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에도 디톡스가 필요하다
아이 메이크업에 관한 기사가 아니다. 바야흐로 안구 관리의 시대다.
![](https://img.vogue.co.kr/vogue/2025/01/style_678f07c2d89fb-1120x1400.jpg)
전 세계의 진기명기는 다 모인 틱톡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신박한 영상을 발견했다. 안약을 넣자 헤이즐 컬러 눈동자가 에메랄드빛으로 변하는 판타지 영화 같은 비디오. 620만 뷰의 이 영상은 필터 효과가 아니라 눈동자 컬러 체인지 목적의 점안액 ‘팬시 드롭스’ 사용 후기다. 문득 “눈동자는 지문만큼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의 명언이 떠올랐다. 사람마다 홍채 컬러는 모두 제각각이며 동공을 강조해야 매력과 개성이 극대화된다는 것이 그의 인사이트다. 눈동자 위아래에 하이라이트를 주고, 아이라인 컬러를 동공 색과 연결하는 작은 터치만으로도 1.5배 예뻐지지 않나. 홀린 듯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라이트 블루, 터쿼이즈, 앰버, 허니 등 무려 10가지 컬러 옵션이 단돈 48달러에 펼쳐진다. 퍼스널 컬러에 맞춰 립스틱 호수를 정하듯 눈동자 색깔을 정하면 끝. 서클 렌즈는 AI 안구 같은 이질감에 꺼리곤 했는데 이건 눈동자 특유의 투명함과 영롱함, 깊이 있는 분위기가 그대로다. 심지어 비건에 크루얼티 프리라는 윤리적 스토리까지!
눈 관련 알고리즘은 어느 날 나를 다른 안과 시술 콘텐츠로 이끌었다. 수지가 최근 받았다는 결막 모반 제거술. 이름도 생소한 결막 모반은 수지와 제니, 아이유도 가지고 있다는 눈 흰자위의 점을 말한다. 비포 & 애프터는 뚜렷했다. 결막 모반 제거 후 그녀의 눈이 포토샵으로 20% 정도 크기를 키운 듯 더 또렷하고 생기 있게 빛났다. “수지의 결막 모반 제거 시술이 알려진 후 문의하는 분이 많이 늘었어요. 흰자위를 덮고 있는 결막에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어 점이 된 것이 모반인데, 레이저 등의 방법으로 이를 제거하는 거죠. 5~10분이면 끝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입니다.” 서울림안과 최혜림 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안구의 미용 목적 시술 시대의 도래에 대해 질문하자 단호하게 답한다. “눈은 아주 예민한 부위이며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평생 정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미용 목적의 무리한 접근은 위험하죠. 한때 눈 미백 수술이 유행했지만 70% 정도의 수술 환자에게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며 퇴출됐거든요. 보이는 것을 위해 보는 것을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화장품 광고 속 여배우처럼 찰랑찰랑 수분이 가득 찬 듯한 ‘안광’은 성형으로는 만들 수 없는 아우라를 발산한다. 보석을 박은 것처럼 초롱초롱한 눈은 잘 다듬어진 이목구비의 매력 이상의 강한 무기로 작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피부는 미백 케어라도 하지만, 누렇게 침착되어 점점 탁해지며 총기를 잃어가는 눈의 노화를 막을 방도는 없을까?
“맑은 눈은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극대화됩니다. 충혈되지 않고 맑은 흰자위와 또렷하고 큰 각막, 튼튼한 눈물막이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보습입니다. 피부와 마찬가지로 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눈 질환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눈물 약을 넣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데 눈이 가장 건조한 아침에 한 번 인공 눈물을 넣어보세요.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노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힐링안과의원 김선영 원장의 조언이다. 일본 여행 필수 코스인 돈키호테에서 목격한 안약 코너가 떠올랐다. ‘눈에 에센스를 넣으세요’라는 혼란한 팝업 광고 문구와 함께 50여 종이 전시된 알록달록 안약은 인종 불문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보습은 기본, 비타민 C 보충, 충혈 완화, 청량감 부여 등 영양제 같은 기능성 분류까지! 과연 눈 영양제의 개념으로 봐도 되는지 물었다. “히알루론산과 비타민, 아미노산 등 보습 성분을 함유한 안약은 건조증 치료에 유용합니다. 의사 처방도 필요 없으니 간편해요. 다만 즉각적인 충혈 완화 효과를 내세운 제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하세요. 이는 혈관수축제가 충혈을 완화하고 흰자위를 더 하얗게 만드는 컨셉인데, 원인 해소 대신 표면적인 충혈만 해결해 결국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약에 의존하게 되는 리바운드 현상을 야기하죠. 특히 약물 뒤편에 나파졸린 성분이 쓰였다면 의심해야 합니다.”
안약의 나라 일본의 안과 의사 히라마쓰 루이는 저서 <안과 의사가 경고하는 눈 건강에 치명적인 습관 39가지>에서 올바른 안약 사용법을 설파한다. 점안 후 부드럽게 눈을 감고 안약이 균일하게 퍼지도록 눈두덩을 가볍게 눌러주는 것이 정석. 눈두덩을 누른 그룹과 누르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누른 그룹에서 약효가 두 배 이상 더 높이 나타났을뿐더러 눈에 퍼지지 않고 체내로 흘러 들어가는 현상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약이 ‘세균 배양액’으로 변질되진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안약 용기에는 음압을 통해 외부의 불순물이 유입된다. 눈과 닿지 않게 최소 1cm 이상 떨어진 위치에서 점안하고 한 달이 지나면 주저 없이 교체해야 하는 이유다.
메이크업도 안과적 입장에서 할 말이 많다. 점막의 아이라인과 속눈썹 접착제, 아이섀도 피그먼트, 리무버 모두 눈에는 직접적인 자극 요인이 되니 말이다. 메이크업 유지 시간은 최소로 하고 메이크업 브러시는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함은 물론이고, 지울 때는 안과 테스트를 거친 순한 아이 리무버로 눈에 닿지 않게 부드럽게 닦아내되 속눈썹 사이사이는 깨끗한 면봉으로 잔여물이 묻어 나오지 않는지 체크해볼 것. 여기까진 여러분과 내가 익히 잘 아는 뷰티 루틴과 다르지 않다. “수건으로 온찜질하며 한 번 더 닦아내세요. 눈의 피로를 풀어줄 뿐 아니라 눈꺼풀 안쪽의 마이봄샘이라는 기름샘에 굳은 기름과 염증이 바깥으로 배출되고 눈물의 질이 높아집니다.” 안과 전문의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심화 과정이다.
자외선 역시 안과적으로도 극악일 수밖에 없다.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기미도 짙어지고 옷감도 변색되는 것처럼 눈 역시 자외선에 의해 멜라닌 세포가 자극을 받아 모반이나 변색이 생긴다. 그러니 낮 시간 외출 시엔 반드시 선글라스와 모자로 직접적인 자외선 노출을 피하길. 디지털 디톡스는 안구 디톡스로도 이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과 PC 이용 시간은 약 5시간. 정상적인 눈 깜빡임 횟수는 1분에 평균 26회인 반면, 디지털 기기 이용 중엔 평균 11.6회로 약 60% 감소한다. 눈 깜빡임 횟수가 줄면 눈물이 줄고 안구 건조, 충혈, 시력 저하로 이어지니 이쯤 되면 눈 건강을 위해서도 디지털 디톡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충분한 수면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 “내원 환자 중 90% 이상은 수면 부족에 시달립니다. 잠이 부족하면 눈물 양이 90%까지 줄고 휴식과 재생 작용을 거치지 못합니다. 40도 정도의 온열 팩으로 눈 마사지를 하는 것이 수면 부족에 도움이 됩니다.” 최혜림 원장의 조언이다. 그렇다면 안과 전문의가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영양제는? 루테인, 오메가3 그리고 비타민 C!
나는 이번 취재를 통해 눈은 특정 미용적 시술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 수술처럼 보형물을 넣었다 빼거나 필러처럼 다시 녹일 수도 없다. “눈은 우리 몸의 보석”이라는 작가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말처럼 아끼고 소중히 다뤄야 한다. 두 눈의 목적은 단지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달렸으니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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