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는 것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얇고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볼 때? 뺨에 닿는 바람의 온기가 딱 기분 좋게 적당할 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꽃’이 피는 것만큼 확실하게 봄을 알리는 신호는 없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벚꽃은 봄의 정점에 있는 꽃이죠. 몇 주 후면 전국 곳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릴 테고요.

부드러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보낸 시간은 잊지 못할 봄의 추억으로 남죠.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더라도, 혼자 벚꽃 길을 거닐며 봄기운에 흠뻑 젖어든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벚나무 길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힐링되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요?

한국과 더불어 벚꽃이 대표적인 봄꽃인 일본에서는 벚꽃 놀이 문화를 가리켜 ‘하나미’라고 부릅니다. 이탈리아 <보그>는 이 ‘하나미’를 굉장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더군요.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각종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의식으로 말이죠. 매년 봄, 벚꽃 놀이를 통해 힐링을 경험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백분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 거예요.

이탈리아 <보그>가 말하듯, 소셜 미디어가 온갖 피곤한 소식을 매일같이 물어다 주는 현대사회에서는 의식으로서의 하나미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벚꽃은 매일 피지 않고, 벚꽃이 만개해도 바쁜 일과에 떠밀려 여유를 누릴 수 없는 사람도 있죠. 벚꽃 없이 일상에서 하나미를 실천할 방법은 없을까요?

네덜란드의 뷰티 및 프레이그런스 브랜드 리추얼(Rituals)의 교육 담당자 제니퍼 두빌(Jennifer Douville)은 벚꽃 없이 하나미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깊이 고민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매일을 새로운 시작으로 여기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해요.” 두빌의 말입니다. 리추얼은 최근 하나미의 의미를 담아, 하루 중 언제든지 평온하고 고요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사쿠라 의식(The Ritual of Sakura)’이라는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대부분은 긴 휴가를 떠나야 휴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휴식은 작은 습관을 통해 매일 실천할 수 있어요. 향기나 촉감, 시각적 요소 등 감각을 활용한 작은 행동이 정서적 균형을 가져다줄 수 있죠.”

두빌은 정서적 균형이 내면의 평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서적 균형을 유지하면,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갖게 되는 셈이에요. 감정이나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은 채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해야 할 일과 생각을 정돈할 수 있게 되니까요.” 이를 위해 두빌은 ‘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각자의 집에서 시작돼요.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안전하게 진정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집을 더욱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면에서 집은 우리에게 ‘제2의 피부’나 마찬가지예요. 집이 편안해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까요.”

집에서 하나미를 즐길 수 있는 3가지 방법

#1 기분 좋은 텍스처의 핸드 워시로 손 씻기

손 씻기는 매우 간단한 일입니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5회 이상 손을 씻는다고 해요.” 두빌은 우리가 자주, 무의식적으로 하는 이 행위에 하나미의 철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호하는 텍스처와 향기의 핸드 워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말이죠. “감각을 자극하며, 피부를 가꾸고, 무의식적으로 웰빙까지 챙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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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향초에 붙인 불꽃 바라보기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는 것은 명상 수련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통제력과 집중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수업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요가 강사들도 있죠. 두빌 역시 하나미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식으로 이를 추천했습니다. 다만, 일반 양초 대신 좋아하는 향을 뿜는 향초를 사용할 것을 권했죠. “불꽃을 쳐다보고 있으면 정신적 소음을 잠재울 수 있어요. 또 공간에 천천히 퍼지는 향은 뇌에 긴장을 풀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을 하죠. 그런 만큼 촛불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안성맞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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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벚꽃 향의 보디 워시로 샤워하기

하나미와 벚꽃의 관계는 그저 갖다 붙인 것이 아닙니다. 벚꽃 향기에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샤워 역시 손을 씻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행위죠. 샤워에 벚꽃 향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하나미의 철학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간과하지만, 후각은 매우 강력한 감각이에요. 벚꽃 향은 휴식을 취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고요.” 두빌의 말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스스로를 돌보는 웰빙 시간으로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죠.” 그녀의 말대로, 달콤한 벚꽃 향을 머금은 풍성한 거품을 씻어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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