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새침하게 걷고 싶은, 조각 같은 신발의 유행

2025.02.14

새침하게 걷고 싶은, 조각 같은 신발의 유행

힐은 한동안 트렌드의 세계에 좀처럼 끼지 못했습니다.

@iliridakrasniqi

플랫 슈즈의 오랜 군림 앞에서 제자리를 지킨 건 키튼 힐 정도였죠. 하지만 올해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겁니다. 자유롭고 맥시멀한 패션이 시동을 걸고 있는 만큼, 신발 선택지도 더욱 광범위해질 테죠. 가끔은 또각또각 소리와 함께 꼿꼿한 걸음을 내딛고 싶단 생각이 들던 참이었고요. 그래서 영국 <보그>가 콕 짚어 소개한 이 힐의 귀환이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플레어 힐입니다.

@aminamuaddi

플레어 힐은 플레어 진과 마찬가지로, 굽이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를 띠는 신발입니다. 피라미드처럼요. 1970년대 디스코 문화에 뿌리를 둔 이 힐은 당시 플랫폼 슈즈에 견줄 만한 인기를 누렸죠. 지면에 닿는 굽의 면적이 여타 스틸레토 힐보다 넓은 덕에 플랫폼 슈즈 못지않은 안정감을 선사했거든요. 실루엣도 매력적입니다. 마티니 잔을 뒤집어놓은 것 같기도, 매끈하게 다듬은 조각 같기도 하죠. 어딘가 장난스러운 느낌도 묻어나고요.

플레어 힐이 동시대 패션에 널리 퍼진 데는 아미나 무아디의 지분이 큽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기하학적 플레어 힐은 2017년 데뷔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죠. 리한나부터 헤일리 비버까지, 내로라하는 셀럽들의 지지를 받았고요. 최근에는 사브리나 카펜터가 무대 위에서 신으며 또 한 번 화제가 됐습니다.

Bottega Veneta S/S 2024 RTW
Loewe S/S 2023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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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보테가 베네타, 지미 추, 시몬 로샤, 피비 파일로 등 많은 디자이너가 플레어 힐을 재해석하며 점차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각계각층의 셀럽이 이에 화답하는 중이죠. 니콜 키드먼은 보테가 베네타의 차차 뮬을 신고 지난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했고, 벨라 하디드는 샌디 리앙의 리본 뮬을 신고 뉴욕을 누볐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수키 워터하우스까지 이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앞코가 뾰족한 클라라 펌프스를 신고 마이클 코어스 2025 봄/여름 쇼에 참석했죠.

작은 장식 하나가 룩의 한 끗 차를 가르는 요즘입니다. 미묘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플레어 힐의 효과도 분명 확실할 거란 이야기죠. 얇고 날카로운 스틸레토 힐이나 두꺼운 플랫폼 슈즈에 비해 부담도 덜할 겁니다. 보기에도, 신기에도 말이죠.

포토
Instagram,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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