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김신록, “다시 태어난다면 돌멩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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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 “다시 태어난다면 돌멩이로…”

2025.02.25

3월 15일, ‘보그 리더: 2025 우먼 앤 워크’는 일의 격을 아는 여성을 한자리에 모았다. 코미디언 송은이와 김숙, 정치학자 김지윤과 경제 전문가 전은환, 보테가 베네타 아시아태평양(APAC) CEO 김하정, 배우 김신록, 뮤지션 이상은이 시간대별로 〈보그〉 오디언스와 만나 ‘여성과 일’을 이야기한다. 김신록은 지금 가장 열일하는 배우다. 작품은 끊임없고 배역은 양극을 오간다. 일방적인 연설이 아니라 소통을 원하는 김신록과의 대화는 오후 4시 30분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나눌 수 있다.

턱시도 재킷과 팬츠는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안경은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슈즈는 지미 추(Jimmy Choo).

김신록의 연기를 실제로 본 것은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서다. 최소 2시간은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공연은 기피하는데, 이 연극은 얼마고 계속되길 바랐다. 첫 장면에서 김신록은 테이블 위에 엎드려 서핑하는 19세 청년 시몽을 묘사하며, 젊음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지 절절히 전한다. 연극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시몽이 51세 여성에게 장기 기증을 하는 24시간이 이어진다. 김신록은 혼자 무대를 틈 없이 채웠고, 그 후 나는 그녀의 다음 연극을 수시로 체크한다.

김신록을 처음 만난 곳은 화보 촬영장이다. 드라마 <유괴의 날> 출연 배우 윤계상, 박성훈, 유나와 함께였는데, 나이를 떠나 동료 배우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김신록의 겸손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배우는 사람이다. ‘보그 리더: 2025 우먼 앤 워크’에서 강연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일방적인 연설이 아니라 소통을 바란다”고 회신했다.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가죽 소재 셔츠는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Michael Michael Kors).

김신록을 처음 본 드라마는 <방법>(2020)이다. 저주를 내릴 수 있는 딸을 이용하는 무당으로 출연했는데, 그땐 그녀의 이름을 몰랐다. 그냥 ‘진짜 잘한다’ 싶었다. 김신록이 39세에 처음 출연한 드라마였다. 지리학을 전공한 그녀는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뉴욕을 포함한 국내외 여러 극단에서 연기를 배웠고, 서울연극센터의 연극인 재교육 프로그램인 ‘플레이업(Play-Up) 아카데미’에서 10여 년간 강의하고 무대도 병행했다. 그 후 연기에 매진하면서 만난 드라마가 <방법>이다.

김신록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작품은 <재벌집 막내아들>(2022)일 것이다. 제작진이 한 행사에 참석한 김신록의 우아한 분위기를 발견하고 ‘재벌집 막내딸’에 캐스팅한 비화는 유명하다. 화보 촬영할 때마다 느끼지만 그녀의 얼굴엔 품위가 있다.

<지옥> 시리즈(2021, 2024)의 박정자나 <전,란>(2024)의 의병 등 압도적인 연기가 많지만, 개인적으론 <무빙>(2023)에서 자격지심에 비굴해져서 본의 아니게 코믹해지는 안기부 요원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코믹 활극 <언더커버 하이스쿨>도 기대한다. 고등학생으로 위장 잠입한 요원(서강준)을 얼마나 악독하게 찰진 발성으로 괴롭힐까. (글 쓰는 시점에서 아직 방영 전이다.) 지금 김신록은 작품을 연이어 준비 중이다. 그녀의 말처럼 “결코 전체를 파악할 수 없어 늘 보고 싶고 안달 나는 마음”으로 연기를 사랑하니까.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는 코치(Coach), 스트라이프 셔츠와 팬츠는 렉토(Recto), 블랙 타이는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SHINROCK KIM

현재 마음 상태는? 몸과 마음은 하나니까, 심신 피로.

완벽한 행복이란? 마음에 갈래가 있는 이상 완벽한 행복은 없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 가장 행복했나? ‘엉뜨’ 되는 조수석.

특별히 많이 쓰는 단어나 표현은? ‘행~복~~~’, 작은 기쁨이 느껴지는 순간마다 연발하면 정말 급격히 행복한 기분이 든다. 이후 급피로해지는 단점 있음.

가장 두려운 건? 오해, 미로. 심지어 나는 길치.

가장 낮은 깊이의 불행은? 와인 코르크가 부서지는 것,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는 불행.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우리 집에 급방문하는 친구를 위해 <냉장고를 부탁해>식 요리하기.

당신의 가장 큰 업적은? 반려인을 만나 반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블랙 코트와 와이드 팬츠는 스포트막스(Sportmax).
가죽 소재 셔츠와 팬츠는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Michael Michael Kors).

가장 아끼는 소유물은? 정말 없음. 자연스럽게 집 안에 들어오는 물건을 주로 쓰고 언제든 불필요해지면 나누거나 버리자 주의다.

가장 큰 사치는? 30대의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머니 털어 무리해서 산 카시오 전자 피아노.

가장 공감하는 소설 주인공 혹은 역사적 인물은? 다자이 오사무 소설 <직소>의 가롯 유다. 가질 수 없는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동경해서 차라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음. 가롯 유다의 마음을 저런 방식으로 읽어낸 것이 몹시 흥미로웠고, 그 어리석고 비루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살면서 가장 사랑한 대상은? 연기. 결코 전체를 파악할 수 없어 늘 보고 싶고 안달 나는 마음.

어떤 사람을 가장 존경하나? 묵묵히, 사사롭지 않게, 할 일을 하는 사람.

가죽 소재 셔츠와 팬츠는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Michael Michael Kors).

타인에게 가장 싫은 모습은? 피해의식, 자격지심, 자기 연민.

가장 과대평가된 인간의 덕목은? 휴머니즘.

어떨 때 거짓말을 하나? 스스로 너무 별로인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을 때 거짓말을 하고, 그로 인해 더 별로인 인간이 되는 아이러니.

가장 갖고 싶은 재능은? 공간 지각 능력.

자신에 관해 한 가지 바꿀 수 있다면? 길치, 방향치–>인간 내비게이터.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 혹은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나? 돌멩이. 구르고 부딪히면서도 단단하고 무심한 매력.

그레이 재킷과 팬츠는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ippi), 슈즈는 페라가모(Ferragamo), 안경은 레이밴(Ray-Ban by EssilorLuxottica).

어디에서 가장 살고 싶나? 친구 집 근처. 친구가 우리 집을 방문하는 것과 내가 친구 집 방문하는 것 둘 다 좋아한다.

친구라면 갖춰야 할 면은? 흔쾌히 전화 받아 수다 떨기

좋아하는 예술가는? 배우 배선희, 최근에 <한쪽 발은 무덤을 딛고 나는 서 있네>라는 연극을 보고 정말 반했다. 배우가 자신의 모든 존재를 열어젖힐 때, 관객은 각자만의 신비를 만나는 것 같다.

가장 싫어하는 것? 무책임하고 무능하면서 권위적인 사람.

가장 후회하는 것?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었던 모든 선택. 이런 선택은 결국 사사롭고 깨끗하지 못한 기분과 맞닥뜨리게 한다.

어떻게 삶을 떠나고 싶나? 반려인 곁에서 평안하게. (VK)

포토그래퍼
김수진
피처 디렉터
김나랑
컨트리뷰팅 패션 에디터
송보라
스타일리스트
강이슬
헤어
권영은
메이크업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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