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해서웨이의 운동화에 자꾸만 눈이 가는 이유
앤 해서웨이가 스니커즈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셀럽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공식 석상 패션으로 더 유명하죠. 그래서일까요? 지난 10일, 영화 <베리티(Verity)> 세트장에 나타난 그녀의 스니커즈 룩이 어느 때보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분홍색 트랙 수트와 위에 걸친 블레이저, 앤의 모습에서 달콤한 봄 내음이 풍겨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무리까지 완벽했어요. 트랙 수트와 똑같은 색의 스니커즈를 신었거든요. 지금 트렌드와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죠. 정체는 2018년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협업으로 탄생한 에어맥스 97 엘리멘탈 로즈 세레나 퀸이었습니다.
좀처럼 시선을 거두지 못한 진짜 이유는 스니커즈의 생김새 때문입니다. 두툼한 밑창과 큼직한 덩치를 보세요. 날렵한 것도 모자라 밑창까지 얇은 스니커즈가 부상한 올해 흐름과 정반대되는 선택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해 노선을 튼 이가 앤 해서웨이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니퍼 로렌스는 아빠 신발의 대표 격인 뉴발란스 1906R을 신고 더 로우 매장으로 향했고, 티모시 샬라메는 나이키 에어 모어 업템포로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벨라 하디드는 목이 긴 양말에 단단한 코치 운동화를 매치했고요. 단화처럼 견고한 형태를 지닌 오트리 스니커즈는 케이티 홈즈의 오랜 친구입니다.
‘아빠 신발’, ‘어글리 스니커즈’가 절로 떠오르는 뭉툭한 실루엣이 대부분이었지만 2년 전 풍경과는 달랐습니다. 못생기고 투박한 형태를 포인트로 내세우지 않았거든요. 대신 옷차림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스타일링을 선보였죠.

청기 백기 게임처럼 이제 날렵한 스니커즈는 끝이고 청키 스니커즈의 시대가 다시 열린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날마다 가속이 붙는 트렌드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신고 싶은 걸 신겠다는 메시지로 읽히죠. 신발장에 묵혀둔 청키 스니커즈를 한번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이러니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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