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불가리의 시그니처, 세르펜티의 위대한 여정

2025.02.05

불가리의 시그니처, 세르펜티의 위대한 여정

뱀의 세계를 향한 위대한 여정.

MYTHOLOGY

2013년 구스타프 클림트의 ‘물뱀 II’가 약 2,400억원에 팔리며 당시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에는 물속에서 유영하는 여성들이 존재할 뿐 뱀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여성을 뱀이라 표현한 것이다. 뱀은 유혹과 관능을 상징하며,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조화를 동시에 드러내기 때문이다. 솔직히 뱀은 그렇게 친근한 느낌을 주는 동물은 아니다. 다른 파충류와 달리 발이 없어 기괴한 편에 가깝다. 그러나 고대부터 뱀은 여러 문화와 문명의 신화적 상징이 되어왔다. 한국에서도 전통적으로 백사를 가문을 지키고 복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존재로 여기지 않았나.

뱀은 한 번에 많은 알을 낳는 동물로 다산과 풍요를, 땅을 기어다닌다는 점에서 대지의 대변자이자 남성을 뜻했다. 허물을 벗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생동적인 모습은 자연스럽게 부활, 불멸, 생명, 재생 같은 단어로 이어졌다. 크레타섬의 크노소스 궁전에서 발견된 뱀 여신상은 기원전 1600년경 미노스 문명이 뱀의 생명력을 찬미했음을 알려준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뱀은 치유와 관련이 깊다. 의학과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ēpios)의 뱀이 감긴 지팡이는 지금까지도 의료 분야에서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세계보건기구와 대한의사협회 로고에도 등장한다). 클림트는 아스클레피오스의 딸이자 건강과 위생을 주관하는 신 히기에이아(Hygieia)를 표현한 작품에도 황금빛 뱀을 그려 넣었다. 끝없이 무한한 원을 그리며 꼬리를 물고 있는 뱀 형상을 의미하는 우로보로스(Ouroboros)는 시간의 순환을 나타낸다. 처음과 끝이 연속되는 모양은 곧 영원을 의미한다.

이토록 강력한 뱀의 상징성은 부적처럼 몸에 지니는 방식으로도 표현되었다. 이집트 파라오는 우라에우스(Uraeus)라 불리는 코브라 형태의 왕관을 착용했고, 이는 왕권과 신성을 굳건히 하는 상징물이었다. 클레오파트라 역시 뱀 주얼리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도 매혹적인 여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1839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앨버트 공이 직접 디자인한 뱀 모양의 약혼반지를 받았다. 눈에는 루비, 입에는 다이아몬드, 중앙에는 그녀의 탄생석인 에메랄드를 장식한 뱀 모티브 반지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알려졌고, 당대 풍조로 자리 잡았다.

풍성한 문화적 의미를 함축한 뱀은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주얼리나 장식에 뱀을 모티브로 사용하는 빈도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특유의 구불구불하고 유연한 형태가 손목이나 목을 감싸기에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중 불가리 세르펜티는 뱀이라는 이 강렬한 상징에 깃든 미적 가능성을 극대화한 컬렉션으로 꼽힌다. 세르펜티 탄생 이후 지금까지 뱀이 불가리 정체성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LEGENDARY

“세르펜티는 단순한 아이콘 이상의 시그니처입니다.” 불가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Fabrizio Buonamassa Stigliani)의 말처럼 불가리와 세르펜티는 서로를 정의하는 존재다. 오늘날 여자들에게 세르펜티란 온갖 보석으로 뒤덮인 황홀한 자태가 대표적이겠지만, 이 모든 것은 좀 더 현실적인 이유에서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화려함보단 실용적인 디자인이 인기를 끌던 1940년대 유럽, 불가리 역시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사치스러운 플래티넘 대신 따뜻한 색조의 옐로 골드를 도입했고, 자연에서 찾은 부드럽고 유려한 형태에 대한 시도를 이어갔다. 그리고 1948년 자신의 그리스 로마 유산에서 뱀 모티브를 발견한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는 뱀 머리 부분을 시계 케이스로 대체해 기능성을 강조한 팔찌 형태의 시계를 고안했다. 불가리 최초의 세르펜티다.

재미있는 건 뱀의 역동적인 형상을 재해석한 나선형 밴드를 산업화 시대에 사용한 물결 모양 가스 파이프에서 착안했다는 사실이다. 코어 주위를 긴 골드 스트랩으로 감싸는 방식으로, 용접 과정 없이 스트랩의 둥근 윤곽이 서로 맞물려 내부 구조를 완전히 숨긴다. 밴드에 균일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뛰어난 유연성과 편안한 착용감까지 갖춘 이 놀라운 제작 기법에는 가스관을 의미하는 단어 그대로 ‘투보가스(Tubogas)’라고 이름 붙였다. 숙련된 장인이 여러 해에 걸친 연구 끝에 얻어낸 결실로, 혁신과 탁월함을 향한 불가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르펜티 초기 디자인은 투보가스 기법과 골드 메시를 기반으로 다소 양식화된 뱀 형태를 띤다. 머리 부분도 대부분 단순한 사각형이었으니 말이다. 뱀을 더 사실적으로 구현한 건 1950년대부터. 오늘날 세르펜티 하이 주얼리 워치의 전신인 ‘스네이크’ 브레이슬릿 워치가 대표적인 예다.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한 뱀 머리 덮개를 열면 다이얼이 나타나는 아름다운 시크릿 워치의 밴드 부분은 온통 입체적인 뱀 비늘로 덮여 있다. 세르펜티는 특유의 화려하고 대담한 스타일이 유행한 1960년대 라 돌체 비타 시대를 거쳐 1970년대에 이르러 메종의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세르펜티 컬렉션은 좀 더 현대적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아름다운 장신구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즐겨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진화한 것. 세르펜티 투보가스(Serpenti Tubogas), 세르펜티 세두토리(Serpenti Seduttori), 세르펜티 바이퍼(Serpenti Viper) 등 뱀에 대한 불가리의 끊임없는 재해석은 세르펜티 세계를 풍성하고 광대하게 가꾸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VK)

SEQUENCE

찬란한 유산을 현재의 영광으로 이어가는 세르펜티 워치.

    패션 에디터
    김다혜
    SPONSORED BY
    BVL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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