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배윤영, “결국 태도는 개인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지난 10년간 멈추지 않고 달려온 슈퍼모델 배윤영은 그 어떤 아쉬움도 없다. 매 순간 최선의 몫을 해냈기 때문이다.

패션 화보

배윤영, “결국 태도는 개인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지난 10년간 멈추지 않고 달려온 슈퍼모델 배윤영은 그 어떤 아쉬움도 없다. 매 순간 최선의 몫을 해냈기 때문이다.

HER STORY 모델로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외에서 여전히 톱 모델로 활동하는 배윤영이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봄 컬렉션을 입고 정글 같은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둥근 어깨 실루엣의 트위드 재킷과 비스코스 블라우스, 캐주얼한 보디수트가 함께했다.

LITTLE RENAISSANCE 루이 비통 여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르네상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컬렉션을 준비했다. 스트라이프 패턴 재킷의 실루엣이 과장된 미학을 이야기한다.

PORTRAIT WORTHY 화려한 패턴의 실크 로브와 섬세한 시퀸 장식 드레스가 열대식물과 잘 어울린다. 검정 ‘LV 바이커 백’이 현대적인 멋을 더한다.

A TALL ORDER 동양적인 마스크와 남다른 프로포션이 매력적인 배윤영. 모래시계 실루엣의 튜닉 재킷과 비대칭 팬츠를 입었다.

METAL BLIND 제스키에르의 감각은 메탈 블라인드를 닮은 실크 블라우스 장식에서도 빛난다.

A LAZY AFTERNOON 비대칭 실루엣은 루이 비통 컬렉션의 중심을 차지한다. 한쪽 어깨만 가린 블라우스와 헴라인이 사선으로 이어진 스트라이프 실크 스커트.

NAVY SEAL 이번 컬렉션에선 다양한 텍스처의 실크 소재를 만날 수 있다. 짙은 남색 점프수트와 오버사이즈 블라우스도 그중 하나. 여기에 장식적인 목걸이를 더했다.

I’M YOUR FAN 제스키에르가 자랑하는 올봄 루이 비통의 실크 블라우스. 트위드 미니스커트와 목걸이를 함께 스타일링했다. 부채 모양 가방은 ‘LV 팬 백’.

A SLOUCHING TIGER 제스키에르가 선보이는 트위드 소재의 매력. 페플럼처럼 펼쳐지는 미니 드레스는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GREEN POWER 트위드 미니 드레스와 펌프스가 함께했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일의 매력 모델은 인생에서 그냥 흘러가는 내 모습을 남길 수 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나이 제약이 있는 직업이었기에 ‘지금만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에 반짝이는 나의 젊음,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10년을 일에 몰두했다.
일상을 즐기지 못해 아쉽진 않았다. 또래 친구들이 하기 어려운 경험도 많이 했으니까. 원래 흥미가 없으면 어떤 일도 오래 하기 어려운 성격인데 모델 일은 재미있어서 여기까지 온 듯하다. 정말로 지루할 틈이 없다. 매번 새로운 컨셉, 트렌드, 작업이 이어진다.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한 작업이 많아 여전히 설렌다.

평범한 직장인 대중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나 결과물이 화려할 뿐 모델의 삶은 매우 평범하다. 일하며 마주하는 기쁨과 슬픔, 보통날 느끼는 권태로움은 여느 직장인과 똑같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웃음)

확신의 순간 데뷔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인 2016년 최소라, 신현지 언니랑 <보그> 커버를 찍으며 비로소 객관적인 용기를 갖게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하이패션지 커버를 찍었다는 사실에 모델로서 자존감도 높아졌다. 같은 해 세계적인 캐스팅 디렉터 애슐리 브로카우(Ashley Brokaw)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받고 해외 활동을 시작해 프라다 캠페인으로 데뷔했다. 다시 돌아봐도 뜻깊은 해였다.

이왕이면 당시 뉴욕을 중심으로 일하거나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4대 패션 위크를 넘나드는 한국인 모델은 많지 않았다. 해외 활동 초기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일 때도 있었다. 다행히 먼저 4대 패션 위크에서 활약하던 소라, 현지 언니가 정말 잘 챙겨줘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한 동료나 가족 등 소중한 이들의 응원과 격려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잘하든 못하든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보자’는 성격도 한몫했다. 언제나 간단하게 여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끝없는 테스트 모델은 계속되는 오디션, 끝없는 도전에 놓인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지점이겠지만 내 성향과 잘 맞았다. 거절이나 탈락에 쉽게 상처받지 않는 성격일뿐더러 승부욕도 있는 편이다. 거기에 개인의 능력으로 일의 수명을 늘려나가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이따금 후배들과 멘토링 시간을 가질 때면 ‘내가 될 거라는’ ‘나를 놓치면 상대 손해일 거’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자신감을 이야기한다. 외모와 능력이 출중함을 떠나 이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태도가 상대를 매료한다.

결국은 태도 아직까지 해외 하이패션 신에는 아시안 모델에 대한 수요가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위축되거나 불안해하며 가만있을 수는 없다. 이럴 때 긍정적인 태도나 에너지가 빛을 발한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상황에 주눅 들기보다 분위기를
쾌활하게 만드는 사람이니까. 나보다 훨씬 예쁘고 멋진 친구들을 많이 봤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밝고 긍정적인 태도 덕분이다. 결국 태도는 개인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누구나 일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면 화내거나 아파하기보다 훌훌 털어낸다. 제한된 에너지를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쏟기보단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고 음악 들으며 산책을 한다. 주위에 따뜻한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다음 작업에서도 최선을 다해 나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검박하지만 원대한 꿈 모델 배윤영과 인간 배윤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을 떼어낸 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저 일할 때는 진지한 자세를 취할 뿐이다. 단호해질 때도 있다. 그래야만 작업의 완성도가 높아지니까. 이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이 큰 만큼 오래 하고 싶다. 내게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되는 데까지 제일 오래 모델로 일하는 것.

성공의 기준 타인이 제시하는 기준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떳떳한지 자신에게 물을 뿐이다. 내가 이룬 목표에 잘못된 요소는 없는지, 온 힘을 기울이지 못해 후회스럽지 않은지가 기준이다. 오늘 <보그> 촬영은 어땠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A컷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답하겠다. 오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 (VK)

포토그래퍼
강혜원
패션 에디터
손기호
피처 디렉터
김나랑
유승현(프리랜스 에디터)
헤어
조미연
메이크업
박혜령
네일
최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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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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