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뛰리에-퍼퓨머’의 진일보,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자유롭고 대담한 후각의 시각화.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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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의 감각이자 본능인 후각, 그리고 이를 자극하는 향기. 향은 코를 거쳐 뇌의 감정적인 영역에 말을 걸고, 우리는 이를 통해 감정을 인식한다. “향수는 모든 룩의 마지막 터치입니다.” 향의 기술을 진작에 간파한 크리스챤 디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노르망디 그랑빌(Granville)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무슈 디올은 어머니 마들렌이 무려 8,264㎡(2,500평)에 달하는 푸른 토지를 향기로운 정원으로 가꾸는 모습을 목도했다. 이런 찬란한 기억을 바탕으로 이주한 몽토루(Montauroux)에서는 여러 저택을 둘러싼 토지를 정성스럽게 가꿨고, 그 결과 ‘샤토 드 라 콜 누아르’를 탄생시킨다(무슈 디올의 안식처로 알려진 바로 그곳이다). 올리브나무, 포도나무, 아몬드나무와 체리나무를 비롯해 향수의 근간이 되는 메이 로즈, 재스민, 그랜디플로럼, 라벤더, 백합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꽃과 식물을 어루만지며 향기로운 나날을 보내던 그는 마침내 1947년 자신의 첫 쇼에서 ‘미스 디올’ 향수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데 이어 10년 동안 네 가지 향수를 개발하며 ‘꾸뛰리에-퍼퓨머’로서 독창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바야흐로 2025년 3월, 디올 향수에 대한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하이엔드 향수 라인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이 또다시 혁신을 예고한다. 2004년 처음 출시된 이래 새로운 용량과 라벨, 보틀 디자인, 꾸뛰르 캡으로 재탄생한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오 드 퍼퓸’은 미니멀한 실린더 형태의 라인과 투명한 유리,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블랙 캡에 절제된 미학을 반영했다. 옷감을 만지듯 보드라운 텍스처의 화이트 라벨부터 하단에 세심하게 새겨진 CD 로고까지, 관전 포인트는 섬세한 디테일이다.
결코 뻔하지 않은 꾸뛰르 향수를 좀 더 내밀하게 즐기는 방법으로 향수 컬렉션과 함께 첫선을 선보이는 ‘라 콜렉시옹 프리베 꾸뛰르 캡’을 제안한다. 1947년 크리스챤 디올이 디자인한 모티브의 투왈 드 주이부터 첫 번째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장식한 하운즈투스, 레오파드, 까나쥬, 디올 오블리크, 플랑 드 파리 패턴까지. 디올 하우스의 대표적인 코드를 입은 15가지 디자인의 캡으로 선택지는 이토록 다채롭다. 오 드 퍼퓸 100ml와 200ml, 두 가지 용량의 보틀 및 에스프리 드 퍼퓸 80ml 보틀과 호환되는 꾸뛰르 캡은 향과 향수의 컬러에 구애받지 않고 혼용할 수 있어 ‘향꾸’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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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디올 하우스의 퍼퓸 부문 수장으로 임명된 퍼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시스 커정은 “유산을 존중하고 무모한 도전을 즐기라”는 크리스챤 디올 정신에 부합하듯 풍부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창조한 새로운 향을 공개한다. 강렬한 느낌의 시더우드 노트와 화려하면서도 포근한 바닐라 노트가 섬세한 조화를 이루는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브아 탈리스망 오 드 퍼퓸’이 그 주인공. “브아 탈리스망은 설탕을 시작으로 풍성한 바닐라의 다채로운 측면을 모두 담은 마법 같은 매력의 향수입니다.”
뜬금없이 웬 설탕이냐고? 알고 보면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브아 탈리스망 오 드 퍼퓸’은 디올과 커정의 놀라운 공통점에서 출발한다. 때는 1955년 11월 7일, CBS 방송국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는 크리스챤 디올이 주머니에 늘 지니고 다닌다는 행운의 상징을 하나씩 꺼내는 장면이 나온다. 무슈 디올은 행운의 상징으로 네 잎 클로버와 은방울꽃, 골드 메달과 작은 나뭇조각을 지니곤 했다. “행운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나뭇조각을 하루에도 여러 번 쓰다듬죠.” 이 희귀한 영상을 발견한 프란시스 커정은 위대한 꾸뛰르 디자이너이자 롤모델이었던 무슈 디올처럼 자신 역시 평소에 늘 행운을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게도 행복의 상징이 있기에 더 깊이 공감했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거나, 회의를 할 때면 재킷 안쪽에 작은 각설탕을 넣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불운을 피하기 위한 유쾌한 의식에 가깝죠.”
여느 조향사가 그렇듯 나무와 각설탕이라는 예기치 못한 만남에서 커정은 다양한 영감을 떠올렸다. 설탕의 풍부한 매력은 강렬한 바닐라 향으로, 나뭇조각은 시더우드 어코드로 구현하고자 했다. “나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크리스챤 디올이 스케치할 때 사용하던 연필 소재를 생각했어요. 결론은 시더우드였죠. 다음으로는 다양한 추출 공정을 통해 가장 부드러운 톤부터 강렬한 향에 이르기까지 바닐라의 다양한 매력을 끌어내 시더우드와 결합했습니다.” 커정은 알코올에 바닐라를 우려내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달콤함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채우는 향을 창조했다. 이어 현대적인 이산화탄소 추출법을 활용해 바닐라의 짙고 풍부한 매력을 이끌며, 관능적이고 부드러운 반전 매력의 레더 어코드를 한층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합성 요소인 바닐린!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진정한 바닐라’ 향이라고 인식하는 이 성분은 베이커리의 달콤한 내음이 떠오르는 편안한 구르망 노트를 선사하는 원료죠.”
무형의 향으로는 물론이고 오브제로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을 더없이 특별하게 만드는 ‘히든 젬’은 따로 있다. 오직 이를 위해 제작되는 작은 꾸뛰르 트렁크다. 오블리크, 까나쥬, 투왈 드 주이 등 아이코닉한 코드를 매개로 패브릭 커팅부터 박음질, 패턴 조정, 가죽 밴드 조립, 메탈릭 모서리 부품 조립 등 섬세한 14가지 공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100ml와 200ml 보틀 용량에 맞춘 긴 원통형 케이스부터 80ml와 100ml 두 가지를 각각 3개씩 넣을 수 있는 트렁크 케이스, 200ml 보틀 사이즈를 위한 독특한 세로 형태의 미니 트렁크 케이스, 핸들에서 지퍼에 이르기까지. 디올 하우스의 정수를 담은 트렁크 3종에선 오랜 기간 긴밀하게 이어져온 크리스챤 디올과 향수의 깊은 유대가 느껴진다. (VK)
- 뷰티 디렉터
- 이주현
- 글
- 우주연
- 사진
- COURTESY OF CHRISTIAN DIOR PARF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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