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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반응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드리스 반 노튼의 줄리앙 클라우스너

2025.03.21

“어떤 반응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드리스 반 노튼의 줄리앙 클라우스너

드리스 반 노튼의 줄리앙 클라우스너가 훌륭한 후임자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법.

줄리앙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r)가 드리스 반 노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 무대를 앞두고 있다. 33세의 벨기에 디자이너는 2018년부터 이 브랜드의 여성복 컬렉션을 창립자와 함께 작업해왔고, 지난해 12월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30년간 브랜드를 이끌어온 반 노튼이 지난해 3월 그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박스를 꾸리며 최종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역사적인 장소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열릴 쇼를 앞둔 며칠 전, 클라우스너가 앤트워프의 드리스 반 노튼 사무실에서 줌을 통해 말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 쇼 장소를 비교적 일찍 알았습니다. 그것이 컬렉션에 큰 영향을 미쳤죠.” 그는 주요 영감 중 하나로 ‘코스튬의 힘’을 꼽았다. “처음 패션에 반한 순간을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코스튬 박스가 떠오릅니다. 네 형제 중 막내여서 정말 풍성하고 다채로운 코스튬으로 가득 찬 박스였거든요. 의상의 힘과 오페라가 문화와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한 역사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반 노튼의 뒤를 잇게 된 그는 멘토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 “드리스가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컬렉션 공개 전에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불운한 징조’라는 거죠.” 컬렉션에서 ‘코스튬의 힘’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묻자 그가 이렇게 답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너는 앤트워프에서 태어나 브뤼셀에서 자랐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은 예술과 건축 관련 서적이 가득했고, 근처에 벨기에의 비주얼 아트 스쿨 라 캉브르(La Cambre)가 있었다. 샤넬의 마티유 블라지,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 라반의 줄리앙 도세나, 꾸레주의 니콜라 디 펠리체 등 유명한 졸업생들이 클라우스너보다 몇 해 일찍 그곳을 거쳐갔다. 그는 누나 친구 덕분에 열세 살 때부터 졸업 패션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정말 스펀지처럼 다 흡수했습니다. 스타일닷컴(style.com) 시대였고, 모든 것을 받아들였죠.” 그는 열예닐곱 살 무렵부터 마르탱 마르지엘라와 헬무트 랭 같은 개념적인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드리스 반 노튼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10대 시절 처음으로 앤트워프에 있는 드리스 반 노튼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정말 강하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졸업 후 그는 파리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 밑에서 일했다. 클라우스너는 당시를 ‘패션의 천국’이라고 묘사했다. “존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스토리텔링부터 아이디어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과 전념, 창작 과정까지요. 그의 작업 방식과 피팅 과정에는 어떤 의식 같은 것이 존재했습니다. 완벽함을 향한 집착이 인상 깊었어요.”

2018년 클라우스너는 친구로부터 반 노튼이 여성복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언제나 신비로운 패션 하우스였습니다. 벨기에 출신이지만, 여기서 일하는 사람을 한 명도 알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직원들이 오래 다닌다는 이야기는 늘 들었죠(예를 들어 드리스 반 노튼 니트웨어 디자이너는 무려 28년간 재직 중이다).” 새로운 기회에 흥미를 느낀 클라우스너는 창립자 드리스 반 노튼과 그의 파트너 패트릭 반겔루위(Patrick Vangheluwe)를 만나고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아주 작은 팀이었고, 드리스와 긴밀히 협력하며 일하게 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사무실 분위기도 좋았고요. 그래서 바로 ‘좋아요,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죠.”

그가 합류하고 7년 후, 반 노튼은 은퇴를 결정했다. “드리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하면서, 후임자가 될 생각이 있느냐고 묻더군요. 몇 초 동안 머릿속이 하얬지만 바로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클라우스너가 회상했다. 물론 그 역시 ‘정식 지원 과정’을 거쳤다.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맡는다면,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느끼고 싶었거든요. 드리스 밑에서 그의 관점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내 시각에서 브랜드를 바라보는 법을 터득해야 했습니다. 개인적인 비전을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었어요. 이제 그걸 실현할 생각을 하니 정말 기대됩니다.”

그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에서 모두를 이끄는 리더로, 역할이 바뀌는 것을 의미했다. “어떤 반응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팀원들은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지지했죠. 드리스가 떠났을 때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지 모두 걱정했을 거예요.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순 없지만, 내부 승진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계속 ‘가족’처럼 유지된다는 데 안심했겠죠.”

승진 후 클라우스너는 ‘더 큰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복 디자인에도 도전한다. 반 노튼은 현재 뷰티와 리테일 스토어 디자인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으며, 클라우스너도 천천히 참여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총괄하는 그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에도 관심이 많다.

클라우스너는 패션계 침체기에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드리스 반 노튼은 2018년 스페인 뷰티·패션 그룹 푸이그(Puig)에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음에도 비교적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푸이그의 ‘니치 브랜드’ 부문 연간 실적 발표에서 개별 브랜드 매출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모든 후임자는 전통과 혁신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의문을 갖고 있다. 클라우스너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드리스는 미적 혁신을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늘 예상치 못한 것을 제안하도록 격려했고, 그를 놀라게 하는 방향을 고심하게 했죠. 그렇기에 지난 35년 동안 단 한 가지 미학만 유지되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거죠. 시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야말로 이 브랜드에 내재된 DNA의 일부입니다.”

그에게는 공예, 자수, 텍스타일, 인테리어 등 하우스 핵심 코드와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의 상호작용도 강조했다. “두 컬렉션은 때로는 균형을 이루고, 때로는 서로 영향을 미치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6월에 있을 첫 남성복 쇼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지난해 9월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봄/여름 패션쇼에 클라우스너는 여성복 책임자로 참여했다.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임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는 그의 첫 번째 쇼로 다루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매우 협력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스튜디오 팀에게 그들이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말했어요. ‘좋아요, 여러분. 드리스가 거절한 것들만 할 순 없어요’라고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월요일, 드리스 반 노튼 파리 쇼룸에서 피팅이 진행되는 동안 클라우스너를 직접 만났다. 현장에는 <보그>에 실을 사진을 촬영 중인 울리히 노블라우흐(Ulrich Knoblauch)도 있었다. 디자이너가 소개해준 컬렉션에는 다채로운 색상의 깊고 풍부한 주얼 톤으로 구성된 컬러 팔레트, 역사적인 디테일과 현대적인 테일러링, 춤의 세계를 은은하게 참고한 요소가 담겨 있었다. 연극, 춤, 공연, 전시를 사랑하는 클라우스너에게 꼭 들어맞는 컬렉션이다. “이 모든 것이 늘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결국 내가 하는 일 대부분은 내 작업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어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보시다시피 말이 많은 사람이라서 쉬고 싶을 때는 친구들을 만나 길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죠.” 그럼 정원 가꾸기는 어떨까? 반 노튼의 집은 22만2,577㎡ 규모로 시골에 자리 잡고 있으며, 꽃을 향한 그의 사랑은 하우스 컬렉션과 향수 라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아니죠. 내 작업에 정원은 크게 연관성이 없어요.”

“즐겨!” 반 노튼은 데뷔 무대를 앞둔 클라우스너에게 핵심적인 조언을 건넸다. “일이 잘못될 수도 있고, 후회할지도 몰라. 하지만 첫 쇼는 단 한 번뿐이잖아. 그러니까 최대한 즐기고, 차분히 집중해봐!” (VK)

    에디터
    김다혜
    Laure Guilbault
    사진
    Ulrich Knoblauch, Acielle(Style Du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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