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데뷔 32주년과 30주년을 맞이한 현대의 광대, 송은이와 김숙. 기존 무대에 안주하지 않고 ‘비밀보장’ 같은 새로운 일터를 개척하며 우리를 웃기고 위로하며 영감을 주었다. 스스로를 광대라 부르는 이들이 피에로로 분장하고 한국 탈을 쓰며 신명 나는 판을 벌인다. 3월 15일 오후 12시 레스케이프 호텔에서는 ‘보그 리더: 2025 우먼 앤 워크’의 일환으로 관객과 직접 만나 우리 여자들의 일과 웃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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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컨셉으로 촬영하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보그> 피처 팀을 찾은 송은이와 김숙의 요청이었다. 특히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김숙이 이 아이디어를 평생의 동료이자 언니인 송은이에게 먼저 제시했다. “우리는 광대를 자처해요. 남을 웃기는 일은 누가 시킨다고, 가르쳐준다고 되지 않아요. 그렇게 태어나는 거죠.” 광대라는 단어에 은근히 하대하는 어조가 잘못 깃들었지만, 숭고한 직업이다. 광대는 가면극, 인형극, 줄타기, 땅재주, 판소리 따위를 하던 직업적 예능인을 통틀어 이르던 말로, 한자로는 ‘廣大’. 그야말로 크고 넓다는 ‘광대하다’와 같은 글자를 쓴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남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김숙은 데뷔 30주년을 축하하는 별도의 세리머니는 없다고 말했다. “저를 ‘쓰담쓰담’할 뿐이지 오히려 더 차분하게 30주년을 맞이하고 있어요.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주변의 도움으로 지금에 다다랐으니 더욱 겸손해지려고 해요.” 그래도 한 분야에 오래 정진해온 그녀에게 <보그>의 이번 ‘광대’ 촬영이 작은 축하연이 되길 바랐다. 이 자리에는 그녀의 오랜 동료이자 ‘사랑하는 언니’ 송은이가 함께했다. 올해는 송은이의 데뷔 32주년이자, 둘이 함께 시작한 팟캐스트 ‘송은이 & 김숙 비밀보장(비밀보장)’ 개설 10주년이다. 과거 코미디언은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었지만, 송은이는 “남이 만들어놓은 판이 아니라 우리의 판을 만들어보자”며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그 첫걸음이 ‘비밀보장’이다. 레거시 미디어와는 차별화된 기획과 더 편안하고 친근한 진행 방식은 이내 호응을 일으켰다. 훗날 선후배들이 자체 채널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이들의 행보는 영감이 됐다. ‘비밀보장’의 성공으로 장르 불문 다양한 영상 콘텐츠와 공연을 제작·기획하는 컨텐츠랩 비보가 설립됐고, ‘사람 자체가 콘텐츠’라는 철학으로 매니지먼트사 미디어랩 시소와 F&B 커머스 사업을 전개하는 쇼보도 함께한다. 현재 40여 명의 직원을 둔 송은이 대표이사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지만, 김숙 사내이사와 함께하기에 나아갈 것이다. 그야말로 ‘광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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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OOK
완벽한 행복이란? 소소한 행복을 여러 개 만들면 그것이 완벽한 행복이 되지 않을까? 어릴 때는 허황된 행복을 찾았다. 과정도 생각하지 않고 마당 넓은 집과 차. 이제는 행복의 목표가 낮다. 이부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행복하고, 맛있는 반찬집에 오후 3시쯤 들렀는데 내 몫이 남아 있다면 행복하다.
가장 두려운 건? 주변 사람을 잃는 것.
어떤 사람을 가장 존경하나? 1년이든 30년이든, 나이가 적든 많든 겸손하게 묵묵히 일하는 모든 이.
가장 큰 사치는? 낚시에 돈을 들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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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음 상태는? 무서울 만큼 평온하다. 내가 변해서인지 괴롭히는 이들이 줄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살면서 가장 사랑한 대상은? 가족. 그리고 30여 년 동안 함께 성장해온 주변 사람들.
언제 어디서 가장 행복했나? 누가 사준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꾸민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가장 갖고 싶은 재능은? 일단 꾸준함.
가장 큰 업적은? 이 일을 유지해온 것 자체가 업적이다.
가장 아끼는 소유물은? 캠핑용품만 모아둔 창고. 가끔 창고 문을 열고 환풍기를 틀어놓은 채 10여 분간 가만히 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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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깊이의 불행은? 몸이 불편할 때가 있다. 소화가 안돼서 맛있는 걸 못 먹으면 얼마나 서러운지, 밖에 튀어나가고 싶은데 발에 통증이 오면 얼마나 아쉬운지.
나의 가장 두드러진 개성은? 은이 언니는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한다면, 나는 내 행복이 우선이다. 자신을 너무 좋아한다. ‘마음대로’인 내 행동을 받아주는 은이 언니가 고맙다.
친구라면 갖춰야 할 면은? 인성. 어릴 때는 개성 강한 사람이 좋았는데, 이제는 예의 바르고 조용히 할 일을 하는 이들이 좋다.
좋아하는 예술가는? 우리 선배님들. 내가 데뷔 30주년을 맞이했지만 한참 멀었다. 오래 한길을 걸어오며 사랑과 열정으로 후배를 챙기는 선배들이 진정한 광대이자 예술가 아닐까?
가장 싫어하는 것? 후회. 어릴 때 더 많이 여행 갈걸, 마음대로 살걸,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걸, 소극적이지 말걸··· 근데 지금 하면 된다. 오히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노는 방법을 아는 지금이라 나날이 기대된다.
나에게 코미디란? 몸속에 흐르는 피. 그렇기에 멈출 수 없고 계속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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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EUNI
완벽한 행복이란? 나의 추구미는 아니다. 완벽이라는 전제가 붙으니 벌써 안 행복해진다.
가장 두려운 건? 잘못된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일.
나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은? 매일의 행동, 매일의 사고. 매일매일 아쉬움과 부족함이 조금씩 있다. 외모는 상당히 만족한다.
타인의 어떤 모습이 가장 싫은가? 바닥에 침 뱉는 행동.
어떤 사람을 가장 존경하나? 말보다 삶으로 보여주는 주변의 많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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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사치는? 요즘은 물건을 잘 사지 않는데, 밥값은 언제고 아끼지 않는다.
현재 마음 상태는? 잔잔하다.
어떨 때 거짓말을 하나? 요즘은 거의 하지 않는다. 아! 방송에서 웃기려고 가끔. 하하.
특별히 많이 쓰는 단어나 표현은? ‘네넹.’ 업무상 카톡 할 때 이렇게 많이 쓴다.
살면서 가장 사랑한 대상은? 물론 가족, 엄마.
언제 어디서 가장 행복했나? 어린 시절 까불이로 불리며 무릎 까지고, 유리창 깨서 엄마한테 혼나던 나날이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가장 갖고 싶은 재능은? 다 필요 없고,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으면 참 좋겠다.
자신에 관해 한 가지 바꿀 수 있다면?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과 무슨 일이 있어도 코가 멀쩡한 비염 없는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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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업적은? ‘송은이 & 김숙 비밀보장’ 시작한 게 아닐까?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 혹은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나? 인격이 부여된 자동차로 태어나고 싶다.
어디에서 가장 살고 싶나? 하와이. 얼마 전 처음 가봤다.
가장 아끼는 소유물은? 좋아하는 건 많은데 막 아끼는 건 없다. 물건을 편히 쓰는 편.
가장 낮은 깊이의 불행은?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다가 정산하려는데 정산기에 손이 닿지 않아서 기어이 차 문을 열어야 할 때.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목적 없는 회의와 수다.
친구라면 갖춰야 할 면은? 무조건적인 내 편 모드.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