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밀라노 패션 위크 DAY 5~6
역시, 밀라노는 밀라노입니다. 길거리까지 런웨이로 만든 도메니코와 스테파노 덕분에 밀라노가 패션의 도시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죠. 잘 만든 가방 두 개를 척척 허리에 매단 페라가모는 또 어떻고요?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처럼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옷에 위트를 더한 발리까지, 밀라노 패션 위크의 마지막은 옷의 장인들이 빼곡히 채웠습니다.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밀라노 시내까지 돌체앤가바나의 쇼장이 되었습니다. 모델들은 극장 안의 런웨이를 걸어 거리로 나갔고, 셀럽들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과 주민들이 환호를 지르며 런웨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셀럽들과 패션계 인사들만의 장이던 컬렉션이 밀라노라는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느낀 순간이었죠. 돌체앤가바나는 이번 시즌 컨셉을 ‘멋진 여자’로 잡았습니다. 도메니코와 스테파노는 자신들이 잘 아는 비토리아 체레티, 이리나 샤크, 모나 투가드 같은 모델들의 평소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빈티지 티셔츠, 레이스 캐미솔, 카고 청바지, 바이커 부츠, 그 위에 디자이너 코트를 걸친 모델들이 그려졌죠. 실제로 런웨이에는 군용 코트, 데님 재킷, 가죽 봄버를 입은 모델들이 줄줄이 걸어 나왔습니다. 2000년대 돌체앤가바나였죠. 1월 진행된 파파라치 테마의 남성복 쇼처럼 여성복 컬렉션도 낮과 밤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쇼가 4분의 3 정도 진행되자 조명이 어두워졌고, 쇼가 다시 시작되었을 때 모델들은 편안하고 느슨하던 옷을 벗고 슬립 차림에 부츠 대신 힐을 신고 있었죠. ‘우린 뭐든 다 가능해’라는 태도로요! 멋진 여자들을 보러 가시죠.








페라가모(@ferragamo)
드리스 반 노튼, 시몬 로샤, 루도빅 드 생 세르냉 등 여러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 안무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이번엔 맥시밀리언 데이비스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번 쇼는 지난 시즌 발레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퍼포먼스의 후속작이었죠. 데이비스는 “그녀의 많은 참고 자료가 1920년대에서 나왔기 때문에” 당시 유행하던 초현실적 무드를 컬렉션에 부드럽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하우스의 인기 제품인 커다란 허그(Hug) 백 두 개를 재킷과 드레스에 붙여 비현실적인 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엉뚱해 보이지만 우스꽝스럽지 않은 건 바늘 한 땀 허투루 하지 않는 페라가모의 장인 정신이 반영되어서일까요? 데이비스는 바우쉬가 그 실용적인 의도에 미소를 지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확실한 건 양손이 가볍다는 거죠.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armani)
기차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내려보니 1800년대 후반 어느 유럽의 호화로운 기차역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렘 스타일의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앞부분은 드레이핑 디테일로 장식했고, 발목은 느슨하게 풀어 헤친 채였습니다. 덕분에 알라딘 바지 같진 않았죠. 머리에 얹힌 작은 모자만 아니었다면요. 중동의 향기가 짙게 나는 아르마니역은 온통 흙빛의 그레이지 컬러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슈즈는 플랫과 부티 또는 샌들로 어느 것 하나 몸을 괴롭히는 것이 없었죠. 얇고 반짝이는 베일로 덮인 이브닝 웨어까지도요. 아름다운 마음으로 지은 황홀한 룩을 꿈꾸듯 지켜보았습니다. 기차역에 아르마니의 2025 가을/겨울 룩을 입은 여성만 가득하다고 상상해보세요! 거장은 우리에게 고급스럽고도 편안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말합니다.









발리(@bally)
시모네 벨로티는 쇼의 제목을 ‘Leistung Aufführung’이라 지었습니다. 독일어로 두 단어 모두 공연을 뜻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Leistung’는 업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고대 독일어에서는 ‘의무를 다하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Aufführung’은 무대 위 자기표현의 한 형태로 순수한 공연을 뜻하죠.
이는 벨로티의 작업에 내재된 자유와 구속, 본능과 통제의 부조화를 암시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예술을 할 것인가, 보는 것이 전부인 예술을 할 것인가는 오로지 작가만 결정할 수 있죠. 이런 벨로티의 접근 방식이 매력적인 이유는 부드러운 부조화 때문입니다. 정형화된 코트와 검은색 가죽 드레스나 딱딱한 크리놀린 뒤에 삐쭉 솟은 털을 넣은 것이 그렇죠. 보는 이들에게 그 털은 꽤 감각적으로 보이고요. 의도가 중요한 걸까요,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걸까요? 벨로티는 “규율을 따르기를 원하지만, 일상성을 깨뜨리면서 해방감을 느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모순 속에서 그가 어떤 길을 찾아냈는지 스크롤을 내려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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