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 DAY 7
7일 차는 새로운 시도로 가득했습니다. 발렌티노는 공중화장실로 초대했으며, 듀란은 자신의 주특기를 내려놓고 새로운 라텍스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죠. 뎀나는 반대로 엉뚱함은 내려놓고 오히려 차분해진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코페르니는 PC 통신 초창기 게이머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습니다. 또 다른 세상으로 한번 가볼까요?

발렌티노(@maisonvalentino)
발렌티노 공중화장실에서 모델들이 나오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인 화장실은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만들었습니다.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는 모델의 뒷모습이나 닫힌 화장실 문 안으로 보이는 맨다리가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게 했죠.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쇼 노트를 통해 ‘디스토피아적이고 불안한 린치적 공간’이라 표현했습니다. 친밀하면서도 아늑한 공간을 통해 인스타그램에 더 다가가겠다는 발상이었는지도 모르고요.
옷의 측면에서 보자면, 미켈레는 브랜드의 유산을 업데이트하는 과제에 집중했다고 밝혔습니다. 좀 더 친숙한 현실을 바탕으로 느슨한 트위드 팬츠나 브이넥 스웨터, 인조 모피 재킷 등을 만들어냈죠. 뷔스티에 톱과 하이 웨스트 청바지는 1970년대를 떠올리게 했지만요. 모든 팬츠의 밑단은 풀어졌고, 모델들은 니트 머리띠에 발라클라바로 머리를 뒤로 넘겼습니다. 폭발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확실히 이번 컬렉션에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듀란 랜팅크(@duranlantinkyo)
듀란에게서 도전적이고도 새로운 아름다움이 흘러나왔습니다. 봉긋한 엉덩이, 목 위로 올려 디자인한 어깨선의 극단적 실루엣이 한층 정형화되면서 ‘자유’를 향한 메시지가 더욱 잘 전달되었습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건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일이니, 규칙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허리를 떠다니는 치마, 그래픽처럼 튀어나온 바지, 그의 런웨이에서 삭제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엉덩이’를 없앤 청바지도 등장했죠.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며 듀란은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동물 무늬와 위장술로 점철된 시끄러운 무늬들은 바버 재킷과 패딩으로 변화하며 놀랍게도 입을 수 있을 법한 옷이 되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두고 할 말이 많겠지만, 결국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은 도발적인 첫 번째와 마지막 룩일 겁니다. 근육질 모양의 라텍스 톱을 입은 여자 모델, 여자의 몸을 본뜬 라텍스 톱을 입은 남자 모델이 오프닝과 피날레를 담당하며 화젯거리를 던져주었죠. 우리를 언쟁하게 만든 쇼가 최근 있었나요? 우리는 보이는 것과 입는 것, 틀에 갇힌 자유와 억압에서 해방되고 싶습니다.






발렌시아가(@balenciaga)
‘뎀나 2.0(Demna 2.0)’이 시작됐습니다. 뎀나는 “제게 꿈을 주는 건 제가 입을 수 있는 완벽한 정장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패션 언어로만 이해할 수 있는 엉뚱함을 내려놓고 과도한 퍼포먼스도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10여 년 전 베트멍에서처럼 어깨부터 눈에 띄게 좁아지는 멋진 맞춤형 코트, 거대한 바지와 괴물 같은 운동화 대신 섹시한 펜슬 스커트에 투명한 검정 스타킹, 하이힐 펌프스를 더했고, 남성용으로는 이상하게 조각된 검은색 가죽 신발을 매치했습니다. 확실히 이전보다 더 성숙한 시장을 겨냥한 세련된 디자인이었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제품으로는 올림픽 메달로 장식한 푸마 콜라보레이션 스키니 트랙수트 제품들이 눈에 띄었죠. 물론 뎀나가 이전처럼 정치, 사회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신 그는 백스테이지 복도를 검은색 커튼으로 두른 미로처럼 만들었죠. 미로를 빠져나온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을 때 종착점은 ‘옷’ 그 자체로 귀결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좋은 옷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가 가야 할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처럼요.






코페르니(@coperni)
아르노 바양, 세바스티앙 메예르는 우리를 PC 통신 초창기로 이끌었습니다. 메예르는 “괴짜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인간성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초창기, 게이머들이 모여 배틀을 하던 때의 모습을 구현한 겁니다. 그 시절 침낭은 드레스가 되었고, 허벅지의 홀스터는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영감받은 세일러 베스트도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주문형 디지털 인쇄 기술을 사용해 태피스트리 프린트를 구현했으며, 코페르니 에디션의 레이밴 메타 스마트 안경도 선보였죠. 기술 문명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건 코페르니를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며, 이번에 선보인 괴짜의 세련미는 매우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었습니다.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