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창립자, 알렉상드르 마티우시의 찬란한 꿈
지금 패션 세계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홍보, 디자인, 사운드, 스타일링 장르에서 정점에 달한 다섯 명의 남자를 만났다.
Alexandre Mattiussi
브랜드 ‘아미’의 15주년이 머지않은 가운데, 알렉상드르 마티우시는 여전히 큰 꿈을 꾸며 영화계로 유망한 도전을 시도한다.
알렉상드르 마티우시(Alexandre Mattiussi)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패션 디자이너에게 종종 따라붙는 고정관념과 부정적 이미지와 상관없이, ‘아미(AMI)’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상드르는 밝고 따뜻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몇 해 전 10월 그를 만났을 때, 팀원들 사이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모습만으로도, 40대 중반인 알렉상드르의 자발성과 진정성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철학은 2010년 말 시작된 그의 브랜드 아미를 통해 날마다 전해진다. 아미는 흔치 않은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으며, 프랑스 패션계의 대표 브랜드이자 국제적으로 번창하는 비즈니스로 발전했다. 15주년을 맞는 지금, 사랑의 상징인 빨간색과 문자 A가 새겨진 아미의 하트 모양 로고 티셔츠, 스웨터, 모자를 보지 않고는 거리를 지나가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알렉상드르는 10대 시절 급하게 그린 이 엠블럼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브랜드의 상징이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친구들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고 파리 1구와 2구가 만나는 빅투아르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긴 나무 책상 뒤에 앉아 얘기한다. 이 디자이너는 최근 인수한 오스만 양식의 건물 두 채로 본사를 옮겼고, 그곳에서 컬렉션을 만들고 있다. 그가 구축한 환경에서 마주한 알렉상드르는 많은 요즘 디자이너처럼 수많은 미팅, 창의적 아이디어, 동료들과의 대화를 바삐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작업 공간은 간소한 디자인의 가구, 몇 점의 예술 작품, 수북이 포개놓은 책, 디자이너의 다채로운 경력을 통해 쌓아온 추억이 어우러진 성소처럼 보였다. 그 공간에서는 단순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알렉상드르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는 그가 오랜 시간 창작해온 일상적인 옷과도 닮아 있었다.
노르망디 출신으로 파리 북서부 지조르(Gisors)에서 자란 알렉상드르의 삶은 처음부터 정해진 궤도가 없었다. 그는 패션과 거리가 먼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어린 시절에는 파리 대형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노를 꿈꾸었다. 네 살 때 TV에서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를 보고 발레의 매력에 빠졌고, 열네 살이 될 때까지 열정을 키워갔다. 이 열정만으로 파리로 떠나진 않았지만, 파리로 이주한 후 뒤페레 응용예술학교(École des arts appliqués de Duperré)에 입학했다. 그곳을 졸업하고 2001년 처음 시도한 독립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첫 실패를 발판 삼아 그는 디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지방시로 옮기며 4년간 남성복 디자이너로 일했다. 2009년에는 마크 제이콥스에 합류해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경력 초기에 심은 씨앗은 계속 싹텄고, 개인 프로젝트의 뿌리가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
이듬해 결단을 내리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담은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의 공식을 정의하면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필수 아이템으로 구성된 옷장으로, 합리적인 가격, 고급 소재와 효율적인 재단으로 재해석한 상징적인 옷이 중심에 있었다. 코트, 셔츠, 청바지 등 매일 입기 좋은 클래식 아이템은 곧 니콜라 상티 베유(Nicolas Santi-Weil)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더 쿠플스(The Kooples)’의 전 임원이자 아미의 초기 투자자로, 2013년부터 알렉상드르와 함께 브랜드 CEO로 일한다. 같은 해 알렉상드르는 ANDAM(프랑스 국립패션예술진흥협회)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받은 25만 유로로 브랜드 확장 자금을 확보했다. 다음 해 1월, 프랑스 디자이너는 그의 첫 번째 패션쇼를 개최했다. 가로등이 늘어선 눈 덮인 무대를 37개 실루엣이 활보하며, 시적이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쇼를 연출했다. 이는 그의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 장면이었다. 피날레에 알렉상드르는 흰 셔츠와 검정 바지에 비니를 단단히 눌러쓴 채 관객에게 달려가 인사하며 아미의 열정적인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아미의 강점은 의심할 여지 없이 대중과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알렉상드르는 말한다. “아미의 목표는 각 개인의 자기 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17세부터 77세까지의 사람들을 위한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옷장을 만드는 것이 제 임무죠.” 이런 철학은 아미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의 유형이 늘 다르기 때문이다. “18세 젊은이가 첫 셔츠를 사기 위해 매장에 오고, 구매력 있는 나이 든 남자가 더 세련된 아이템을 찾으러 옵니다. 저는 모두가 초대받았다는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듭니다.”
아미의 디자인을 대중화하는 작업은 단기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오랫동안 누구나 쉽게 입고 현실적인 옷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종종 접근하기 어렵고, 때로 과장되게 느껴지는 개념적 패션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 “아미는 매우 실용적인 무언가를 제공합니다. 진짜 스웨터와 진짜 바지를 통해 매일 입을 수 있는 유기적인 옷장을 만들죠.” 이 같은 단순함은 때때로 알렉상드르의 패션 비전이 너무 직설적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웃으며 말한다. “혁신적이고 개념적인 디자이너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각자 자신의 역할이 있는 법이죠.”
결과는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아미는 2019년 3,000만 유로에서 2023년 3억 유로 이상으로 매출을 올렸다. 폭발적 성장은 2019년 여성복 론칭과 2년 후 벤처 캐피털사인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Sequoia Capital China)의 자본으로 가속화되었다. 알렉상드르가 아마추어와 패션 전문가에게 자기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보여준 비결 중 하나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단순히 파리지앵 이미지를 넘어, 아미는 프랑스적 열망을 불러오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꿈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아미 드 쾨르(AMI de Coeur)’ 메리노 울 카디건은 310유로로, 럭셔리 브랜드의 유사한 아이템보다 가격이 네 배나 저렴하다.
예술계는 여유롭고 단순한 그의 비전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이자벨 아자니, 레일라 베크티, 소피 마르소, 피에르 니네이, 카를라 브루니, 자비에 돌란, 상드린 키베를랭 같은 셀러브리티가 아미를 즐겨 입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뱅상 카셀, 루 드와이옹, 카트린 드뇌브, 오드리 토투 같은 인물들도 브랜드를 위해 포즈를 취하거나 런웨이에 오른 적 있다. 특히 몽마르트르에서 열린 패션쇼에서는 영화 <아멜리에>의 주인공 오드리 토투가 깜짝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 알렉상드르는 이런 관계가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만남’이라는 그의 표현처럼 어떤 것도 억지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이는 새로운 SNS 화제의 인물을 끊임없이 찾는 패션계와는 대조적이다. 그는 단순함을 유지하며, 오래 쌓아온 명성을 즐기고 있다. “이 상황이 편안합니다. 돈이나 명성이 목표인 적은 없었거든요. 제가 얻은 명성은 부드럽고, 저는 크게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옷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시작했을 뿐입니다.” 그는 자신의 옷을 입는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더 큰 감사를 느낀다. “가끔 길에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제가 디자인한 스웨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했다고 고마워할 때, 그거야말로 가장 큰 자부심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삶에 스며드는 친밀한 관계가 제가 꿈꾸던 거죠.”
알렉상드르 마티우시의 삶에서 중요한 영향을 준 만남으로는 배우 이자벨 아자니와의 인연을 꼽을 수 있다. 그녀는 디자이너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의 부드러운 힘과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는 열정을 사랑합니다. 꿈을 현실로 바꾸며, 하나의 활동에만 국한하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의 창의력을 가진 세대의 창작자를 상징하죠.” 이 오랜 우정은 배우 겸 가수 이자벨이 자신의 노래 ‘Où tu ne m’attendais pas’ 뮤직비디오 연출자로 알렉상드르를 낙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곡은 크리스토프(Christophe)와 듀엣으로 부른 노래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에게는 첫 도전이자, 유연하면서도 정말 즐거운 협업이었어요. 알렉상드르가 감독으로 데뷔한 순간이었죠.” 알렉상드르도 이 경험을 기억했다.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이틀 동안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컬렉션 작업 같은 방식으로 팀을 이끌었어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는 자신의 패션 세계와 영화 제작의 유사성을 가리키며 아미를 TV 시리즈에 비유했다. 각 시즌이 새로운 에피소드 같다는 것이다. 알렉상드르는 오랫동안 영화 예술에 강한 열정을 갖고 있으며, 그 창의적 에너지가 작업에 영감을 준다. “저는 영화인에게 끝없는 존경심을 느낍니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시대를 초월하며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있죠.”
그의 영화적 탐구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최근 그는 셀린 살레트(Céline Sallette)가 감독한 첫 영화 <니키(Niki)>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작품은 예술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로, 샬롯 르 본(Charlotte Le Bon)이 주연을 맡았다. “제 목표는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겁니다. 언젠가는 제가 오랫동안 구상해온 장편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죠. 모든 일은 늘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니까요.”
알렉상드르 마티우시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운명은 때로 그를 걸어온 길에서 벗어나게 했다. 예를 들어 다른 브랜드를 위해 디자인할 기회가 왔을 때도 그는 모두 거절했다. “당신이 창작자이고 자기 브랜드가 있을 때, 외부에서 아트 디렉션을 맡는 것은 불륜과 같습니다. 처음부터 함께한 가족과 배우자가 있고 당신은 그들에게 모든 것을 바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고, 당신은 운전기사와 함께 화려한 삶을 살며, 평생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멋진 부티크에서 리본을 자르고 전 세계를 여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애인은 당신에게 흥미를 잃고, 결국 이런 방향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끝이 납니다. 그러고 나서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도, 가족은 이미 당신 없이 앞으로 나아갔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 가정은 바로 여기, 제가 진정으로 성장하고 싶은 곳입니다.” 그의 브랜드가 ‘아미’라 불리며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아미는 대가족입니다. 저는 늘 협력하며 협동 정신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아미는 계속 성장하는 집단이거든요.”
알렉상드르 마티우시는 자신의 브랜드를 가장 충실하게 대표하는 인물일지 모른다. 15주년을 맞이하는 아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진 것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아무것도 영원히 보장된 건 없어요. 저는 아미를 사춘기에 접어든 14세 아이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정말 놀라운 것을 만들어냈고, 이제 그것을 더 완벽하게 다듬고 개선하며 명확히 해야 합니다. 좋은 아빠로서 저는 이 재능 있는 아이를 주의 깊게 돌봐야 합니다.”
그는 이 단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저는 성숙해지고 성장하며 최대한 정직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해는 아버지가 없는 첫해였습니다. 아버지는 2023년 말 세상을 떠나셨죠. 그래서 저는 새로운 에너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많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이어받았고, 그래서 아미를 더 강하고, 더 개인적이며, 가장 올바른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하는 일이니까요.” (VK)
- 에디터
- 안건호
- 글
- ADRIEN COMMUNIER
- 사진
- LUKA BO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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