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홍보 전문가, 루시앙 파제스
지금 패션 세계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홍보, 디자인, 사운드, 스타일링 장르에서 정점에 달한 다섯 명의 남자를 만났다.
Lucien Pagès
2006년 에이전시를 설립한 루시앙 파제스는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지원하고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데 힘쓰며 패션계를 쥐락펴락해왔다. 그가 이 창의적인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핵심 비결을 <보그>에 공유한다.
초미디어화 시대에 홍보 에이전시 없이 어떻게 패션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인터뷰, 패션쇼 좌석 배정, 화려한 이벤트 기획까지, 홍보 에이전시는 창의적인 캘린더를 주도하며 브랜드와 에디터, 바이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2006년 설립 이래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하다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확장한 루시앙 파제스(Lucien Pagès)의 에이전시는 수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조나단 앤더슨,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 아베 치토세 같은 디자이너들이 초기부터 그의 능력을 신뢰했고, 지금까지도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이라는 꿈의 산업에서 성공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루시앙만의 비결은 뭘까? 최근 세계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그룹 ‘디 인디펜던츠(The Independents)’가 그의 에이전시를 인수해 더 큰 성장을 도모하는 지금, 프랑스 패션계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친근한 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그가 <보그>의 질문에 답했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에 어떻게 적응했나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인터넷조차 없던 시절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주요 정보원은 잡지와 신문이었고, TV 채널은 3개뿐이었죠. 그래서 소셜 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의 등장은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저는 즉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고객에게 최적의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도구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도구를 이해하려면 직접 사용해보고 일상적으로 활용하면서 좋아하고 익숙해져야 합니다. 틱톡의 경우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그 플랫폼에서 성공하려면 춤추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었거든요. ‘이건 나와 맞지 않아, 난 너무 나이가 들었어’라고 여겼죠. 그러나 주위 사람과 이야기하며 틱톡을 이해하게 되었고,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또 다른 언어,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직접 사용하면서 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죠. 틱톡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알고리즘의 강력한 힘이에요.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 매우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죠.
소셜 미디어가 작업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엄청난 가시성을 제공하거든요. 코로나19 기간에 사람들이 패션쇼가 사라질 거라고 했을 때,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어요. 패션쇼 없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브랜드 영상을 다시 게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광고로 간주되기 때문이죠. 재게시가 가능한 건 사람들이 경험을 공유한 이벤트뿐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만 가능한 이 대규모 가시성은 잡지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일부 커버 스토리가 바이럴되지만요. 잡지는 독특한 트렌드와 훌륭한 기사를 제공하지만, 가시성 면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에 소셜 미디어는 즉각적 화제를 일으키고 곧바로 가시성을 구가합니다. 이 같은 변화가 두려움을 줄 수 있어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하지만 결국 도구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많아졌고, 이는 메시지의 전파력과 영향력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소셜 미디어의 이런 변화는 브랜드에도 필수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실제로 브랜드는 우리에게 종종 약 1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물을 찾아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찾는 일은 세심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람은 많지만, 적합한 사람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요. 꼼꼼한 작업이 필수적이죠.
브랜드에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 관심이 더 많은 이유는 뭘까요?
커뮤니티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 커뮤니티에 침투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그 커뮤니티의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확보하는 거죠. 이들은 종종 대중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가격대가 약간 더 있으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제품에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더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여전히 과감함과 높은 퀄리티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에 매크로 인플루언서는 많은 것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메시지가 너무 광범위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내용을 희석시키는 경향이 있죠. 예를 들어 팔로워가 비교적 적은 ‘트렌드세터’와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결과는 더 놀라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들을 주목했어요. 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적격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넓은 범위의 영향력을 갖게 되면 친밀감이 사라집니다. 광고도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려고 점점 더 무난하게 다듬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화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셈이죠.
소셜 미디어가 없던 시절에는 브랜드의 이슈를 어떻게 만들어냈나요?
그때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요 인물의 승인을 기다려야 했거든요. 만약 이들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면, 훨씬 더 오래 걸렸겠죠. 이를테면 특정 에디터와 바이어가 좋아해야 하고···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런 과정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목받아야 주요 오피니언 리더의 관심을 끌 수 있죠. 약간 반대로 작동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퀄리티를 유지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저는 틱톡에서 이런 작업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유머를 섞어가며 패션의 이면을 보여주고, 왜 패션쇼 좌석 배치가 그렇게 이루어지는지, 왜 프런트 로가 중요한지 등 패션의 구조를 설명합니다. 이런 영상이 조회 수가 가장 많아요.
새로운 세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제 의무는 제가 꿈꿔온 대로 이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행운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겁니다. 그들에게 이 길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해냈고,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와 코페르니의 세바스티앙 메예르, 꾸레주의 니콜라 디 펠리체 같은 많은 디자이너도 해냈습니다. 패션은 폐쇄적인 세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패션쇼는 티켓을 사지 않고 관람하는 유일한 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경험에 따르면, 이 세계는 열린 공간입니다. 특히 각자의 개성이 중요한 곳이죠. 저는 학창 시절 가능성을 알아봐주고 도움을 준 사람들을 아주 어린 나이에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분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가장 좋은 예는 자크뮈스입니다. 그는 패션을 꿈꿨고,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길 소망했으며, 결국 스스로 해냈습니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어요. 세상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패션계에 입문할 때 더 대담했나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어릴 땐 지금이라면 감히 하지 못할 일을 많이 했습니다. 생 로랑 인사 책임자와 만난 적도 있어요. 그는 스튜디오에서의 인턴십에 대해 얘기했죠. 흥미롭다는 건 알았지만, 생 로랑에서 인턴으로 일한다면 ‘무슈 생 로랑’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인턴십은 없다고 말했지만, 계속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그는 스튜디오에 전화를 걸었고, 마침 기존 가방 디자인을 수정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 무슈 생 로랑 아래서 인턴십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라면 그런 말을 다시 못할 거예요. 약간의 매력을 더해 대담함을 발휘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패션 커뮤니티에 합류하고 싶은 열망은 어디에서 비롯됐나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패션계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평생 패션을 꿈꿨죠.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친구들과 바비 인형을 갖고 놀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남자아이라서 같이 놀면 안 된다고 주변에서 난감해했죠. 하지만 저는 인형 놀이를 하며 부티크를 오픈하고, 패션쇼를 열었어요. 그때부터 그런 열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향수를 비롯해 주위의 모든 것이 패션과 관련이 있었죠. 그래서 지금도 유명 향수를 수집합니다. 그건 유년기부터 가졌던 향수에 대한 꿈과 연결되어 있어요. 어린 시절 알레(Alès)의 향수 매장에서 본 대형 향수병을 떠올리며 꿈을 키웠던 소년과의 연결 고리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에 향수를 느끼진 않아요. 그 소년이 원하던 것들을 상기시키는 기억일 뿐이죠. 그리고 지금은 꿈꾸던 세계에서 일하는 행운을 얻었어요. 저는 패션이 마법이라고 여겨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그렇지 않나요? 패션계에서 일하다 보면 누구나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들을 직접 만나게 됩니다. 단지 꿈이나 팬심이 아니라, 노력 덕분에 말이죠. 이게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점이에요.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동경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홍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떤 자질이 필요하나요?
무엇보다 사람을, 인간을 사랑해야 합니다. 인간의 복잡한 면까지도. 그리고 소통하기 위해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젊은 세대를 받아들이고, 현재 일어나는 일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보 담당자로서 같은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방식도 알아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그들 역시 중요한 인물이 되어가니까요.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디 인디펜던츠에 에이전시를 매각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본질이나 철학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선택과 작업 방식에서 매우 독립적인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하지만 매각을 통해 일부 프로젝트에 훨씬 더 큰 비전을 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핵심은 늘 더 발전하고 더 나은 결과를 향해 전진하는 것입니다. 특히, 긴밀히 연결된 다른 프로덕션 에이전시 네트워크와 협력하며 제가 전문성을 갖지 않은 분야에서도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죠. 이는 우리의 전문성을 확장함과 동시에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VK)
- 에디터
- 안건호
- 글
- HÉLOÏSE SALESSY
- 사진
- OLIVER HADLEE P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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