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니 진보다 싫었던 이 옷이 돌아온다
카디건이 유행할 때부터 불안했다. 혜교 언니가 남겨놓은 아주 깜찍하고도 끔찍한 옷 한 벌이 있었다. 그 이름 볼레로. 약점을 드러내기 위해 만든 옷은 스키니 진보다 먼저 화형에 처해졌다.

브리티시 <보그>의 패션 뉴스 에디터 다니엘 로저스(Daniel Rodgers)도 나와 같았다. “볼레로의 귀환에 감정적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도저히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동시대를 산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4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도 자크뮈스의 볼레로를 입은 에밀리(릴리 콜린스)를 본 사람들이 SNS에 “끔찍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물론 자크뮈스가 잘못한 게 아니다. 제니가 연둣빛 자크뮈스 카디건을 입었을 때 모두가 감탄했다(옷은 잘못이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았지만).

볼레로는 얼마 전부터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카디건이라기보다 몸에서 분리된 소매에 가까운 그 옷이 말이다. 벨라 하디드의 가녀린 어깨도 다 가릴 수 없는 귀여운 등 가리개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심지어 열아홉 생일에 볼레로를 입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카디건의 효용성이 달라질 것이다. 크롭트가 되고 팔 가리개가 될 것인지, 노선을 달리해 소재에 변주를 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지난주 필라테스를 마친 후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산책하던 카이아 거버는 회귀를 선언했다. 그녀는 블랙 레깅스에 운동용 브라를 착용하고 팔로마 울의 필라나(Philana) 백을 든 다음 아식스 젤 1130을 신었고, 결정적으로 베이지 볼레로로 포인트를 주었다. 깃털처럼 부푼 팔은 그녀의 가녀린 몸과 대비되었고, 베이지 컬러가 블랙과 화이트의 단조로움을 차단했다. 레깅스에 레오타드, 리본 펌프스를 매치한 페라가모의 2025 봄/여름 컬렉션이 떠올랐다. 아, 현명한 철학자들은 역시 옳았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역사를 반복할 운명에 처한다. 이번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변형으로.

볼레로는 시대적 내러티브에 따라 모습을 변화시켰다. 카이아 거버처럼 미니멀한 스포츠 복장과도 잘 어울리며, 가볍게 어깨를 감싸는 크로셰부터 건축적인 느낌의 단단한 구조까지 다양한 소재로 출시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리트 웨어의 캐주얼함, 맥시멀리즘의 연극성과 결합돼 지루한 미니멀 룩을 환기한다. 볼레로의 회귀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시적인 부활일까, 혹은 스타일의 현신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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