하이라이트였던 메종 마르지엘라 꾸뛰르 쇼에도 설 수 없었을 거예요(캐스팅 당시 존 갈리아노 앞에서 넘어져 다 함께 웃음을 터뜨린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제게 모델은 연기와 같습니다. 옷이 주는 에너지를 그대로 구현해야 하니까요. 다양한 포즈 시도하길 두려워해선 안 되고요. 모양, 조명, 각도 등 무대를 이해하는 것도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의 하나죠. 저는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요. 패션은 예술이고, 저는 제 생각과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지젤 번천이나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의 샬롬 할로우처럼 큰 영화에서 작지만 강렬한 역할도 맡아보고 싶고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와르 오디앙(Awar Odhiang), 24세, 남수단

Bottega Veneta 2025 S/S RTW
Victoria’s Secret 2024. TheStewartofNY/Getty Images

“모델은 제 꿈이 아니었어요. 제 전공은 보건학이었거든요. 모델이라는 직업은 제 인생의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열일곱 살 때 올드 네이비에서 스웨터를 접던 저를 모델 에이전시인 모드 모델 인터내셔널(Mode Models International)의 창립자 켈리 스트라이트(Kelly Streit)가 스카우트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해보니 저와 잘 맞았어요. 수줍고 내성적인 옷 가게 점원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켈리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죠. 2024년은 잊지 못할 순간으로 가득한 해였어요. 그중 하나는 이브 생 로랑의 그 악명 높은 하트 펜던트를 착용하고 생 로랑 2024 F/W 쇼를 마무리하던 순간이에요.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죠. 런웨이를 빠져나오니 모든 소녀가 저를 둘러싸며 환호하더군요. 모델은 다른 직업에 비해 쉬워 보일지 몰라도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아요. 당연히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날도 있습니다. 우리는 마네킹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는 감정과 의견이 있죠! 언젠가는 제 경험과 플랫폼 등을 활용해 여성 건강을 지지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특히 제 조국인 남수단에서요.”

스텔라 하난(Stella Hanan), 19세, 호주

Chloé 2025 S/S RTW
Alaïa 2025 S/S RTW

“처음 스카우트된 건 열네 살, 지역 농산물 시장에서였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제가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길 원하셨기에 고사했죠. 열여섯 살이 되어서야 모델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가 졸업 후부터 풀타임으로 일하게 되었죠.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저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2025 S/S 알라이아 쇼로 데뷔했어요. 미술 시간에나 보던 건물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순간이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오프닝 모델로 스키아파렐리 쇼를 열었고, 구찌 클로징을 장식했죠. 시즌을 시작할 땐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줄리아 노비스(Julia Nobis), 키키 윌렘스(Kiki Willems) 같은 모델이 신경 써준 덕분에 매 순간 잘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자기 일에 헌신적이고 열심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베컴 부부를 만날 때였습니다. 아주 친절하고 평범해서 오히려 놀라웠죠. 아, 공부도 멈추고 싶지 않아요. 경영학 학위도 따고 싶고요. 전 배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파리에서 시간을 보낸 후엔 프랑스어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죠.”

로잘리케 푹스(Rosalieke Fuchs), 23, 네덜란드-수리남

Chanel 2025 Pre-Fall
Isabel Marant 2025 S/S RTW

“열두 살 때 몽펠리에 메디테라니(Montpellier-Méditerranée) 공항에서 한 포토그래퍼에게 스카우트됐어요. 당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어요. 6년 후에는 또래 친구들처럼 대학에 가지 않고 패션이라는 꿈같은 세계로 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즐겁게 학교에 다녔죠. 그 후 감사한 일이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베르사체 2025 S/S 쇼에 오르자마자 구두 굽이 부러졌을 때예요. ‘여긴 베르사체다, 일단 계속 걷자’고 되뇌며 워킹을 마쳤죠. 다행히 눈치챈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많은 사람이 패션계는 질투가 심하고 경쟁이 치열할 거라 여겨요. 저는 그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합니다. 피터 뮐리에는 친절하고 다정했고, 아와르 오디앙은 제가 모든 면에서 존경하는 사람이죠. 우리 모두 서로를 응원해요. 저는 세상의 진정한 변화를 불러오는 데 이바지하고 싶어요. 팬데믹 기간에는 사회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에 입학했어요. 지금도 그 공부를 하고 싶어요.”

아주스 켄겐(Ajus Kengen), 22세, 남수단

Simone Rocha 2025 S/S RTW
Saint Laurent 2025 S/S RTW

“어릴 땐 제가 모델 일을 할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놀라움의 연속이죠. 저는 인터넷을 통해 에이전시에 스카우트됐어요. 그리고 오랜 시간 가상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지루했지만 훌륭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온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안토니 바카렐로의 팬이었던 제가 생 로랑 2025 S/S 쇼에서 데뷔하고 루이 비통의 런웨이를 걷게 된 건 그야말로 꿈이 현실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죠. 저는 짧은 기도와 함께 런웨이에서 제 안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내버려두는 법을 배웠어요. 최고의 모델은 언제나 자신의 작품에 개성을 불어넣기 마련이니까요. 개성과 자신감, 융통성은 성공에 큰 역할을 해요. 저는 그런 면에서 아녹 야이를 사랑합니다. 비판과 거절에 대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 회복 탄력성과 노력도 필요하죠. 지금 저는 첫 번째 뷰티 계약을 기대하고 있어요. 패션 외적인 계획은 제가 운영하는 NGO와 UN을 통해 남수단의 소외된 소녀들을 돕는 겁니다. 여아 평등에 언제나 관심이 많죠.”

벳시 개건(Betsy Gaghan), 23세, 미국

Fendi 2025 S/S RTW
Khaite 2025 S/S RTW

“어릴 땐 커서 컵케이크 가게를 운영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의 제가 모델이 된 지금 제 모습을 본다고 해도 아마 기뻐했을 거예요. 박람회나 쇼핑몰 같은 곳에서 몇 번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요. 지금의 제 뉴욕 에이전트에게 처음 연락한 사람은 어머니였습니다. 그녀는 이메일을 받은 그 주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저를 만나러 왔어요. 제 편으로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느꼈죠. 2024년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미술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일했고, 일본 여행도 다녀왔죠. 저는 종종 제 일을 수영에 비유해요. 어릴 때 수영을 아주 ‘경쟁적으로’ 하는 편이었거든요. 버저가 울리면 정신없이 전력 질주 하곤 했습니다. 런웨이에 오르는 일도 비슷해요. 시간, 아드레날린, 페이스, 결승선이 중요하죠. 정신적으로 준비되어야죠. 적응력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제겐 성공적인 모델 경력만큼 모델 외적인 일도 중요합니다. 전 세트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래서 늘 부업으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제 머릿속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엘라 달튼(Ella Dalton), 19세, 영국

Loewe 2025 S/S RTW
Louis Vuitton 2025 S/S RTW

“늘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도싯(Dorset, 영국 남서부 지역)에 살던 어린 시절엔 직접 디자인도 해봤고요. 그러다 열일곱 살 때 뮤직 페스티벌에 갔다가 우연히 스카우트되었는데, 처음엔 사기꾼인 줄 알았어요. 그 전까지는 모델을 꿈꿔본 적이 없었거든요. 모델이 된 것처럼 2024년도 이렇게 흘러갈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특히 파리 패션 위크가 그랬죠. 미친 사람처럼 파리 전역을 돌아다니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누군가에게 준비시킬 순 없을 것 같거든요. 사람들은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라요. 모델로 일할 때 제 걸음 수는 평소 운동량에 적어도 두 배 정도는 될 거예요. 다른 오해가 있다면, 우리가 입었던 옷을 집으로 가져갈 거라는 거죠. 우리는 옷을 가장 잘 보여주도록 고용되었고, 우리 일은 거기서 끝나요. 저는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신감을 갖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봐요. 세상이 당신을 완전히 존중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고요. 대학에서는 생화학을 공부할 거예요. 언젠가는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거든요. 화장품이나 향수를 개발하는 일이요. 모델로 일하면서 한 가지는 확실히 배웠어요. 모든 일은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

사라 카바예로(Sara Caballero), 21세, 칠레계 스페인인

Gucci 2025 S/S RTW
JW Anderson 2025 S/S RTW

“어머니는 칠레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셨어요. 어느 날 어머니의 상사가 사무실에 돌아다니는 저를 보고, 칠레에 있는 ‘엘리트 모델 매니지먼트(Elite Model Management)’ 이사에게 보낼 사진을 달라고 부탁하셨죠. 처음에는 마드리드에서 정치학 공부할 때 필요한 학비 마련을 위한 부업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모델 일을 하며 학업을 잠시 중단했죠. 덕분에 라반 촬영을 위해 모리셔스 제도를 여행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팀과 웨일스를 여행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연기는 제 첫사랑이에요. 제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보다 연기하는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니콜라 디 펠리체, 션 맥기르, 니콜라 제스키에르, 미우치아 프라다 같은 디자이너와 올리비아 페트로넬라 팔레르모(Olivia Petronella Palermo), 알릭스 부토르스(Alix Bouthors), 아폴린 로코 포레르(Apolline Rocco Fohrer), 리비 베넷(Libby Bennett) 같은 모델들을 존경하고요. 모델에 대한 터무니없는 소설을 쓰는 틱톡 영상도 많지만, 그저 다른 사람의 업적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예요.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죠. 저는 심리학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성공적인 모델이 된다는 건 현실적인 삶, 다른 열정과 취미에 연결된 여성이 되는 거라고 여겨요. 디바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친절해지는 게 중요하죠.”

니안덩 마쿠르(Nyandeng Makur), 20세, 남수단

Coperni 2025 S/S RTW
Theophilio 2025 S/S RTW

“어릴 적부터 모델을 동경했어요. 하지만 저처럼 큰 체구의 여성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죠. 그렇지만 모델을 원했기 때문에, 유명한 에이전트에게 편지를 썼고, 에이전시 설립자를 영상통화로 만날 수 있었죠. 그의 첫마디는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서 슈퍼스타가 될 것 같다’였어요. 엉덩이둘레가 40인치 이상이었는데도요. 꿈만 같았어요. 통화 직후 바로 계약을 체결했고, 2주 만에 유럽과 미국에 이름이 알려졌죠. 그 후 훌륭하고 중요한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특권을 많이 누렸어요. 그중에는 타미 힐피거를 비롯해 코치의 스튜어트 베버스, 저를 파리 디즈니랜드라고 부른 세바스티앙 메예르와 아르노 바양이 있죠. 백스테이지에서 팔로마 엘세서를 만나게 해준 그 쇼요! 저는 도나텔라 베르사체와도 빨리 일해보고 싶어요. 그녀는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분이고, 늘 그녀의 캣워크를 걷는 상상을 하죠. 저는 늘 공간을 소유하려고 노력해요. 에이전트 엄마는 제게 ‘런웨이를 가장 친한 친구로 삼으라’고 말했는데, 덕분에 자신감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델을 가볍고, 쉬운 일을 하는 사람으로 여겨요. 화려한 사진을 찍고, 일직선으로 걷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노력과 헌신, 회복력이 필요해요. 거절당하는 건 힘들죠. 하지만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은 ‘No’에 부딪힐수록 원하는 ‘Yes’에 오히려 가까워진다는 거예요.”

베베 파넬(Bebe Parnell), 19세, 영국

Miu Miu 2025 S/S RTW
McQueen 2024 F/W RTW

“서턴 콜드필드(Sutton Coldfield, 잉글랜드 중부 지역)에서 자랐기 때문에 패션계에서 일하거나 모델이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도 못했어요. 열다섯 살 때 어느 날은 척추 지압사, 다음 날은 범죄심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죠. 제 삶이 충분히 충만하다고 느꼈어요. 모델 일은 우연히 찾아왔어요. 열네 살 때 스카우트된 적이 있어요. 초현실적인 순간을 기억해요. 반쯤은 당황했고 반쯤은 흥분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저를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제 마음에 가능성의 씨앗을 심어준 일이었죠. 2024년을 돌아보면, 하이라이트는 미우미우 쇼에 선 거였죠. 윌렘 대포와 같은 런웨이를 걷다니! 완전히 비현실적이었죠. 그런 순간은 모든 것이 영화처럼 느껴지잖아요.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듯이, 런웨이를 걷는 제 모습이 화면처럼 보이죠. 런웨이에 있는 건 뭐랄까, 그냥 걷는 게 아니에요. 하나의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 같죠. 쇼의 분위기, 옷이 말하려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등을 헤아리게 돼요. 말없이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과 비슷해요. 기념하고 싶은 날도 있었어요. 맥퀸의 2024 가을/겨울 컬렉션 피팅에서 데브라 쇼(Debra Shaw)를 만난 날이었어요. 절대적인 아이콘인 그녀가 쇼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제겐 사건이었죠. 사실 사람들은 언제나 이 직업의 독성과 여자들이 얼마나 못되게 구는지에 대해 물어요. 솔직히 운이 좋았어요. 저와 함께 일한 모델들은 다 훌륭했죠.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요. 모델 일을 떠나서는 저는 여전히 학생이에요. 옥스퍼드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는데, 자신을 다잡을 수 있게 해줘요. 그리고 컨셉 아티스트인 여동생과 함께 만화책을 만들어요. 그건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일이에요. 창의성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완벽한 우리만의 작품이죠.”

캔란 왕(Canlan Wang), 24세, 중국

Ferragamo 2025 S/S RTW
Roberto Cavalli 2025 S/S RTW

“정말 우연히 모델이 됐어요. 2018년이었죠.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앞둔 때였는데, 친구가 쇼 캐스팅에 함께 가자고 한 게 계기가 됐죠(실은 그때까지 모델이 직업이라는 것조차 몰랐어요). 지금까지 제 커리어 하이는 2025년 봄/여름 시즌에 27개 쇼에 섰던 거예요. 피곤하고 정신없이 바빴지만 그달을 돌이켜보면, 제 생각엔 그래도 잘해낸 것 같아요. 제 우상은 리우 웬(Liu Wen)이에요. 제가 처음 만난 모델이고요. 그녀의 모든 사진을 사랑해요. 그녀처럼 되는 게 꿈이지만,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어요. 열심히 노력해야죠. 계속 나아가야 하고요. 프로페셔널해지기 위해선 포토그래퍼의 요구를 모두 소화하고, 촬영에 생명을 불어넣는 크리에이티브 팀을 존중하고, 캣워크에서 넘어져서도 안 되죠! 일 외에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자세로 영어 레슨을 받고, 테니스 연습을 하는 거예요.”

Daniel Rodgers, Janay Bailey
사진
GoRunway, Getty Images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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