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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의 우정과 사랑 사이 ‘모텔 캘리포니아’

2025.02.05

이성애자의 우정과 사랑 사이 ‘모텔 캘리포니아’

<모텔 캘리포니아>(MBC)는 소꿉친구였던 두 사람이 헤어짐과 만남을 거듭하면서 관계의 장애를 극복해가는 얘기다.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설렘과 애틋함은 충만하다. 잔잔한 로맨스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드라마다.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심윤서 작가의 웹소설 <홈, 비터 홈>을 각색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커플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극히 현실적이지만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것들이다. 인물들이 자란 시골과 서울을 대비하며 청춘의 소외감이나 박탈감 문제를 그린 것도 흥미롭다.

여주인공 지강희(이세영)는 혼혈이다. 어릴 때부터 ‘튀기’라고 놀림을 받았다.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 2024년 전교생의 30% 이상이 이주 배경 가정(다문화 가정) 학생인 초·중고교가 전국 350곳이었다. 따라서 다문화 가정 자녀의 정체성 문제는 한국 드라마에서 신중하게 확대를 고민해볼 만한 소재다. <모텔 캘리포니아>는 이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지강희가 가진 여러 핸디캡 중 일부로 거론한다. 흔한 재벌과 서민의 신분 차이 같은 것보다는 이편이 드라마의 갈등 요소로 참신하고 설득력 있다.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강희 엄마는 강희가 어릴 때 사망했다. 마을 사람들은 엄마가 바람나서 집을 나갔다고 떠든다. 강희도 제 엄마를 닮아 바람기가 있을 거라고 매도한다. 강희의 드센 성격도, 불륜이 난무하는 모텔에 산다는 것도 비난거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강희 앞에서는 예의를 내던졌다. 그래서 강희는 쌈닭이 되었고, 천연수(나인우)와 몇몇 친구만 그를 따랐다.

강희가 말 많은 시골 마을을 떠나고 싶었던 건 당연하다. 강희는 혼자 비련의 주인공처럼 도망치는 대신 단짝 연수에게 같이 서울로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연수는 망설였다. 죽을병에 걸린 할아버지도 돌봐야 하고, 남자에 미쳐서 허구한 날 사기나 당하는 엄마에 대한 미움을 들키기도 싫었다. “연수가 양친에게 듬뿍 사랑받고 자란 여자와 결혼하면 좋겠다”는 연수 할아버지의 유언도 강희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렇게 둘은 멀어졌지만, 연수는 내내 강희를 찾아다녔다.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강희는 강희대로, 서울살이 내내 연수를 그리워했다. 시골에서 무일푼으로 올라온 강희에게 서울은 친절하지 않았다. 강희는 가까스로 전문대를 졸업하고 기술을 익혔지만, 실력보다 ‘스펙’을 중시하는 업계에서 포트폴리오 한번 내밀기가 어려웠다. 연수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핑계로 고향을 찾을 때, 강희는 대여한 샤넬 백을 메고 가짜 명함을 돌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를 괴롭히던 동창은 서울 빈민 여성의 삶을 그린 듯 읊어대고, 그중 일부는 강희의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처연한 사연이 많지만 드라마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서울 생활 12년째, 강희는 유능한 상사와 마음 좋은 물주들의 눈에 들어 디자이너로 자리를 잡는다. 강희 아빠 지춘필(최민수)은 광산 투자로 대박이 나서 강희의 회사에 모텔 재건축을 의뢰한다. 어릴 때 100kg에 육박하던 연수는 살을 쫙 빼고 훈남 수의사가 되었다. 그렇게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모텔을 고치러 돌아온 강희는 연수와 재회한다. 각자의 다른 인연, 나쁜 타이밍, 여전한 동네의 뒷말, 과거의 상처, 연수 어머니의 반대, ‘내가 그에게 좋은 짝이 아닐지 모른다’는 강희의 회의가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강희는 욕구에 충실한 편이다. 고향을 떠나던 날 강희는 “너의 처음이 나였으면 좋겠다”며 연수에게 섹스를 제안했다. 다시 만난 후에도 자주 티격태격 “친구로 지내자”고 선을 긋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들의 ‘밀당’과 아슬아슬한 스킨십은 시청자에게 대리 연애의 설렘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 밖에도 <모텔 캘리포니아>는 비성애적 호감부터 낭만적 연애까지, 이성애자 남녀가 맺을 수 있는 관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주인공 커플의 친구인 아름(이소이)과 승언(구자성)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강희 회사의 물주인 금석경(김태형)과 에스더(서예화)는 한때 혼담이 오갔으나 지금은 서로의 결혼과 연애를 응원하는 쿨한 관계다. 강희 아빠 지춘필은 연수 엄마 수지(지수원)를 알뜰하게 챙긴다. 강희는 그게 연애 감정이라고 여기지만 그들 사이에는 강희가 모르는 사연이 있다. 강희와 연수가 각자의 가족과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로맨스물이지만 연애지상주의는 아니라서, 이 작품이 더 사려 깊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연애의 설렘뿐 아니라 자기 슬픔과 상처를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서로 기댈 곳이 되어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풍경이 그리운 시청자에게도, <모텔 캘리포니아>는 좋은 휴식이 되어줄 것이다.

<모텔 캘리포니아>는 총 12부작으로, 2025년 1월 10일부터 MBC에서 금·토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쿠팡플레이와 웨이브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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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모텔 캘리포니아'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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