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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포크 노래의 강아솔

2025.03.19

최우수 포크 노래의 강아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에 선정된 강아솔.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간다.

제주도 홍보대사, 인디 음악 최고의 재담꾼, 멜론 ‘트랙제로’ 진행자, 포크 음악가.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그의 존재감은 음악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앨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는 무려 2023년 12월 1일에 나온 앨범이고, 수록곡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역시 마찬가지다. 1년 동안 사랑받고 마침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한 그와의 만남은 진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수상 소감이 궁금합니다.

시상대에 올라갈 때까지는 기쁘고 신기하다가 수상 소감을 말할 때는 동료들, 회사 식구들, 관계자분들뿐 아니라 유튜브로도 많은 분이 앞에서 보고 계셨잖아요. 갑자기 그 장면이 눈앞에 확 펼쳐지니까 벅차오르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사실 울 줄 몰랐어요. 앨범을 만들 때 많이 힘든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었기에, 그때의 마음도 같이 떠오르고, 그렇게 그 시간을 통과하니 이렇게 기쁜 일이 또 있고… 여러 기쁜 감정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기뻐서 통제되지 않는 눈물은 처음이었죠.

앨범 발매 자체도 힘들었다니, 그래서 수상이 더 의미 있었겠군요.

사실 꽤 오래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음악을 하는 자신에게 ‘음악 지금 잘하고 있고, 활동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죠. 앨범을 준비할 때도 ‘지금 잘하고 있나’ 의심하는 시간도 많았고, 음악과 내 직업에 대해 그런 생각도 있었고… 믿었던 가치와 신념이 많이 흔들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무너지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것을 담았기에 이 앨범은 힘든 시간이 제일 많이 떠올랐고, 그래서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힘든 시간과 대비되는 큰 기쁨을 느꼈으니까.

와우산레코드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고 한 기억이 나요. 지금의 레이블이 큰 힘이 되었나요?

첫 회사를 나온 후 개인적으로 일을 도와주는 분을 찾고 있었어요. 근데 그분이 다른 회사에 있으면서 제 일을 봐주는 형태였기 때문에 지금의 레이블과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죠.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냈고, 감당하기 힘들어졌을 때 옥상달빛으로 활동하신 김윤주 대표님이 레이블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소속 가수의 음반도 잘 듣고 있어서 함께하려고 했죠. 김윤주라는 사람을 알기 때문에 그분이 만들 공동체가 얼마나 좋고 재미있을지 예상되니까 거기에 있고 싶었어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힘을 받았어요. 누군가를 위한 기도는 반드시 그 사람을 위해 쓰인다고 여기기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 거죠. 회사의 도움, 응원, 기대가 저의 좋은 일에 당연히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음악가가 근사한 직업이지만, 그런 근사한 일을 하는 제가 멋지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니 그저 고마워요. 좋아합니다, 우리 회사.

2014년과 2019년에는 후보였고 이번에 수상했죠. 그때와 이번에 후보로 올랐을 때 기분이 달랐을 것 같아요.

신기했어요. 경력이 점점 쌓인 거잖아요? 10년이 넘어가니 의미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져요. 시간이 흐를수록 이 직업이 가진 것을 더 의심하게 되거든요. 더 방황하고 헤매고. 잘하고 있는 건지 더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헤매요. 작업을 오래 하면 할수록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도 후보에 오르면 잘 가고 있구나 느꼈지만, 그 무게가 지금은 훨씬 더 커서 많은 힘이 됩니다.

이 앨범은 언제부터 구상하고 준비했나요?

<충무에서>보다 훨씬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어요. 늘 뭔가를 할 때 다른 게 하고 싶어지잖아요?(웃음) 앨범을 구상하고, 이런 마음을 노래해야겠다 싶은 건 3집 앨범 거의 마무리될 즈음부터였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때부터 앨범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고, 그 안에 들어가서 지내는 시간이었다 보니까 꽤 오래된 거죠. 구체적인 스케치나 노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명확한 감정은 있었어요. 그 감정을 적확한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음악으로 풀어내야겠다, 그걸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는데 너무 오래 걸렸군요.

앨범이 나온 지 꽤 지난 뒤에 수상했죠. 그 시기에 나온 앨범인데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효하게 들리면서 힘이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사실 예상한 적도 없고,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후보에 해당되는지도 몰랐어요(한국대중음악상은 통상적으로 전년 12월 1일부터 그해 11월 30일까지 발매작을 기준으로 한다). 이왕 낼 거면 후보 기한에 맞춰서 발매하는 편인데 잘 몰랐고, 그걸 나중에 알고 나서 ‘그러면 이 앨범이 진짜 옛날 앨범이 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불리할 수도 있잖아요? 생각도 안 했는데 되게 놀라고 신기했어요.

처음부터 포크 음악을 하고 싶었나요?

그러진 않았어요. 이런 음악이 저에게서 나올 줄도 몰랐어요. 작곡가 지망생이었고, 싱어송라이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거든요. 실은 R&B, 소울 만드는 작곡가가 되고 싶었죠. 대중가요 차트에 드는, 비트 있는 음악을 만들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만들어보니 이런 멜로디와 정서의 음악이 나온 거죠. 물론 제 귀에 좋았으니까 발표했겠죠. 그때만 해도 포크 음악으로 제가 명명되고 분류될지 몰랐어요. 오히려 앨범을 내고 데뷔한 후부터 포크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얼마나 멋진 음악인지 알았어요.

오히려 활동하면서 포크 음악과 음악가들에게 애정이 더 생겼군요.

네. 제가 하는 음악에 자부심도 느꼈고요.

늘 멜론 ‘트랙제로’ 오디오 콘텐츠를 할 때마다 다른 장르를 욕심내잖아요. 처음에는 농담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진심인 걸 알았어요.

‘하면 좋겠다’ 같은 거죠. 작곡가로서 저런 음악을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요. 지금 하고 있는 포크라는 음악은 제게 가장 잘 어울리고, 제가 가장 잘 소리 내고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이기에 애정이 가죠. 만약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을 거예요. 작곡가 지망생이었고, 멜론 ‘트랙제로’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어요. 그 전에는 지금보다는 편협하고 편중되게 듣다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만나고 듣다 보니 진짜 멋진 음악이 많다는 걸 알았고, 그런 음악을 하는 이들이 부러웠죠.

그런 의미에서 권영찬 음악가와의 작업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늘 고마운 사람입니다. 프로듀서, 작곡가나 편곡가로서 본인의 음악도 그렇고 음악을 좋아하면서 많이 알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아이디어도 넘쳐요. 거기에 전진희 씨까지… 전진희 씨, 권영찬 씨 등 이 앨범에 큰 영향과 도움을 주신 분들과 작업하면서 재미있었어요. 뭘 더 하면 음악이 더 잘 전달될지 아는 분들이라 도움을 많이 받았고, 좋아하는 음악가이자 친구들이죠. 이런 동료들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마워요.

전진희 음악가는 본인 앨범만큼 애정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어요.

진희 씨가 저에겐 친구고, 제 음악을 좋아하고 아껴줘요. 이번 앨범 만들 때도 욕심을 많이 내서 저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연주, 편곡, 디렉팅 등 여러 가지를 했고, 진희 씨가 끝까지 이끌어줬죠. 저도 전진희 씨 음악을 늘 자랑스럽게 얘기하거든요. 애정하는 친구를 넘어 동료 음악가로서도 좋아하고, 늘 감사합니다.

앨범에서 정말 중요한 구성 중 하나가 가사잖아요. 가장 고민한 부분은?

퇴고를 많이 해서 가사 쓰는 게 오래 걸려요. 처음에 쓰면 힘이 많이 들어가고, 다음 날 일어나면 과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또 다음 날이 되면 감상이 바뀌고… 진짜 이 마음이 맞나? 멋있어 보이려고 뭔가를 꾸미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계속하느라 퇴고가 오래 걸려요. 제일 중요시하는 건 이걸 누구 앞에서 불렀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없어야 해요. 그리고 이게 진짜 내 마음인, 진심인지 많이 돌아봐요. 시간을 많이 들이고, 마음 들여 애를 쓰고 노력하면 좋게 나올 수밖에 없죠. 들이는 시간에 비례하는 것도 분명히 있고요. 훌륭한 글을 처음부터 써내지 못하는 편이라 그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덜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퇴고를 많이 하죠.

그런 작업도, 이런 결과를 만드는 것도 결코 아무나 못하는걸요.

맨날 하진 않는데, 괴로운 시간이에요. ‘생각해야지!’ 해야 생각하는 사람이라 늘 생각이 꺼져 있어요. 굉장히 단순한데, 음악 할 때만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런 시간이 훈련되지 않은 거죠. 본능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음악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하다 보니 그나마 근육이 붙어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실제로는 단순하고, 운동 좋아하고.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힘들지 않을까요?

너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니까 음악만 안 했으면 참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심지어 제 장르는 이야기 전달이 중요하다 보니 그 시간으로 들어가기가 힘겹지만, 어려워도 해내야죠.

특히 이 앨범에서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을 이야기해요.

비유하자면 편지를 쓸 때 썼다 버리고 고쳤다 버리는 시간이 존재하는 게, 정말 진심을 쓸 때 그렇게 되잖아요. 제게 가사가 그래요. 진심을 말하고 싶으니까 더 머뭇거리게 되고, 정확한 표현을 더 찾아보려고 하고, 내 감정이 상하지 않고 온전히 그 사람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과 닮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가사는 은유도 거의 없고, 화자를 내세워서 저를 투영시키지도 않고, 겪은 것들을 쓰는, 그냥 저거든요.

스트링 편곡도 들어가는 큰 규모였죠. 이런 작업을 해보니 어땠나요?

행복했습니다. 혼자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했어요. 많은 이의 도움과 조언 등이 모여야만 할 수 있는 녹음인데 이게 무사히, 멋지게 나와서 행복하죠. 음악을 10여 년 하고 앨범도 많이 냈지만 이것이 실현됐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합니다.

앨범과 동명의 책을 같이 출판했죠.

앨범이 발매될 때 여섯 분의 작가와 평론가 한 분의 글을 모아 픽션들이라는 출판사에서 앤솔러지가 나왔습니다. 기획한 계기는 언제부턴가 음반을 낼 때 라이너 노트를 좋아하는 작가님께 부탁드려서 글을 받았는데, 그게 선물 같고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정규 앨범이니까 몇 분에게 받아볼까 하다가 이아립 씨가 책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서 출판하게 되었죠. 제가 한 분 한 분 직접 청탁했습니다. 근데 청탁할 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문장 한 줄 드리고, 스케치 음원을 드렸어요. 그렇게만 드리고 자유롭게 에세이 한 편을 부탁드린 거죠. 음악을 위한 글이 아니라 음악과 나란히 가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독립된 작품으로 존재하게 됐고요. 앨범을 텍스트로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경험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사실 1순위는 제가 갖고 싶어서…(웃음) 작가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튼 같이 작업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소망도 있었지만, 들어주시는 분들께 재미있는 경험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책을 만들었어요.

끝으로 제주도 홍보대사로서 행보가 궁금합니다.(웃음)

제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제 음악이 사실 닮았다고 여기고요. 없을 수가 없죠. 20년 정도 시간을 보냈고, 대학 진학하면서 서울에 왔으니까. 그 후에도 몇 년을 살았으니까. 그 모든 것이 제 음악에 많이 녹아 있기에 아주 고마운 고향이죠. 많은 분이 제주를 좋아해주시잖아요. 그럴 때마다 기뻐요. 그래서 누가 휴가 간다고 하면 제주 한번 가보시라고 유도하고…(웃음)

이번 시상식에서 포크 부문 시상자, 수상자분들이 다 제주 분들이더라고요.

모허도, 여유와 설빈도… 뭔가 확실히 있지 않을까요? 그게 신기했어요. 장필순 님, 조동익 선생님도 제주 계시고… 제주 출신이라서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준비하는 것들 중에 공개할 만한 게 있나요?

시상까지 했으니 좀 더 힘을 받아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나씩 또 꺼내지 않을까 싶어요. 회사에서도 많이 서포트해주시고, 기대해주셔서 올해는 개인적으로 작업한 음악을 발매하고 싶고요. ‘트랙제로’와 또 새롭게 하려는 라디오가 하나 더 있어요. 회사에서 라디오 채널을 만들었거든요. 음악가가 아니라 작가님들 모시고 인터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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