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밀라노 패션 위크 DAY 1
2025 가을/겨울 패션 위크가 어느새 절반을 지나왔습니다. 차가운 현실을 딛고 저마다 정체성을 탐색한 뉴욕과 런던을 지나 세 번째 도시 밀라노에 당도했죠.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 클래식과 모던 등 상반된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 도시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꺼내 보일까요? 첫날을 장식한 쇼는 사람의 힘을 깨닫게 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없이 하우스의 저력을 보여준 구찌 스튜디오 팀, 알베르타 페레티의 응원 아래 근사한 데뷔 쇼를 선보인 로렌조 세라피니, 30주년을 맞아 멋진 파티를 기획한 디스퀘어드2의 딘과 댄 케이튼까지! 흘러내리는 주름 하나도 그냥은 없었을 매끄러운 런웨이 풍경 뒤에는 수많은 이들의 열정과 시간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지요. 따끈한 체온이 느껴진 밀라노 패션 위크 1일 차, 오늘의 쇼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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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gucci)
사바토 데 사르노가 떠났습니다.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은 구찌 스튜디오 팀이 주도했죠. 데 사르노가 합류하기 전 선보인 2023 가을/겨울 시즌 이후 약 2년 만입니다. 쇼는 구찌 종합 선물 세트였습니다. 인터로킹 G 로고를 형상화한 무대 위에 하우스가 쌓아온 다양한 유산을 꼼꼼히 배치했죠. 1960년대 브랜드의 상징이던 젯셋 스타일부터 미켈레의 구찌를 대표하는 슬라이드 로퍼, 톰 포드의 1990년대식 화려함이 돋보이는 벨벳 캣수트, 데 사르노가 떠오르는 연둣빛 슬립 스커트와 노란색 피코트까지, 구찌가 지나온 모든 시대가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감미로운 선율을 타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이런 요소는 제쳐두고 옷만 봐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스튜디오 팀이 그린 구찌 우먼은 레이스 캐미솔에 인조 모피 코트를 걸치고, 볼캡 위에 스카프를 두르고, 스트랩을 팔찌처럼 손목에 칭칭 두른 채 핸드백을 손에 드는, 괴짜 부르주아였죠. 반면 남성복은 테일러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슬림한 더블 브레스트 수트, 종잇장처럼 얇은 터틀넥과 싱글 브레스트 수트, 애니멀 프린트나 트위드 소재를 활용한 코트 등 격식을 차린 모습으로요. 홀스빗 백 70주년을 기념하며 내놓은 다양한 버전의 홀스빗 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쇼가 끝난 후 구찌 스튜디오 팀은 나란히 구찌 스웨트셔츠를 맞춰 입고 무대에 올라 인사를 전했습니다. 디자인이란 많은 사람의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임을 일깨우는, 강렬한 그림이었죠. 구찌의 유산은 지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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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타 페레티(@albertaferretti)
로렌조 세라피니의 데뷔 쇼였습니다. 프런트 로에는 알베르타 페레티가 1981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한 브랜드의 새출발을 보기 위해 앉아 있었죠. 쇼 노트에는 “큰 꿈이 큰 사람을 만든다. 작은 꿈은 그저 욕망일 뿐이다. 적어도 꿈에 한해서는 ‘과장’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생전 페레티의 오랜 친구이자 이탈리아 <보그>의 편집장, 그리고 페레티와 함께 이번 컬렉션의 영적인 뮤즈나 다름없는 프랑카 소짜니가 한 말이 적혀 있었죠. 세라피니의 벅찬 마음과 포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세라피니는 아카이브를 직접적으로 참고하거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의 유산은 존중하되 자신만의 방식으로 로맨스와 낭만,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죠. ‘프로그레시브 로맨틱스(Progressive Romantics)’라는 제목처럼요. 컬렉션은 순수함과 관능미를 동시에 느끼게 했고, 가뿐하면서도 아늑했습니다. 희붐한 드레스를 감싼 캐시미어 코트, 사뿐히 늘어진 트레인과 살랑이는 주름! 부드러운 실루엣이 쇼장을 유유히 배회했습니다. 단추를 비롯한 액세서리의 알록달록한 빛깔, 재킷의 비즈 장식 같은 미묘하지만 선명한 디테일은 개성적이고, 인간적이었습니다. 알베르타 페레티의 미학을 등에 업고 (현대 패션에서 그리 인기 있는 주제는 아닌) 낭만주의를 현대적으로 탐구한 세라피니! 두 번째 데이트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로맨틱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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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퀘어드2(@dsquared2)
디스퀘어드2가 어느덧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딘과 댄, 케이튼 쌍둥이는 기억에 남을 만한 쇼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죠. 말리아노, 바퀘라, 베터(Bettter), 두카티, 키스가 협업하며 힘을 보탰고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Obsessed2’라는 제목 아래 펼쳐진 쇼는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파티 그 자체였죠.
영화 세트장을 닮은 쇼장, 도이치의 오프닝 공연이 분위기를 한껏 달궜습니다. 이내 런웨이 앞에 도착한 픽업트럭에서 데님 쇼츠를 입은 모델이 돈을 던지며 튀어나왔죠. 클럽 파티에 가는 듯 신나는 발걸음과 함께요. 뒤이어 빈티지 리무진, 옐로 택시, 순찰차가 차례로 도착했습니다. 퍼레이드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쇼걸과 카우보이, 경찰과 모델, 래퍼 등 다양한 캐릭터가 디스퀘어드2만의 에로틱하고 도발적인 의상을 입고 모두를 유혹했죠. 지금껏 브랜드가 다뤄온 ‘거침없는 섹시함’의 총집합이었습니다. 가죽 보디수트를 입고 사자 머리를 흩날리며 등장한 나오미 캠벨의 모습은 이 쇼의 정수였고요. 피날레에 이르자 경찰 복장을 한 브리짓 닐슨이 멋지게 차려입은 디자이너 쌍둥이를 체포했습니다. 쇼의 끝이자 애프터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완벽한 퍼포먼스였죠. 30년 동안 규칙과 타협, 경계와 한계 없이 달려온 디스퀘어드2다운 마무리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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