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상의가 올해 더욱 중요한 이유
최근 구글 트렌드 이메일에 따르면 ‘외출용 상의(Going Out Tops)’에 대한 검색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곧 사람들이 겨울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외출할 준비가 된 거라고 풀이할 수 있죠. 이 전례 없는 급증은 제가 ‘밀레니얼 컴백’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은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일어났습니다. 1996년 새해 전날, 그러니까 밀레니얼 끝자락에 태어난 저는 대체 이 세대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트렌드를 찾아봤습니다. 콧수염, 밀레니얼 핑크, 그래피티, 스키니 진 정도가 뜨더군요. 하지만 제 향수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키워드는 없었습니다. ‘외출용 상의’를 보기 전까지는요.
구글 트렌드 이메일을 통해 2004년 1월 1일 이후의 미국 데이터를 받아봤습니다(외출용 상의의 전성기는 그 전부터지만요). 제가 살면서 외출용 상의에 대한 검색 기록을 추적한 그래프를 분석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별개로 결과는 매우 흥미롭더군요. 2010년대에는 총 검색량이 크진 않지만, 몇 번의 결정적인 상승과 하락이 있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는 예측할 수 없는 급증이 몇 차례 반복됐죠. 일시적 변동을 제외하면 그 이후부터는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흐름은 다르지 않았고요.
이쯤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외출용 상의’란 정확히 뭘까요? 모두가 막연하게 떠올리는 옷이 있을 겁니다. 하나씩 따져볼까요?

우선 10대 시절에는 (분명히)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싫어하는 옷이었을 겁니다. 평범한 티셔츠가 아닌, 이름 그대로 외출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옷이겠죠. 자수, 반짝이, 그도 아니면 구슬 장식이 달려 있거나 짧은 길이일 겁니다. 몸에 꼭 맞는 핏이거나 스트랩이 아예 없는 오프숄더 스타일, 시스루 소재, 혹은 대담한 컷아웃을 더한 디자인일 수도 있겠군요. 모든 조건은 전적으로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겠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입었을 때 자신감을 준다는 사실이요!
외출용 상의는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부르짖는 또 다른 나에게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외출용 상의가 생기면 ‘너무 피곤해서’ 혹은 ‘입을 옷이 없어서’라는 핑계도 힘을 잃죠. 물론 대가도 톡톡히 치릅니다. 땀으로 흠뻑 젖기도, 알코올(혹은 눈물)을 흘리기도, 잘 지워지지도 않는 얼룩을 묻힐 때도 있습니다. 운이 나쁘면 그 상태로 다음 날 아침까지 입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외출용 상의를 따로 구분 짓지 않게 되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에겐 여전히 중요한 카테고리입니다. 심지어 전용 서랍도 있죠. 스타일이 조금 변하긴 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옷이라고 할 수도 없는, 지금 보면 천 조각에 불과한 상의를 즐겨 입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더 편안해졌습니다. 클럽뿐만 아니라 온화한 주말과 축제 등 외출의 종류가 다양해졌거든요. 최근에는 코르셋 톱이나 오프숄더, 블라우스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 ‘외출용 재킷’ 카테고리까지 추가됐고요.
밀레니얼 세대에게 외출용 상의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출용 상의는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기 전 외출 문화를 경험하고 즐겼던 이들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시절 그들이 고른 옷은 오직 그날의 기분과 마주치게 될 사람만 염두에 둔 선택이었겠죠. 남은 기록이라고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사진뿐이지만요. 구글은 외출용 상의가 ‘다시’ 유행할 거라 예측했지만 사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 옷은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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