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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H OFF 리비에라의 정제된 분위기와 신비로운 사막에서 영감을 얻은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2025 봄/여름 컬렉션 ‘여정의 메아리(Echoes of a Journey)’. 늘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 한효주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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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A NAP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밀라와 카롤리나 쿠치넬리(Camilla & Carolina Cucinelli) 자매는 상상력과 현대적 감성을 아우르는 독특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시퀸 장식이 윤슬처럼 반짝이는 니트 상의와 바스락거리는 코튼 소재 버블 스커트 조합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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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VACATION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니 정말 좋아요!” 촬영 하루 전 한국으로 돌아온 한효주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벨트로 졸라맨 테일러드 재킷도, 길게 휘날리는 머리카락도, 모든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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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BAG 직선과 대각선으로 조각된 기하학적 패널이 균형을 이루는 ‘BC 듀오(BC Duo) 백’은 브랜드가 지닌 현대적 관점을 대변한다. 총 네 가지 크기로 선보이는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가죽을 비롯해 데님 소재를 사용했다. 테이핑 디테일로 마리니에르(Marinière) 감성을 표현한 데님 수트에 곁들인 짙은 밤색 스웨이드 가방의 미니 버전은 표지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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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REAKTIME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한 일상복을 제안하는 컬렉션은 풍부한 테일러링과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클래식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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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A GAME 간결한 실루엣, 담백한 뉴트럴 컬러를 바탕으로 소재와 장식, 프린트를 조합해 풍성한 느낌을 표현했다. 시퀸 프린지로 화려하게 재탄생한 드레스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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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SWEET 지중해 연안의 활기와 생동감, 사막의 고요함과 비현실성. 대비되는 요소의 조화로 이루어진 컬렉션은 익숙한 듯 낯선 한효주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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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TO THE MUSIC 니트웨어에는 실험 정신을 담았다. 거미줄처럼 손으로 자유롭게 직조한 니트 재킷에 반짝이는 프린지 장식과 메탈릭 텍스처를 더해 꾸밈없이 매혹적인 모습을 연출한 것. 한효주는 여기에 피부가 비치는 반투명 소재 바지를 매치해 드라마틱한 룩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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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S ON YOU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 카메라를 응시하는 한효주의 눈빛이 고요하면서도 강렬하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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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는 지난 2년을 정글짐 놀이처럼 보냈다. 결국 올라야 하는 곳은 정상이지만, 그곳까지 향하는 수많은 갈림길을 밟는 여정이었다고 할까. 영화 <독전 2>(2023)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드러냈고, 인공 배양육 개발이라는 낯선 소재의 드라마 <지배종>(2024)을 이끌었으며, <무빙>(2023)에서는 멜로와 액션, 모성까지 연기했다. 그런 뒤에 달려간 곳은 일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틱 어나니머스>(가제, 2025)에서는 대사의 90% 이상을 일본어로 전달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물론 쉬운 건 없었다. “<무빙>을 선택할 때 10대 아이의 엄마라는 캐릭터가 큰 부담이었어요. 부담감이 크니까 대사도 잘 외워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취감을 느낀 작품이에요.” <독전 2>의 ‘큰칼’을 선택할 때는 용기가 필요했다. 배우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노력하는” 태도가 아니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결과를 냉정하게 되짚는 중이다. “나만의 도전만 하지 않나 싶을 때가 있어요. 대중이 원하고 바라는 모습이 있는데, 저는 새로운 얼굴을 꺼내려 했으니까요. 물론 그런 도전을 잘해냈을 때 박수를 받죠. 하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것과 저의 도전 사이에 거리감을 감지해요. 솔직히 그런 느낌을 고민하고 있어요.”
한효주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 고민을 납득할 수 있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과 <동이>(2010),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 등을 통해 그녀는 소위 ‘멜로의 여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이 만들어낸 착시일지 모른다. 자세히 분해해보면 그녀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었다. 영화 <감시자들>(2013)에서는 과잉기억증후군이 있는 경찰을 연기했고, 드라마 <W>(2016)에서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었으며, <해피니스>(2021)에서는 감염병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엄청난 괴력을 갖게 된 경찰로 변신했다. 그녀가 선택한 멜로의 주인공도 색이 다 달랐다. 영화 <오직 그대만>(2011)에서는 시각장애인을, <반창꼬>(2012)에서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저돌적으로 직진하는 119 구조대 의용대원을 연기했다. 그런가 하면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연인을 사랑해야 하는 여자의 감정에 설득력을 더해 호평받은 작품이었다. 그 사이사이 할리우드 드라마와 일본 영화에도 출연했다면 어떨까? 단순히 주어진 기회를 마다하지 않고 폭식한 결과가 아니다. 이유를 찾자면 성격일 것이다. “제가 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모험심이 강한가 봐요. 새로움을 추구하고, 무언가 개척하길 좋아해요. 이미 한번 해본 거는 또 하기 싫고요. 그래서 선택한 멜로 작품도 저마다 다른 종류였어요. 정말 닥치는 대로 도전했죠.”
장르를 넘나드는 행보가 성격 때문이라면, 해외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욕심’이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임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건방지게’ 했어요. 그래서 계속 오디션을 보면서 문을 두드렸죠.” 그러고 보면 모험을 시도하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성격’ 덕분이다. “저는 한번 선택하면 뒤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선택한 일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기에 이제야 “대중이 좋아하는 것과 내가 도전하는 것 사이의 거리감”을 고민했을 것이다. 세상은 배우에게 끊임없이 변신을 주문하면서도 그와 대중이 공명하던 때의 모습을 가장 반가워한다. 그렇게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분투한들 결국 새로운 고민이 생겨나지 않을까. 오히려 “뒤를 생각하지 않는” 태도로 정글짐을 누비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지금의 한효주는 그동안의 모험이 “나한테 무엇이 어울리는지 잘 알게 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옷도 많이 골라보고 입어봐야 자기한테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 안다고 하잖아요?(웃음)” 20대의 한효주는 배우라는 직업을 삶의 에너지로 삼았다. “그때는 개인적인 생활을 따로 고려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의 비중이 컸죠. 돌이켜보면 일과 생활을 정확히 분리하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그게 잘되지 않았지만···” 이유 중 하나는 이미 촬영 현장이 생활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때론 일을 일처럼 대해볼까 싶었지만, 그녀에겐 불가능하다. 한효주는 지금도 2009년 드라마 <찬란한 유산> 때 어느 시청자가 눈물을 흘리며 “덕분에 다시 삶을 얻었다”고 말한 일을 기억한다.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하던 분이었는데 그 작품을 몇 번이고 돌려 보셨다고 했죠. 그때 저는 이 일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동시에 한효주에게 연기는 “일상에서 큰 소리를 내지도 않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도 않는” 자신에게 “케케묵은 감정을 쏟아낼 수는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한효주는 배우라는 직업을 이렇게 말한다. “이 직업이 저를 살렸다고 생각해요. 안 했으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일에 목숨을 빚진 사람은 일을 일처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일을 더 생활처럼 해야만 살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0여 년이 그랬듯, 뒤를 생각하지 않고 미련하게 도전할 수밖에. 성격대로, 욕심대로 일할 수 있다면 그도 축복이다. (VK)
- 포토그래퍼
- 안주영
- 패션 에디터
- 김다혜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글
- 강병진(영화 저널리스트)
- 스타일리스트
- 박만현, 김경선
- 헤어
- 조미연
- 메이크업
- 최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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